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하루 · 8장
늘어나는 하루 · 도해

8장

대전
2030년 6월
약 11분

찾는 데 일곱 달이 걸렸다.

일주일이면 될 줄 알았던 일이다. 나는 숫자를 틀리는 일이 드물다. 대신 시간을 틀린다. 정확히는, 일이 얼마나 걸릴지를 틀린다. 시간을 재는 게 직업인 사람치고는 이상한 약점이다. 선우진은 이걸 두고 시계방 주인이 약속 시간에 늦는 것과 같다고 했다.

처음 한 달은 쉬웠다. 미국 궤도선이 20년 동안 찍어 둔 달 열 지도를 받았다. 공개 자료라서 누구나 받을 수 있다. 받는 데 사흘이 걸렸고, 읽는 법을 배우는 데 나흘이 걸렸다. 그다음에는 2029년 이후 자료에서 달 뒷면 전체를 훑었다. 174테라와트짜리 난로를 찾았다.

없었다.

12월에는 210테라와트를 찾았다. 3월에는 420테라와트를 찾았다. 달 전체가 받는 햇빛의 3퍼센트가 넘는 열이다. 그만한 열이 한 군데서 나오면 그 자리는 대낮의 달 표면보다 훨씬 뜨거워야 하고, 밤에는 어두운 뒷면 한가운데서 등대처럼 빛나야 한다. 수백 킬로미터 넓이로 퍼져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 넓이가 통째로 따뜻해진다.

없었다. 어디에도.

나는 다른 궤도선 자료도 받았다. 낮 자료, 밤 자료, 새벽과 저녁 자료. 달 뒷면은 우리가 생각하던 그대로의 뒷면이었다. 해가 뜨면 데워지고 해가 지면 식는, 45억 년 동안 그래 온 땅.


그사이 세상은 조금씩 따라오고 있었다.

12월에 클레르와 나는 논문을 냈다. 지구 자전의 감속과 달 후퇴의 동시 가속. 두 가지 독립적인 측정이 같은 배가 시간을 가리킨다. 브레너 교수의 그룹은 내 원자료로 따로 계산해서 같은 결과를 얻었다. 논문 원고 맨 끝에 감사의 말로 그 이름이 들어갔다. 그는 공저자로 들어오라는 제안을 거절했다. 자기는 틀렸던 사람이라 공을 나눌 자격이 없다고 했다. 클레르는 그 메일을 읽고 “독일 사람들은 정말”이라고만 했다.

봄이 되자 국제지구자전국이 매주 내는 회보의 예측이 매주 틀리기 시작했다. 엘니뇨 탓을 하던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하루 길이는 이제 1년에 수 밀리초씩 늘고 있었다. 지구 시각과 원자시계 시각의 차이가 예보보다 0.2초 넘게 벌어졌다. 그 분야 사람들은 다 알았다. 지구가 이상하다는 걸.

그런데 논문 심사는 멈춰 있었다. 심사위원 세 명 가운데 두 명이 같은 이유로 게재를 미뤘다. 한 사람의 의견서는 이렇게 끝났다.

저자들의 결론대로라면 현재 수백 테라와트의 에너지가 행방불명이다. 에너지 보존 법칙을 위반하는 결과는 측정 오류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한다. 에너지가 간 곳을 보이기 전까지는 게재를 권하지 않는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나라도 그렇게 썼을 거다. 각운동량 장부를 맞춘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에너지 장부의 빈칸이 우리 논문 전체를 의심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 빈칸을 채우지 못하면, 우리가 맞힌 것까지 틀린 것으로 보였다.

나는 열 지도를 다시 봤다. 그리고 또 봤다. 4월이 지나고 5월이 됐다. 없는 것을 찾는 일은 있는 것을 찾는 일보다 훨씬 지친다. 있는 것은 언젠가 나온다. 없는 것은 끝까지 없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건 증명할 수도 없다.


5월 마지막 주 금요일, 클레르가 말했다.

“너 요즘 잔차 안 보지.”

화상회의 창 속 클레르는 관측소 주방에서 뭔가를 볶고 있었다. 그라스의 저녁 일곱 시였다. 대전은 새벽 두 시였다.

“무슨 소리야. 맨날 보는데.”

“아니. 너 지금 지도를 보고 있어. 뜨거운 데가 어디 있나. 큰 거 어디 있나.” 클레르가 프라이팬을 흔들었다. “그건 네가 하는 방식이 아니잖아. 너는 큰 걸 찾는 사람이 아니야. 남이 다 빼고 남은 찌꺼기에서 이상한 걸 찾는 사람이지.”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작년 가을에 너 나한테 처음 보낸 메일에 뭐라고 썼는지 알아? ‘혹시 여러분의 잔차에 그런 추세가 보이는지.’ 크기를 물어본 게 아니라 추세를 물어봤어. 모양을.” 클레르가 프라이팬을 내려놓았다. “그거 하라고. 뜨거운 거 말고. 두 배가 되는 거.”

