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하루 · 9장
늘어나는 하루 · 도해

9장

대전
2030년 12월
약 12분

윤초는 핼러윈에 왔다.

2016년 마지막 날 이후 처음 들어가는 윤초였다. 그리고 세상이 14년 동안 준비한 것과 정반대 방향이었다. 2020년대의 지구는 빨라지고 있었고, 다들 언젠가 1초를 빼야 할 날이 온다고 믿었다. 나는 그 1초를 빼는 방법에 관한 보고서를 썼다. 정부 부처 서른한 곳과 공기업 열네 곳이 그 보고서를 받아서 각자 시스템을 고쳤다.

그런데 지구는 1초를 빼 달라고 하지 않았다. 더해 달라고 했다. 그것도 급하게.

국제지구자전국은 7월 초에 공지를 냈다. 다음 윤초는 2030년 10월 31일 마지막 1초 뒤에 넣는다. 윤초는 보통 6월 말이나 12월 말에 넣는다. 규정에는 어느 달 말이든 넣을 수 있다고 적혀 있지만, 실제로 그 조항을 쓴 적은 없었다. 10월 말이 된 이유는 간단했다. 12월까지 기다리면 지구 시각과 원자시계 시각의 차이가 허용치인 0.9초를 넘는다. 그 차이는 하루에 몇 밀리초씩 벌어지고 있었고, 벌어지는 속도도 석 달마다 두 배가 되고 있었다.

세계 표준시로 10월 31일 23시 59분 60초. 한국 시각으로는 11월 1일 아침 8시 59분 60초였다.

나는 그 1초를 시계실에서 맞았다. 한국 표준시에 윤초를 넣는 건 우리 센터 일이다. 정확히는 내 일이다. 수소 메이저들은 윤초를 모른다. 원자에게는 1초가 1초일 뿐이다. 윤초는 사람이 정한 달력에 끼워 넣는 1초라서, 원자의 박자를 세는 계수기 옆에 사람이 서서 ‘여기서 한 칸 더’라고 말해 줘야 한다.

8시 59분 58초. 59초. 60초.

모니터 속 숫자가 60을 가리켰다. 1초 동안. 그리고 0이 됐다. 우리 쪽은 아무 문제 없었다. 문제는 바깥에 있었다.


첫 전화는 9시 4분에 왔다. 9시 30분까지 열한 통이 더 왔다.

음의 윤초를 대비해서 시스템을 고친 곳 가운데 몇 군데가 그 코드를 그대로 돌렸다. 윤초 알림이 들어오면 1초를 빼도록 짜 둔 코드였다. 알림에는 분명히 ‘더하기’라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 몇 년 동안 ‘빼기’만 시험해 온 프로그램 안에서 부호 하나가 뒤집혀 있었다. 그 시스템들은 1초를 더해야 할 자리에서 1초를 뺐다. 결과적으로 세계 표준시보다 2초 앞서 갔다.

2초는 짧다. 사람에게는. 기계에게는 영원이다.

어느 나라의 카드 결제망은 승인 요청에 찍힌 시각이 ‘미래’라는 이유로 세 시간 동안 거래를 거절했다. 아시아의 한 증권거래소는 개장을 40분 늦췄다. 항공사 하나는 승무원 근무 기록이 엉켜서 그날 오전 비행기 스물몇 편을 띄우지 못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수백 개의 작은 고장이 있었다. 기사에도 안 나오는 고장들. 어느 병원의 투약 기록, 어느 공장의 생산 일지, 어느 아파트 단지의 출입문.

나는 전화를 받으면서 한 가지만 계속 확인했다. 고장 난 곳들이 내 보고서를 받은 곳인지.

밤 열한 시에 목록을 다 확인했다. 내 보고서를 그대로 따른 곳에서는 고장이 없었다. 보고서에는 ‘음의 윤초 대응 코드를 넣을 때 양의 윤초 처리를 반드시 같이 시험할 것’이라는 문장이 있었다. 그 문장을 건너뛴 곳들이 넘어졌다.

