아홉 시 십 분에 계단을 올라온 사람은 편의점 이미란 사장이었다. 아침 9시에 밤샘한 남편과 교대하자마자, 십 분만 더 봐 달라고 남편을 붙잡아 두고 올라왔다고 했다. 조끼에 편의점 이름표가 그대로 달려 있었다.
“회계사님, 바쁘세요? 십 분만요.”
이미란은 소파에 앉지 않았다. 탁자 앞에 선 채 휴대폰과 종이 한 장을 같이 내밀었다. 종이는 근로계약서였다. 휴대폰에는 문자 하나가 떠 있었다.
사장님, 성민규입니다. 3년 동안 못 받은 주휴수당 문제로 노동청에 진정을 넣으려고 합니다. 넣기 전에 한 번은 직접 말씀드리는 게 맞는 것 같아서 연락드립니다.
“우리 야간 알바예요. 금요일, 토요일 밤에 일하는 애요. 3년 됐어요. 지난주에 근무 시간을 좀 줄이자고 했더니, 어젯밤에 이게 왔어요.” 이미란이 계약서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근데 우리는 주휴 줄 필요 없게 계약했거든요. 주 14시간이에요. 여기 보세요.”
계약서에는 금요일과 토요일, 밤 10시부터 새벽 5시 30분까지로 적혀 있었다. 그 아래 한 줄. 휴게시간 30분(새벽 2시~2시 30분). 하루 7시간, 주 14시간.
“그래서 얼마예요? 진정 넣으면 얼마 물어내야 하는지, 그것만 알려 주세요.”
정우는 계약서를 받아 들었다. 숫자는 맞았다. 7시간 반에서 30분을 빼면 7시간, 이틀이면 14시간. 주 15시간에서 딱 한 시간이 모자랐다.
“사장님, 하나만 여쭤볼게요. 새벽 2시부터 30분, 민규 씨는 그 시간에 어디서 쉬어요?”
이미란이 정우를 보았다.
“편의점에서 쉬긴 어디서 쉬어요. 카운터 뒤 의자에 앉아 있겠죠.”
“손님이 오면요?”
“받아야죠. 혼자 있는데…”
이미란의 말끝이 흐려졌다.
정우는 노트북을 열었다.
“저는 노무사가 아니라서, 그 30분이 쉬는 시간인지 일하는 시간인지를 제가 판정할 수는 없어요. 그건 노동청이나 노무사가 봐요. 다만 법원은 지금까지 이렇게 봐 왔어요. 계약서에 휴게라고 적혀 있어도, 그 시간에 마음대로 자리를 뜰 수 없고 일이 생기면 바로 해야 한다면 그건 일하는 시간이라고요.”
”…그럼 15시간이네요.”
“그렇게 보면 15시간이에요. 15시간부터는 주휴수당이 생기고요.”
이미란은 계산이 빨랐다. 정우가 계산기를 두드리기 전에 이미 입술이 움직이고 있었다.
“얼마예요.”
민규의 시급은 해마다 그해 최저시급에 맞췄다고 이미란이 말했다. 정우는 연도별 최저시급을 넣어 3년을 거꾸로 더했다. 주 15시간이면 주휴수당은 한 주에 세 시간 치였다. 올해 시급으로 3만 960원. 3년이면 470만 원 가까이 되었다. 쉬지 못한 30분을 일한 시간으로 치면 그 몫의 시급도 따로 150만 원 넘게 붙었다.
“합치면 620만 원쯤이에요. 민규 씨가 언젠가 그만둘 때는 퇴직금도 따져야 하고요. 1년 넘게, 주 15시간 넘게 일했으면 퇴직금이 생겨요.”
이미란은 대답하지 않았다. 계약서를 다시 접어 조끼 주머니에 넣었다.
“620만 원이면… 우리 둘이 한 달 반을 꼬박 일해야 손에 쥐는 돈이에요.”