클레르는 그 말만 남기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화면에는 빈 주방이 남았다.

나는 한참 동안 그 빈 주방을 봤다.


다시 질문을 세웠다.

나는 열을 찾고 있었다. 174테라와트의 열, 지금은 700테라와트가 넘는 열. 에너지가 달로 갔다면 열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정상일 때 그렇듯이. 브레이크 패드는 뜨거워지니까.

그런데 그 가정이 틀렸다면. 에너지가 달로 가긴 갔는데, 열이 되지 않았다면. 혹은 아주 조금만 열이 되고 나머지는 다른 무언가가 됐다면. 그러면 내가 찾는 건 등대가 아니다. 등대 옆에 떨어진 작은 불씨다. 그런데 불씨는 달에 수천 개 있다.

정말로 있다. 달 표면에는 밤에도 따뜻한 점이 수천 군데 있다. 대부분 갓 생긴 크레이터다. 운석이 떨어져 생긴 지 얼마 안 된 크레이터에는 아직 가루가 덮이지 않은 맨 바위가 드러나 있다. 바위는 가루보다 열을 오래 품는다. 그래서 해가 진 뒤에도 몇 시간 동안 주변보다 따뜻하다. 열 지도에서 보면 밤의 달에 작은 불씨들이 흩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내가 찾는 불씨가 그 수천 개 가운데 하나라면, 크기로는 절대 못 찾는다. 하지만 바위의 불씨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밤이 깊어지면 식는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도 그대로다. 바위는 자라지 않으니까.

내가 찾는 건 밤새 식지 않는 불씨다. 그리고 석 달마다 두 배가 되는 불씨.

그날 밤 나는 코드를 짰다. 2029년 1월부터 지금까지 궤도선 두 대가 찍은 달 뒷면의 밤 열 지도를 모두 모았다. 밤에 따뜻한 점을 전부 골라냈다. 9,412개가 나왔다. 그 점 하나하나의 밝기를 시간 순서대로 늘어놓고, 지수 함수를 맞췄다. 9,412번. 그리고 배가 시간의 분포를 그렸다.

토요일 오후에 결과가 나왔다.

9,412개 가운데 9,411개는 배가 시간이 무한대 근처에 몰려 있었다. 자라지 않는다는 뜻이다. 바위니까. 그래프 오른쪽 끝에 회색 덩어리 하나로 뭉쳐 있었다.

점 하나가 그 덩어리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왼쪽, 혼자.

배가 시간 89일.


좌표를 띄웠다. 남위 18.3도, 동경 131.6도. 달 뒷면, 치올코프스키 크레이터의 북동쪽 테두리 바깥 비탈.

치올코프스키는 달 뒷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크레이터다. 지름 185킬로미터. 뒷면은 대부분 밝은 고지대인데, 이 크레이터 바닥만 검은 용암으로 덮여 있어서 사진으로 보면 흰 종이에 떨어진 잉크 한 방울 같다. 인류가 처음 뒷면 사진을 받았을 때 이름을 붙인 몇 안 되는 지형 가운데 하나다. 로켓의 아버지라 불리는 러시아 과학자의 이름이다. 그 이름이 붙은 크레이터의 가장자리에서, 무언가가 석 달마다 두 배씩 뜨거워지고 있었다.

나는 그 자리의 열 지도를 시간 순서대로 넘겼다.

2029년 2월. 주변보다 아주 조금 따뜻한 점. 바위 크레이터 하나와 구분이 안 된다. 5월. 조금 더 따뜻하다. 8월. 따뜻하다. 11월. 확실하게 따뜻하다. 그리고 올해 5월 마지막 자료. 영하 180도로 얼어붙은 밤의 땅 한가운데, 지름 1킬로미터 남짓한 둥근 자리가 섭씨 60도로 데워져 있다. 해가 진 지 열흘이 지났는데도.

나는 그 자리가 내는 열을 계산했다. 넓이와 온도를 넣으면 나온다.

0.8기가와트.

발전소 한 기가 내는 폐열쯤이다. 거대한 숫자다. 달 뒷면에 원자력 발전소가 하나 숨어 있는 셈이다.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숫자다.

지금 지구가 잃고 있는 에너지는 790테라와트다. 그 가운데 달 궤도로 가는 26테라와트와 바다가 태우는 3.5테라와트를 빼면 760테라와트가 행방불명이다. 0.8기가와트는 그 100만 분의 1이다.