내 탓이 아니었다. 그걸 확인하는 데 열네 시간이 걸렸다. 확인하고 나서도 잠이 안 왔다. 작년 여름 내 모델 안에서 부호 하나가 뒤집혀 있던 걸 찾았을 때 나는 진심으로 기뻤다. 이번에는 기쁘지 않았다. 세상에는 내가 고칠 수 없는 부호가 너무 많았다.


윤초는 시작이었다.

시계가 지구와 어긋나는 방식은 윤초 말고도 많다. 11월이 되자 위성 항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위성 항법은 간단히 말하면 이렇다. 하늘에 위성 수십 대가 떠 있고, 위성마다 원자시계가 실려 있다. 위성은 ‘지금 몇 시 몇 분 몇 초, 나는 어디에 있다’를 끊임없이 방송한다. 땅 위의 수신기는 위성 네 대 이상의 방송을 받아서 각각의 신호가 도착하는 데 걸린 시간을 재고, 그걸로 자기 위치를 계산한다. 시계가 1나노초 틀리면 위치가 30센티미터 틀린다.

그런데 위성이 방송하는 ‘나는 어디에 있다’는 미리 계산해 둔 예보다. 위성은 우주에서 돈다. 우리는 지구 위에 서 있고, 지구도 돈다. 위성의 위치를 지구 위의 지도 좌표로 바꾸려면 앞으로 며칠 동안 지구가 얼마나 돌지 알아야 한다. 그 예보를 국제지구자전국이 낸다. 해마다, 매주, 매일.

그 예보 모델에는 지수 함수가 없었다. 당연하다. 지구 자전이 석 달마다 두 배씩 빨리 느려진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 그래서 예보는 늘 늦었다. 몇 주 앞을 내다보는 예보가 20밀리초씩 틀렸다.

20밀리초 동안 지구 표면은 적도에서 9미터쯤 돈다. 위성이 도는 궤도 높이에서 보면 39미터다. 위성 항법 수신기는 위성이 실제 자리보다 39미터 옆에 있다고 믿고 위치를 계산했다. 휴대폰 지도에서는 티가 안 났다. 휴대폰은 기지국과 와이파이로 위치를 다시 잡는다. 티가 난 건 다른 곳이었다. 항공 당국 몇 곳이 위성 신호로 활주로에 내려가는 착륙 절차를 잠시 금지했다. 측량 회사들이 일을 멈췄다. 바다 위의 어선들이 서로의 위치를 못 믿게 됐다.

나는 이 연쇄를 노트에 그렸다. 연필로.

하루 7ms 초과, 그 초과분이 날마다 커짐 → 4주 예보 20ms 오차 → 위성 39m → 착륙 절차 중지

그리고 그 옆에 적었다. 예보에 지수 항을 넣을 것.

넣는 방법은 내가 알았다. 1년 반 동안 그 곡선만 봤으니까. 나는 내 모델과 코드와 검증 결과를 국제지구자전국 예보 팀에 보냈다. 이번에는 예비라는 말을 붙이지 않았다.

일주일 뒤 그들이 나를 회의에 불렀다. 지구 방향 매개변수 실무그룹. 1년 4개월 전 내가 화상회의 창 마흔세 개 앞에서 망신당한 바로 그 회의였다.

이번에는 창이 백열두 개였다. 카메라를 끈 사람이 거의 없었다. 내 발표는 9분 20초 걸렸다. 거울 앞에서 연습하지 않았다. 할 필요가 없었다. 할 말이 숫자뿐이었다.

발표가 끝나고 처음 켜진 마이크는 뮌헨이었다.

“박 박사의 모델을 씁시다.” 브레너 교수가 말했다. “질문은 그다음에 합시다.”

그다음 주부터 예보 오차는 1밀리초 안팎으로 줄었다. 위성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지도 위에서는.

아무도 웃지 않았다. 나는 그게 이상하게 서운했다. 웃음거리가 되는 것보다는 나았지만, 그 회의에서 누가 한 번쯤 웃어 줬으면 했다. 그때와 지금이 같은 회의라는 걸 나 혼자만 기억하는 것 같았다.


유명해지는 건 생각보다 시끄러웠다.

