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하루 · 23장
늘어나는 하루 · 도해

23장

달 뒷면, 열점에서 착륙선까지
다음 배가 없음
약 10분

돌아가는 길은 오르막이 아니다.

40킬로미터 동안 줄곧 내리막이다. 오는 길에 900미터를 올라왔으니까. 그런데 리드 대장은 시속 4킬로미터를 넘기지 않는다. 오른쪽 가운데 바퀴가 끌린다. 그 진동이 바닥을 타고 올라와 보조석 아래에서 일정하게 덜컹거린다. 바퀴가 한 바퀴 돌 때마다 한 번. 나는 그걸 세지 않는다. 처음으로 세지 않는다.

해는 서쪽 하늘 25도. 우리 등 뒤에 있다. 일주일 전 이 길을 올 때는 해가 등 뒤 동쪽에 있었다. 해는 그동안 하늘을 반 바퀴 돌았다. 그림자가 차 앞으로 길게 눕는다. 낮은 햇빛 속에서 바위마다 긴 그림자를 끌고 있어서, 올 때는 평평해 보이던 땅이 지금은 울퉁불퉁하다. 같은 길인데 다른 길 같다.

출발하기 전에 리드 대장과 나는 마지막으로 가장자리에 갔다. 슈트포트로. 삼각대와 라이다는 그 자리에 두었다. 바닥의 광검출기와 중력계도. 가져갈 수 없다. 케이블만 가장자리에서 끊었다. 그리고 나는 가장자리 3미터 앞에 서서 아래를 봤다.

해가 낮아서 햇빛은 맞은편 벽 위쪽 20미터에만 걸려 있다. 그 아래는 깜깜하다. 그 바닥에 무엇이 있는지 나는 안다. 장갑 한 장 너머로 만져 봤으니까. 41도. 먼지 하나 없는, 빛을 먹는 표면.

이제 숨을 쉬지 않는다.

나는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리드 대장도. 우리는 30초쯤 거기 서 있었다. 그리고 그가 내 팔을 아주 가볍게 두 번 두드렸다. 가자는 뜻이었다.


천장의 레몬은 똑바로 아래를 가리킨다.

로버가 덜컹거릴 때마다 실 끝에서 조금 흔들린다. 바퀴 때문이다.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24초마다 남서쪽으로 기울던 박자가 없다. 무릎 위의 중력계 화면에도 없다. 바닥 중력계에서 마지막으로 받은 기록, 그리고 로버 중력계의 지금 기록. 평평하다. 아무 무늬 없는 잡음. 텔레비전 화면의 지지직처럼.

착륙한 날 시계 잔차가 지지직이 아니었을 때, 나는 그게 무서웠다. 지금은 지지직이 조금 쓸쓸하다.

“선실 31도.” 왕징이 말한다. 침상에 기대어, 왼손으로 계기판을 짚으며.

리드 대장이 냉방을 조금 올린다. 배터리 잔량이 그만큼 내려간다. 그는 그 숫자를 보고, 다시 냉방을 반쯤 내린다. 30.5도. 땀이 목을 타고 흐른다.

18킬로미터 지점에서 배터리 경보가 뜬다. 예정보다 30분 이르다. 오른쪽 가운데 바퀴가 끌리는 만큼 모터가 더 일한다. 리드 대장은 경보를 끄고 속도를 시속 3.5킬로미터로 줄인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계산할 필요가 없다. 왕징이 이미 했다.

“남은 거리 22킬로미터, 남은 전력으로 26킬로미터.” 왕징이 말한다. “4킬로미터 남아요.”

“충분합니다.” 리드 대장이 말한다.

충분하지 않다. 나는 안다. 그도 안다. 그래도 그는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 말을 들으니 이상하게 충분할 것 같다.


착륙선이 지평선 위로 보인 건 오후 여섯 시를 조금 넘겨서다. 아침 7시 반에 떠났으니 열 시간 50분. 배터리 경보는 그사이 두 번 더 울렸다.