에너지는 달로 갔다. 이 자리로 갔다. 석 달마다 두 배가 되는 박자가 그걸 말해 준다. 지구가 느려지는 박자, 달이 멀어지는 박자, 그리고 이 불씨가 뜨거워지는 박자. 세 개의 시계가 같은 박자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열로 새어 나오는 건 100만 분의 1뿐이다.

나머지 99만 9,999는 어디로 갔을까.

나는 그날 처음으로 그 자리를 이름으로 불렀다. 다른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열점.


그다음 일주일 동안 나는 외삽표를 다시 만들었다.

1년 전 노트에 연필로 적었던 표다. 그때는 연습이었다. 토끼 모양 구름이 정말 토끼라면 몇 킬로그램일까. 이제 구름은 토끼였다. 지구 자전, 달까지의 거리, 달 뒷면의 열. 세 가지 방법이 모두 같은 토끼를 그리고 있었다.

2030년 12월, 정상의 1,000배. 하루가 1년에 23밀리초씩 길어진다. 윤초를 몇 달마다 넣어야 한다. 윤초를 없애려고 준비하던 세계가 거꾸로 윤초를 쏟아붓게 된다. 위성 항법, 통신망, 금융 거래, 모두 시계 위에서 돌아간다. 그 시계와 지구가 어긋나기 시작한다.

2031년 6월, 4,000배. 1년에 0.1초.

2031년 12월, 1만 6,000배. 1년에 0.37초. 지구가 잃는 에너지는 6경 와트에 가까워진다. 달 전체가 받는 햇빛의 네 배가 넘는다.

2032년 6월, 6만 배.

나는 거기서 연필을 멈췄다. 1년 전에는 2031년 12월 줄을 다 쓰지 못하고 멈췄다. 한 줄 반을 더 온 셈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생각이 들었다. 1년 전에는 이 표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곳으로 간다는 게 ‘그러니 이건 진짜일 리 없다’는 뜻이었다. 이번에는 아니었다. 이건 진짜다. 세 개의 시계가 증언한다. 그렇다면 불가능해 보이는 그 끝도 누군가의 계산 안에 있다는 뜻이다.

자연은 이렇게 두 배가 되지 않는다. 자연의 그래프는 울퉁불퉁하다. 이 그래프는 1년 넘게 자로 그은 것처럼 매끄러웠다. 석 달마다 정확히 두 배. 89일, 오차 2일. 시계처럼.

나는 시계를 만드는 사람이다. 그래서 안다. 이렇게 정확한 박자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박자에는 박자를 세는 무언가가 있다.

누군가 버튼을 누르고 있다. 석 달마다 한 번씩, 조금 더 세게.

나는 그 문장을 노트에 적지 않았다. 숫자가 아니니까. 대신 그 문장은 노트를 덮은 뒤에도 오래 남아서 나를 노려봤다.


보고서는 6월 둘째 주에 완성됐다.

정부에 보내는 보고서, 국제지구자전국과 국제천문연맹에 보내는 보고서, 그리고 같은 날 공개할 논문의 개정판. 내용은 같았다. 지구 자전이 3개월마다 두 배씩 빨라지는 속도로 느려지고 있다. 달이 같은 박자로 멀어지고 있다. 그 에너지가 달 뒷면 한 점으로 모이고 있다. 그 점에서 열로 나오는 건 100만 분의 1이다. 나머지는 모른다. 그리고 이 추세가 이어지면 1년 반 안에 무엇이 벌어지는지.

마지막 장에는 이번에도 ‘내가 아직 배제하지 못한 것들’을 적었다. 세 가지였다. 1년 전에는 다섯 가지였다. 줄긴 줄었다.

보고서 맨 앞장에는 기관 이름이 들어가야 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그리고 그 아래 센터장 서명란.

센터장실의 다육식물은 여전히 열두 개였다. 열두 번째 화분은 이제 이름표가 떨어져 있었다. 적응이 끝난 모양이었다.

센터장은 보고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마흔두 쪽이었다. 한 시간 반이 걸렸다. 그동안 나는 의자에 앉아 창밖을 봤다. 그가 쪽을 넘길 때마다 종이 소리가 났다. 마흔한 번.

마지막 쪽을 덮고 그는 안경을 벗었다. 그리고 침묵. 나는 이번에는 쟀다. 습관을 이길 수가 없었다.

53초.

“1997년 이야기 기억하지.” 그가 말했다.

“네. 냉각기요.”

“그 냉각기 찾은 사람이 나야.”

나는 그를 봤다.

“입사 2년 차였어. 그 선배 밑에서 자료 정리하다가, 변동이 옆방 냉각기 돌아가는 시간이랑 겹치는 걸 봤어. 보고했지. 맞는 보고였어. 그 선배는 학회에서 철회 발표를 했고, 3년 뒤에 그만뒀어.” 그가 안경을 접었다. “그 뒤로 30년 동안 나는 서명을 아꼈어. 내가 남의 오류를 찾아낸 사람이니까, 내 서명에는 오류가 있으면 안 됐어. 그래서 확실하지 않은 데는 안 했어. 한 번도.”