6월 보고서 공개 뒤에도 기자들은 왔다. 그때는 과학 기자였다. 윤초 대란이 나자 다른 기자들이 왔다. 경제부, 사회부, 연예부. 연예부 기자가 왜 왔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센터장님은 연구원 정문에 경비 인력을 두 배로 세웠고, 나한테 오는 섭외 전화를 전부 자기 방으로 돌렸다. 그리고 그 가운데 한 달에 두 개만 골라서 나한테 넘겼다.

“한 달에 두 개.” 그가 말했다. “그 이상은 네가 망가져.”

“하나로 하면 안 돼요?”

“하나는 내가 망가져.” 그는 스포이트로 열두 번째 화분에 물을 줬다. “이 전화 받는 사람이 나야.”

첫 번째는 12월 첫 주의 생방송 시사 프로그램이었다. 스튜디오는 추웠다. 조명은 뜨거웠다. 진행자는 친절했고, 나보다 내 숫자를 더 크게 말했다. 화면 아래에 자막이 지나갔다. ‘지구의 하루가 길어진다’ 최초 발견자 출연.

진행자의 첫 질문은 이거였다.

“박사님. 시청자들이 제일 궁금해하는 겁니다. 하루가 몇 시간까지 길어지는 겁니까?”

나는 그 질문을 1년 4개월 전에 한 번 들었다. 그때는 ‘48시간?‘이었다.

그 사이에 그 회의 녹취가 새어 나가 있었다. 국제 실무그룹 내부 기록이었는데, 누군가 내가 유명해진 뒤에 그 파일을 올렸다. 기사 제목은 이랬다. 발견자 본인도 “하루라는 개념이 의미가 없어진다”. 기사는 그 문장 앞에 있던 ‘멈추지 않는다면’을 빼고 인용했다. 그 기사가 퍼지는 데 하루가 걸렸다. 사흘 뒤에는 하루가 72시간이 된다는 영상이 조회 수 천만을 넘겼다. 일주일 뒤에는 바닷물이 육지를 덮는다는 영상이 나왔다. 조수가 달라진다는 거였다.

나는 진행자를 보고 말했다.

“몇 시간이 아니라 몇 밀리초예요.”

스튜디오가 조용해졌다. 나는 계속했다. 멈출 수가 없었다. 재채기처럼.

“지금 하루는 원래보다 8밀리초쯤 길어요. 0.008초. 그리고 지금은 1년에 20밀리초 넘게 더 길어지는 속도예요. 그 속도가 석 달마다 두 배가 되니까 내년에는 더 빨라지겠죠. 그래도 하루가 한 시간 길어지려면 지금 속도로 18만 년이 걸려요. 조수표는 1초쯤 틀려요. 1초요. 물때가 1초 늦는다고 사람이 빠지지는 않아요.”

“그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씀입니까?”

“아뇨. 걱정해야죠. 위성 항법은 밀리초 단위로 움직이니까요. 그리고 이 추세는 이대로 갈 수가 없어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니까요. 어딘가에서 반드시 멈춰야 해요.”

“그럼 어떻게 멈춥니까?”

“몰라요.”

나는 그 말이 정직한 답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방송이 끝나고 휴대폰을 켰더니 두 종류의 욕이 와 있었다. 한쪽은 내가 정부 편에서 공포를 줄이려고 숫자를 깎는다고 했다. 8밀리초면 괜찮다는 거냐고, 사람 목숨을 밀리초로 재냐고. 다른 쪽은 발견했다는 사람이 ‘몰라요’라고 하는 게 말이 되냐고 했다. 모르면 왜 나왔냐고.

두 쪽이 다 나를 싫어했다. 그리고 두 쪽이 같이 퍼 나른 게 하나 있었다. 내가 진행자의 질문을 정정하는 3초짜리 장면. 몇 시간이 아니라 몇 밀리초예요. 거기에 누군가 자막을 달았다. 무표정한 얼굴, 안경, 단발머리, 그리고 굵은 글씨. 그 장면은 일주일 만에 ‘단위 정정 짤’이 됐다. 회사 단톡방에서, 학교 과제 게시판에서, 누가 숫자를 틀리면 그 사진이 올라왔다.