처음에는 점 하나다. 낮은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은빛 점. 다가갈수록 다리 네 개가 보이고, 그 옆에 펼쳐진 태양전지판, 그 옆에 거주 모듈의 둥근 지붕. 그리고 착륙선 북서쪽 15미터, 땅에서 구리 띠 한 가닥이 나오는 자리. 그 아래 1미터에 내 시계가 있다. 구리 띠는 착륙선 그늘 속에 세운 작은 판 하나로 이어진다. 방열판. 0.4제곱미터. 지금은 착륙선 동쪽 그늘에 서 있다. 해가 서쪽으로 내려오면서 그늘이 동쪽으로 돌아갔고, 아난드가 오늘 아침 그 그늘을 따라 판을 옮겼다.

아난드가 에어록 밖에 나와 서 있다. 흰 선외 활동복, 금빛 바이저. 그는 우리를 보자 팔을 크게 흔든다. 두 팔로. 그리고 토끼처럼 뛰어서 로버 쪽으로 온다. 달에서 뛰는 사람을 그렇게 반가운 마음으로 본 적은 없다.

“다들 살아 있죠?” 그의 목소리가 무전으로 들린다. 처음으로 3초 지연 없이. 직접. “의사로서 확인하는 거예요.”

“넷 다입니다.” 리드 대장이 말한다.


아난드가 에어록으로 돌아가는 동안 리드 대장이 로버 꽁무니를 거주 모듈의 도킹 고리에 댄다. 일주일 전 떠날 때 셋이 탄 길이다. 해치 두 개가 맞물리고, 압력이 맞춰지고, 우리는 우주복 없이 걸어 들어간다. 왕징은 부목 낀 팔을 가슴에 붙이고, 나는 그 옆에서. 거주 모듈에서 유연한 통로를 지나면 착륙선 선실이다.

선실에 들어가자 화약 냄새가 난다. 달 먼지 냄새. 착륙한 날 처음 맡은 냄새가 열이틀 동안 진해졌다. 선실 벽 비닐 덮개에는 내 글씨와 아난드의 글씨가 빼곡하다. 맨 아래, 내가 쓴 줄과 그 밑에 아난드가 쓴 줄.

모르겠으면 아무것도 하지 말 것. 아무것도 안 하는 동안 할 일: 기다리기.

아난드가 왕징의 부목을 푼다. 손가락 끝으로 부은 자리를 아주 조심스럽게 짚는다. 왕징은 이를 악물지 않는다. 그냥 아난드를 본다.

“잘 붙고 있어요.” 아난드가 말한다. “대장님 부목 솜씨가 좋아요. 의사로서 칭찬하는 거예요.”

리드 대장은 대답하지 않는다. 대신 아난드에게 묻는다.

“착륙선 상태.”

아난드가 손을 멈춘다. 그리고 나는 그 얼굴에서 무언가를 본다. 어제부터 하고 싶었는데 참았던 말.

“나쁜 소식이 있어요.” 그가 말한다. “어제 아침에 알았어요. 휴스턴도 같이 봤고요. 둘이 상의해서 응답이 끝날 때까지 로버에는 말하지 않기로 했어요. 거기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으니까요. 모르겠으면 아무것도 하지 말 것. 그래서 기다렸어요.”


상승단 추진제 탱크를 누르는 가스 밸브 하나. 그 밸브의 봉합이 먼지에 갉혔다.

착륙할 때 엔진 바람에 날린 레골리스가 하강단 틈으로 들어갔다. 착륙한 날 선실에서 맡은 그 냄새의 정체다. 가루 몇 알이 상승단 밸브 근처 이음매까지 갔다. 그 가루는 모서리가 날카롭다. 운석이 깨뜨린 유리와 돌 부스러기니까. 13일 동안 밸브가 온도 변화로 아주 조금씩 늘었다 줄어들 때마다, 그 가루가 봉합을 긁었다.

“새는 속도는 아주 느려요. 근데 13일이에요.” 아난드가 화면을 띄운다. “추진제 6퍼센트를 잃었어요.”

리드 대장이 그 숫자를 본다. 2초. 그리고 계산한다. 소리 내지 않고. 나도 한다.