그는 보고서 맨 앞장을 폈다.

“이건 확실해?”

나는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아니요. 마지막 장에 세 가지가 남아 있어요. 그런데 세 개의 측정이 같은 박자를 가리켜요. 서로 아무 상관 없는 방법으로요. 그게 우연일 확률은.” 나는 숫자를 말하려다가 멈췄다. “아주 작아요.”

“얼마나.”

“10억 분의 1보다 작아요.”

센터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만년필을 꺼냈다. 연구원에서 만년필을 쓰는 사람은 그 사람 하나뿐이다. 서명은 빨랐다. 30년 동안 아껴 둔 사람치고는 망설임이 없었다.

“10억 분의 1이면.” 그가 만년필 뚜껑을 닫으며 말했다. “그 선배 냉각기보다는 훨씬 낫네.”

그는 보고서를 나에게 건넸다. 그리고 창가로 가서 스포이트를 들었다. 오후였다. 물은 아침에 이미 줬을 거다. 그는 화분 앞에 서서 스포이트를 든 채로 한참 그냥 서 있었다.

“하람아.”

“네.”

“이번엔 하나도 안 즐거울 거라고 말 안 할게. 이번엔 진짜로 안 즐거울 거니까. 굳이 말할 필요가 없어.”


보고서는 2030년 6월 15일, 세계 표준시 정오에 공개됐다. 한국 시각으로 밤 아홉 시. 파리 오후 두 시. 워싱턴 오전 여덟 시. 세계가 동시에 깨어 있는 시간은 늘 누군가에게 한밤중이다. 이번에는 내 차례였다. 엄밀히 말하면 한밤중까지 세 시간이 남아 있었지만. 괜찮았다. 나는 원래 밤에 일하는 사람이니까.

첫 공식 반응은 공개 41분 뒤에 왔다. 국제지구자전국의 성명도 아니고, 정부의 발표도 아니었다. 뮌헨이었다.

하르트무트 브레너 교수가 자기 연구소 홈페이지에 짧은 글을 올렸다. 영어와 독일어로. 클레르가 링크를 보냈다. 나는 그걸 시계실 앞 복도에서 휴대폰으로 읽었다.

작년 7월, 저는 박하람 박사의 예비 발표에서 대기 자료의 계통 오차를 지적했습니다. 그 지적은 옳았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결론도 옳았습니다. 저는 그 사실을 공개적으로 말하는 데 11개월이 걸렸습니다. 제 그룹은 지난 12월 독립적인 계산으로 같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과학계가 이 결과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를 요청합니다.

세 줄이었다. 정직해서 좋았다. 이번에는 아프지 않았다.

그날 밤 내 휴대폰에는 메시지가 400개 넘게 쌓였다. 기자, 모르는 번호, 대학 동기들, 그리고 선우진. 선우진의 메시지는 사진 한 장이었다. 반쯤 먹은 김밥. 아래에 한 줄.

축하해. 이제 말해도 돼. 확실해졌으니까.

나는 답하지 않았다. 확실해진 건 일부였다. 지구가 느려진다. 달이 멀어진다. 그 에너지가 달 뒷면 한 점으로 간다. 거기까지는 확실했다.

나는 지하로 내려갔다. 두꺼운 문을 두 번 열었다. 수소 메이저 여섯 대가 웅웅거렸다. 1초에 14억 2천만 번. 우주 어디서나 똑같은 박자. 그 소리를 들으며 나는 시계실 바닥에 앉았다.

870테라와트가 달 뒷면의 한 점으로 들어간다. 열점을 찾고 보름 만에 110테라와트가 늘었다. 그리고 거기서 100만 분의 1만 열이 되어 나온다.

나머지는 어디로 가는가.

그 질문은 보고서에 한 줄로 적혀 있었다. ‘나머지는 모른다.’ 그날 밤 세상은 다른 숫자들에 놀라느라 그 줄을 거의 읽지 않았다. 하루가 길어진다는 것, 윤초, 1년 반. 사람들은 자기 시계에 닿는 숫자부터 읽는다.

나는 그 한 줄만 계속 읽었다.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곳은 지구에서 영원히 보이지 않는 땅에 있었다. 치올코프스키 테두리 바깥의 이름 없는 비탈. 열 지도 위에서는 손톱 하나로 가려지는 하얀 점.

열세 달 뒤, 나는 그 비탈에 앉게 된다. 지구와 교신이 끊긴 로버 안에서, 24초마다 남서쪽으로 기우는 플라스틱 레몬 하나를 올려다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