그 주부터 사람들이 나를 ‘하루 박사’라고 불렀다. 나는 시간 박사였으면 했다. 아무도 내 의견을 묻지 않았다.


그 주 금요일, 메일 한 통이 왔다. 보낸 사람은 미국 어느 대학의 연구원이었다. 이름은 샘 파울러. 처음 보는 이름이었다. 본문을 읽고 나서 알았다.

박 박사님. 저는 작년 7월 실무그룹 회의에서 “48시간?”이라고 물었던 사람입니다. 그 녹취가 퍼진 뒤로 제 질문이 박사님을 따라다니는 걸 봤습니다. 그날 저는 웃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웃었고, 저는 그게 괜찮은 줄 알았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때 웃어서, 그리고 지금까지 말하지 않아서.

나는 그 메일을 한 시간 동안 열어 두었다. 정확히는 58분.

화가 나지는 않았다. 그날 밤 내가 망신을 당한 건 그 사람 때문이 아니었다. 내가 그 질문에 지구 종말로 대답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대답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그날 그 자리에서 할 말이 아니었을 뿐이다.

답장을 썼다.

파울러 박사님. 사과는 받겠습니다. 그런데 하나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날 박사님이 물어보지 않았으면 저는 10년 외삽을 하지 않았을 거예요. 2의 40제곱이 1조라는 것, 그러니까 이 추세는 반드시 어딘가에서 멈춰야 한다는 걸 처음 말로 한 게 그날이었어요. 그 질문 덕분에 1조를 계산했어요. 그건 고마운 일이에요.

보내고 나서 나는 한 줄을 더 쓸까 하다가 말았다. 그 1조가 지금은 무섭다는 말. 그건 그 사람한테 할 말이 아니었다.


12월 중순, 선우진은 붕어빵을 먹으면서 전화했다.

“너 텔레비전 나오더라.”

“한 번 나갔어.”

“내가 본 것만 세 번인데.”

“재방송이야.”

“화장은 누가 해 줬어? 안경은 왜 안 벗었어?”

“안경 벗으면 진행자 얼굴이 안 보여.”

“그게 낫지 않아?” 선우진이 붕어빵 꼬리를 씹었다. 세종 관측소 앞에 붕어빵 트럭이 온다고 했다. 그는 겨울 내내 그 트럭과 함께 산다. “요즘 우리 망원경 일정 다 바뀐 거 알지. 국제 공동 관측을 일주일에 세 번 해. 전에는 한 번이었는데. 다들 지구가 얼마나 돌았는지 매일 알고 싶어 해.”

“알아. 그 자료 내가 매일 받아.”

“그러니까 너는 지금 내 일을 세 배로 만든 사람이야.”

“미안.”

“미안할 거 없어. 처음으로 우리 일을 사람들이 궁금해해.” 그가 붕어빵 봉지를 구겼다. “근데 하람아.”

“응.”

“너 요즘 잠은 자?”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 질문을 하는 사람이 세상에 둘 있었다. 하나는 그라스에 있었다. 다른 하나는 세종에서 붕어빵을 먹고 있었다. 둘 다 내 대답을 듣기 전에 답을 안다.


12월 마지막 날, 두 번째 윤초가 왔다.

이번에는 10월 것과 함께 7월에 예고된 윤초였다. 원래 규정대로 12월 말에 넣는 윤초. 그래도 세계는 긴장했다. 10월의 기억이 아직 남아 있었다. 정부는 각 부처에 윤초 처리 점검 지시를 내렸다. 내 보고서가 다시 돌았다. 이번에는 ‘양의 윤초 처리를 반드시 같이 시험할 것’이라는 문장에 누군가 밑줄을 그어서.

금융 회사들은 윤초를 어떻게 넣을지를 놓고 다투고 있었다. 1초를 한 번에 넣는 회사도 있었고, 그 1초를 하루 동안 아주 잘게 나눠서 시계를 조금씩 늦추는 회사도 있었다. 윤초 번짐이라고 한다. 시계가 갑자기 튀지 않으니 프로그램이 덜 놀란다. 문제는 그 하루 동안 세상에 두 종류의 시각이 생긴다는 거였다. 번지는 시계와 튀는 시계. 둘의 차이는 많게는 1초에 가깝다. 금융 거래 기록은 세계 표준시와 0.0001초 안에서 맞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그날 하루 동안 그 규정을 지킬 방법은 없었다. 각 나라 감독 당국은 그 하루만 예외로 한다는 공문을 냈다. 나는 그 공문을 읽고 조금 웃었다. 시간을 하루 동안 봐주는 법이라니.