상승단이 궤도까지 올라가 귀환선을 만나려면 정해진 속도를 내야 한다. 그 속도를 내는 데 드는 추진제는 실은 무게에 비례한다. 추진제가 6퍼센트 줄면, 실을 수 있는 무게도 그만큼 줄어야 한다. 상승단 무게에서 6퍼센트.

“240킬로그램입니다.” 리드 대장이 말한다.

“240.” 아난드가 따라 말한다. “저도 그렇게 나왔어요.”

“그리고 바깥 해치.” 왕징이 말한다. 에어록 쪽을 보며. “봉합에 먼지 끼었죠. 아난드 씨 들어올 때 압력 떨어지는 소리 났어요.”

“조금씩 새요.” 아난드가 고개를 끄덕인다. “테이프로 막으면 이륙까지는 버틸 거예요. 그래도 이륙 때는 다들 여압복 입고 헬멧 닫아야 돼요.”

아폴로 우주인들도 달 먼지와 싸웠다. 우주복 지퍼가 뻑뻑해지고, 장비 봉합이 새고, 냄새가 선실에 배었다. 60년이 지났는데 달 먼지는 그대로다. 우리는 그 먼지 위에 13일 동안 살았다.


버릴 것의 목록을 만든다. 선실 벽 비닐 덮개에, 매직으로. 리드 대장이 부르고 왕징이 적는다. 왼손 글씨라 삐뚤다.

계획상 원래 두고 가기로 한 것들은 이미 빠져 있다. 로버, 거주 모듈, 선외 활동복, 태양전지판. 그 다음부터가 새로 버려야 할 것들이다.

암석 시료: 58kg.

아난드가 그 줄을 오래 본다. 13일 동안 그가 모은 돌. 달 뒷면의 돌. 지질학자로서 평생 한 번 만져 볼 수 있을까 말까 한 돌.

“하나만 남겨도 돼요?” 그가 묻는다. “200그램짜리.”

“됩니다.” 리드 대장이 말한다.

예비 부품: 41kg. 촬영 장비: 12kg. 의료 상자 절반: 9kg. 접이식 작업대와 침낭 넷: 35kg.

155킬로그램. 아난드의 돌 200그램을 빼면 154.8. 모자란다.

나는 오른쪽 벽을 본다. 작업대 아래 케이블 관통 포트. 그 포트로 전원선과 광섬유가 들어온다. 15미터 밖, 땅속 1미터 아래에서.

“제가 정할게요.” 내가 말한다.

리드 대장이 나를 본다. 그리고 기다린다.

“시계요. 본체 52킬로그램. 전자 장비 선반 31킬로그램. 합해서 83.” 나는 숫자를 말한다. 숫자를 말하면 목소리가 흔들리지 않는다. “154.8에 83을 더하면 237.8. 개인 소지품 넷 다 버리면 6킬로그램. 243.8.”

선실이 조용하다. 환기 팬이 방향을 바꾸는 딸깍 소리.

“박 박사.” 리드 대장이 말한다. 그리고 고친다. “하람.”

“네.”

“그건 박사가 7년 동안 만든 겁니다.”

“알아요.” 내가 말한다. “그런데 이제 할 일을 다 했어요. 그리고 여기가 대전 시계실보다 조용해요.”


시계는 묻힌 채로 둔다.

꺼내지 않는다. 꺼낼 필요가 없다. 지구로 가져가지 않을 거니까. 대신 나는 작업대 앞에 앉아서 시계에 마지막 명령을 넣는다. 시동 순서. 진공, 냉각 레이저, 시계 레이저, 원자 포획, 격자, 시계. 착륙한 날 선실에서 하나씩 지나갔던 그 단계들.

그 단계들을 혼자 지나가도록 건다. 해가 뜨면.

하강단은 남는다. 태양전지판과 배터리, 그리고 중계위성으로 신호를 보내는 송신기도. 해가 뜨면 전지판이 전기를 만들고, 그 전기가 땅속 시계를 깨운다. 시계가 깨면 대전과 신호를 주고받는다. 아무도 커플러 나사를 돌려 주지 않아도, 운이 좋으면 레이저가 공진기에 잡힐 거다. 운이 나쁘면 잡히지 않을 거고.