정우는 이미란에게 편의점 본사 정산서를 볼 수 있는지 물었다. 이미란은 휴대폰 앱을 열어 지난 석 달 치를 보여 주었다. 매출, 본사 몫, 상품 원가, 월세, 전기료, 인건비. 맨 아래 줄에 부부가 가져가는 돈이 찍혀 있었다. 한 달에 450만 원 안팎이었다.
정우는 회계법인에서 하던 대로 그 숫자를 시간으로 나누었다. 이미란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주 7일, 함영태는 그 나머지 시간 대부분이었다. 금요일과 토요일 밤 몇 시간만 민규가 맡았다. 둘이 합쳐 한 달에 560시간이 넘었다.
“사장님, 두 분 시급이 팔천 원이에요. 민규 씨보다 낮아요.”
말을 꺼내 놓고 정우는 아차 싶었다.
이미란이 짧게 웃었다.
“알아요, 회계사님. 계산 안 해 봤겠어요? 우리가 제일 먼저 해 봤죠.” 이미란이 휴대폰을 껐다. “그래서 금요일 토요일만큼은 사람을 쓰는 거예요. 우리 남편 허리가 디스크예요. 일주일 내내 밤새우면 진짜 못 일어나요. 민규가 금토 밤을 해 주니까 그 사람이 이틀은 누워서 자요.”
“그런데 지난주에는 민규 씨 근무 시간을 줄이자고 하셨다면서요.”
“매출이 줄었어요. 단지 앞에 무인 가게가 둘 생겼거든요. 그래서 토요일은 남편이 다시 하겠다고 했어요. 금요일 하루만 해 달라고 했더니 그 문자가 온 거예요.”
계약서의 ‘휴게시간 30분’ 한 줄이 왜 들어갔는지, 정우는 더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사장님, 길은 두 가지예요.” 정우가 말했다. “민규 씨가 진정을 넣으면 노동청이 사실관계를 봐요. 밀린 돈이 확인되면 주라고 하고, 안 주면 처벌까지 갈 수 있어요. 다른 길은 그 전에 민규 씨랑 직접 정리하시는 거예요. 얼마를, 언제까지, 어떻게 줄지요. 앞으로의 계약도 실제 일하는 시간대로 다시 쓰시고요.”
“다시 쓰면 매달 더 나가잖아요.”
“주휴수당이랑 그 30분, 4대 보험까지 하면 한 달에 20만 원 조금 넘게요. 근로자 열 명이 안 되는 가게에서 월급이 적은 직원을 쓰면 국민연금이랑 고용보험료 일부를 나라에서 지원받을 수 있어서, 보험료는 조금 줄어요.”
이미란은 그 숫자를 오래 보았다. 그러고는 말했다.
“오늘 밤에 민규 출근할 때 우리 남편이랑 같이 가 주실 수 있어요? 시간 줄이자고 한 게 저라서, 제가 가면 걔가 말을 못 할 거예요. 그렇다고 그 사람 혼자 보내면 또 이상한 소리 할 거고요.”
“이상한 소리요?”
“3년 전에 민규가 주휴 얘기 한 번 꺼낸 적이 있어요. 그때 우리 남편이 그랬대요. 알바가 무슨 주휴냐고.”
오후 세 시쯤 복도에서 은유니와 마주쳤다. 은유니는 203호 안에서 의자를 닦고 있었다. 다음 주 화요일에 다시 문을 연다고 했다.
“회계사님, 아까 편의점 사장님 올라오시는 거 봤어요. 괜찮으신 거죠? 요새 많이 힘드시다고 들어서요.”
“거래처 일은 말씀드릴 수가 없어서요.”
“아, 맞다. 죄송해요. 제가 괜히 여쭤봤네요.” 은유니가 걸레를 접었다. “그래도 1층에 그 편의점 없으면 큰일 나요. 다치기 전에는 밤 열 시까지 손님을 받았는데, 그때마다 거기서 컵라면 먹고 버스 탔거든요.”