한국 시각으로 2031년 1월 1일 아침 8시 59분. 세계 표준시로는 12월 31일 밤 11시 59분.

센터장님은 방송사 한 곳에만 촬영을 허락했다. 시계실 안이 아니라 두꺼운 문 바깥, 유리창 너머에서. 카메라 한 대가 유리에 렌즈를 대고 있었다. 나는 등을 돌리고 있었다. 정면은 안 된다고 미리 말해 뒀다. 센터장님은 내 뒤, 시계실 한쪽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그는 이런 날 늘 그 자리에 선다. 30년 동안 그랬다고 했다.

수소 메이저 여섯 대가 웅웅거렸다. 1초에 14억 2천만 번. 원자들은 오늘이 새해라는 걸 모른다. 윤초도 모른다. 그들에게 오늘 1분은 늘 그렇듯 60초다. 61초짜리 1분을 만드는 건 사람이다. 지구가 그만큼 늦었기 때문이다.

8시 59분 58초.

59초.

60초.

모니터에 60이 떠 있는 1초 동안 나는 이상한 생각을 했다. 지금 이 1초는 지구가 진 빚이다. 지구가 원래 제때 돌았으면 필요 없었을 1초. 그리고 그 빚은 누군가에게 간다. 달로, 그리고 그 너머 어딘가로. 사라진 99만 9,999는 아직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른다.

9시 0분 0초.

등 뒤에서 센터장님이 아주 작게 숨을 내쉬었다. 그게 그의 박수였다.


그날 오후, 메일이 왔다.

보낸 곳은 국제 달 원정 준비단이었다. 미국, 중국, 인도, 그리고 유럽과 일본이 같이 꾸린 기구다. 6월 보고서가 나오고 두 달 만에 만들어졌다. 목표는 하나였다. 사람을 달 뒷면의 열점으로 보낸다. 내년 여름에. 이름은 ‘자오선’. 시간을 재는 기준선의 이름이다. 누가 지었는지는 모르겠다. 좋은 이름이었다.

메일은 정중했다. 그리고 아주 구체적이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개발한 휴대용 이터븀 광격자시계를 자오선 임무의 과학 탑재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질량, 전력, 진동 시험 자료를 1월 말까지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탑재가 확정되면 시계 운용은 임무 승무원이 맡게 되며, 귀 기관의 원격 지원을 요청드릴 예정입니다.

나는 그 메일을 세 번 읽었다.

그들은 시계를 원했다. 내가 7년 동안 만든 시계. 그 안의 유리 원통과 레이저 여섯 대와 진공 챔버와 자기장 차폐막 세 겹. 그 시계를 달에 가져가서, 열점 근처에서, 내가 1년 반 동안 지구에서 본 박자를 재고 싶어 했다.

시계를 다룰 사람에 대해서는 한 줄도 없었다. ‘임무 승무원’이 전부였다.

나는 시계실로 내려갔다. 두꺼운 문을 두 번 열었다. 웅웅 소리. 그리고 시계실 한쪽, 방진대 위에 놓인 알루미늄 상자 하나. 가로 60센티미터, 세로 40센티미터, 높이 45센티미터. 상태 표시등이 초록색이었다. 7년 동안 이 상자는 거의 꺼진 적이 없었다.

이 상자의 광섬유 커플러에는 나사가 세 개 있다. 그 나사를 50분의 1바퀴씩 돌리는 법을 아는 사람은 세상에 셋이다. 둘은 대학원 지하 실험실 시절 이후 이 시계를 만져 본 적이 없다.

나는 상자 옆에 앉았다. 그리고 그날 처음으로, 내가 이 상자를 따라가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그 생각이 무서워서 나는 숫자를 셌다. 수소 메이저의 웅웅 소리 속에서, 1초에 14억 2천만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