정우는 고개만 끄덕였다. 사무실로 돌아와 이미란에게 받은 정산서 사진을 다시 열었다. 회계법인에서 감사하던 회사들의 급여 대장은 몇만 줄이었다. 정우는 그중 몇십 줄을 골라 숫자가 맞는지만 확인했다. 그 안에 성민규 같은 이름이 있었어도 한 번도 눈여겨보지 않았을 것이다. 정우는 메모장에 그 이름을 적고, 옆에 오늘 밤 할 말을 적기 시작했다.
밤 9시 50분, 정우는 1층으로 내려갔다. 편의점 문 앞, 카운터가 들여다보이는 자리에 함영태가 서 있었다. 키가 크고 허리를 조금 앞으로 굽힌 사람이었다. 가까이 가자 파스 냄새가 났다.
“아내가 회계사님 귀찮게 했죠.”
“아닙니다.”
함영태는 담배를 꺼냈다가 다시 넣었다. 둘은 아무 말 없이 단지 정문 쪽을 보고 서 있었다. 9시 58분에 버스 한 대가 정류장에 섰고, 가방을 멘 청년 하나가 내렸다. 성민규였다. 편의점 앞에 사장과 낯선 정장 차림 남자가 같이 서 있는 걸 보고 걸음이 느려졌다. 가방 옆주머니에 두꺼운 문제집이 꽂혀 있었다.
“안녕하세요.”
“들어가자. 밖은 추우니까.”
함영태는 문턱을 넘을 때 허리를 한 손으로 받쳤다. 카운터 안쪽, 창고로 이어지는 좁은 공간이 그 ‘휴게실’이었다. 접이식 의자 하나와 라면 박스 위에 놓인 전기 주전자. 의자에 앉으면 카운터 모니터가 정면으로 보였다. 손님이 들어오면 문 위 종이 울렸다.
민규가 조끼를 입는 동안 함영태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이 느렸다.
“3년 전에, 내가 너한테 알바가 무슨 주휴냐고 했지.”
”…네.”
“그 말은 내가 잘못했다.”
민규는 조끼 지퍼를 끝까지 올렸다. 대답은 하지 않았다.
정우는 오후에 정리한 종이를 카운터에 올려놓았다. 민규 쪽으로도 보이게 돌려놓았다.
“저는 사장님 부탁으로 왔어요. 그래도 숫자는 양쪽이 같아요. 계약서에는 주 14시간이고, 새벽 2시부터 30분 휴게가 실제로 쉬는 시간이 아니었다면 주 15시간이에요. 그렇게 보면 3년 치 주휴수당이 470만 원 가까이, 쉬지 못한 30분 몫이 150만 원 넘게예요. 그 30분을 어떻게 볼지는 제가 정할 수 없어서, 정확한 건 고용노동부 상담으로 같이 확인하시면 좋겠어요.”
민규는 종이를 오래 보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었다.
“저 진정 넣고 싶어서 문자 보낸 거 아니에요.”
함영태가 민규를 보았다.
“3년 동안 말 못 했어요. 말하면 그만두라고 할까 봐요. 그런데 지난주에 금요일 하루만 하라고 하셔서요. 그럼 어차피 15시간이 안 되잖아요. 아, 이렇게 되는구나 싶었어요.” 민규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돈도 받아야 하는 건 맞아요. 근데 그보다 금토 밤은 제가 계속하게 해 주세요. 저 이 시간에 공부도 해요. 손님 없을 때요.”
카운터 위 모니터에서 문 앞 카메라 화면이 깜박였다. 아무도 없었다.
함영태가 정우를 보았다. 정우는 오후에 이미란과 나눈 숫자를 떠올렸다. 한 달에 20만 원 조금 넘게. 그리고 그 돈이 나가면 부부의 시급은 팔천 원보다 더 내려갈 것이었다. 그건 정우가 정할 일이 아니었다.
”…밀린 건 한 번에 못 줘. 여섯 달에 나눠서 줄게. 그 대신 계약서는 다음 주에 다시 쓰자. 금토 밤, 일하는 시간 그대로. 보험도 들고.”
“네.”
“그리고 새벽 2시에 진짜로 쉬어. 30분. 그 시간엔 손님 와도 내가 받으라고 안 해. 문 잠그고 ‘잠시 자리 비움’ 걸어 둬.”
민규가 처음으로 웃었다.
“그럼 그 30분은 진짜 휴게네요.”
함영태는 대답 대신 음료 냉장고 문을 열어 캔커피 두 개를 꺼냈다. 하나를 민규에게 내밀다가 멈추더니 카운터 위에 내려놓고 지갑을 꺼냈다.
“찍어.”
민규가 바코드를 찍었다. 2,400원. 함영태가 천 원짜리 세 장을 냈고, 민규가 거스름돈 600원을 사장 손바닥에 올려 주었다.
정우는 10시 40분에 편의점을 나왔다. 함영태는 버스 정류장 쪽으로 걸어갔다. 금요일 밤이었다. 그 사람은 오늘도 내일도 새벽 다섯 시 반까지는 누워서 잘 수 있었다.
상가 건물을 올려다보니 2층 창문은 모두 어두웠다. 정우의 사무소 유리문 팻말만 계단 불빛을 받아 희미하게 보였다. ‘영업 중’. 정우는 그걸 뒤집으러 올라가지 않았다.
편의점 유리창 너머로 민규가 카운터에 문제집을 펴는 게 보였다. 새벽 2시가 되면 민규는 문을 잠그고, 30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었다.
사장님 노트 3. 계약서의 14시간, 실제의 15시간
오늘 문제가 된 것: 계약서에는 하루 7시간 반 근무에 휴게 30분, 주 14시간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혼자 근무하는 가게라 그 30분에도 손님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러면 실제로는 주 15시간이 되고, 주휴수당이 생깁니다.
이번 주에 할 일
- 주 15시간이 기준입니다: 4주를 평균해 1주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이면, 1주를 개근한 직원에게 유급휴일(주휴)을 줘야 합니다. 15시간 미만이면 주휴와 연차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주휴는 직원이 5명 미만인 가게에도 적용됩니다.
- 주휴수당 셈: (1주 소정근로시간 ÷ 40) × 8 × 시급. 주 15시간, 2026년 최저시급 10,320원이면 한 주에 30,960원입니다.
- 휴게시간은 계약서보다 실제가 기준입니다: 4시간 일하면 30분, 8시간이면 1시간을 쉬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시간에 자리를 뜰 수 없고 손님이 오면 받아야 한다면, 휴게가 아니라 일하는 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쉬게 하려면 정말 쉴 수 있게 해 주세요(문을 잠그거나 다른 사람이 대신 보기).
- 밀린 임금은 3년입니다: 받지 못한 임금은 3년 동안 청구할 수 있습니다.
- 퇴직금도 함께 보세요: 1년 넘게, 4주 평균 주 15시간 넘게 일한 직원이 그만두면 퇴직금이 생깁니다.
- 정직하게 다시 쓰기: 근로계약서를 실제 일하는 시간대로 다시 쓰고 4대 보험에 가입하세요. 근로자가 10명 미만인 가게에서 월급이 적은 직원은 국민연금·고용보험료 일부를 나라가 지원합니다(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 소득 기준과 지원 비율은 해마다 바뀌니 신청 전에 확인하세요.
- 판단은 노동 전문가에게: 휴게시간이 근로시간인지, 얼마를 줘야 하는지 최종 판단은 고용노동부나 노무사에게 확인하세요. 회계사는 금액을 계산해 드릴 수 있습니다.
문의: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 1350
근거: 근로기준법 제18조 제3항·제49조·제50조 제3항·제54조 제1항·제55조 제1항, 고용노동부 행정해석 근로기준정책과-5106(4인 이하 사업장의 주휴), 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다41990 판결, 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3다28926 판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조 제1항, 국민연금법 제100조의3, 같은 법 시행령 제73조의2. 2026년 최저임금은 시간급 10,320원(최저임금 고시). 기준일 2026-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