그리고 방열판. 아무도 하루 두 번 옮겨 주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구리 띠를 끌어 방열판을 아침 자리에 세워 둔다. 해가 동쪽에 낮게 있을 때 착륙선 그늘이 드리우는 서쪽 자리. 해가 뜨고 닷새쯤은 그 그늘이 판을 덮을 거다. 그다음에는 해가 높아져서 그늘이 판에서 비켜난다. 시계는 더워지고, 온도 한계를 넘고, 스스로 꺼질 것이다.

그러니까 이 시계는 달의 아침마다 닷새씩 깨어 있을 거다. 그리고 해가 높아지면 잔다. 달의 하루는 29일 반이다. 한 달에 닷새. 그래도 깨어 있는 동안은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방에서 세계에서 가장 정확하게 셀 거다.

다음 해돋이는 8월 14일이다.

나는 작업대 모서리를 손바닥으로 두 번 두드린다. 착륙한 날 시계 레이저가 처음 잡혔을 때처럼.


개인 소지품 가방을 비운다. 육각 렌치, 그라스 관측소 배지, 뜯지 않은 김 한 봉지, 연필 세 자루. 노트는 남긴다. 노트는 데이터다. 데이터는 무게에서 빠진다. 리드 대장이 그렇게 정했다.

그리고 비닐 지퍼 봉지 하나. 4그램. 용도: 광학 수리.

나는 그걸 작업대 위에 둔다. 버리는 쪽에.

리드 대장이 그 봉지를 집는다. 그리고 내 손에 다시 쥐여 준다.

“4그램은 오차 안입니다.” 그가 말한다.

그리고 그는 로버에서 가져온 것 하나를 꺼낸다. 플라스틱 레몬 하나와 고추 일곱 개. 실에 꿰인 채로. 그는 그걸 아난드에게 내민다.

“이것도.” 그가 말한다. “가져가십시오. 30그램입니다.”

아난드가 그걸 받는다. 그리고 웃는다. 처음에는 소리 없이, 그다음에는 크게. 그는 그걸 상승단 조종석 위 손잡이에 묶는다. 리드 대장 좌석 바로 위에.


D+13 오후 1시 40분. 이륙 20분 전.

우리는 주황색 여압복을 입고 있다. 착륙할 때 입었던 그 옷. 헬멧을 닫았다. 바깥 해치는 은빛 테이프 세 겹으로 막았다. 선실 압력이 아주 천천히 떨어진다. 이륙까지는 버틴다.

나는 조종석 창 너머를 본다. 비스듬히 아래로, 착륙선 하강단 모서리 너머로. 서쪽 그늘 속에 방열판 하나. 거기서 구리 띠 한 가닥이 북서쪽으로 15미터를 기어가 땅속으로 들어간다. 그 1미터 아래에 내 아기가 있다. 지금은 깨어 있다. 마지막으로 대전과 신호를 주고받고 있다. 10⁻¹⁷. 24초 무늬 없는 잔차. 지지직.

“이륙 1분 전.” 리드 대장이 말한다.

천장의 레몬이 가만히 아래를 가리킨다.

“30초.”

나는 상자를 끌어안지 않는다. 끌어안을 상자가 없다. 대신 좌석 팔걸이를 쥔다. 팔걸이를 쥔다고 로켓이 덜 흔들리는 건 아니다.

“10초.”

착륙선 하강단이 우리 발아래 남는다. 상승단 엔진이 그 위에서 불을 켠다. 하강단은 이륙대가 된다. 착륙선의 절반이 달에 남아서 나머지 절반을 하늘로 밀어 올린다.

“점화.”

진동이 좌석을 타고 척추로 올라온다. 소리는 없다. 바깥에는 공기가 없으니까. 몸이 좌석에 눌린다. 달 중력의 몇 배. 원심분리기의 4g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기절하지 않는다.

천장의 레몬이 똑바로 엔진 쪽을 가리킨다. 실이 팽팽하다. 흔들리지 않는다. 24초마다 남서쪽으로 기울던 플라스틱 레몬이, 지금은 우리를 밀어 올리는 불꽃 쪽만 가리킨다. 그게 아래다. 진짜 아래.

창밖으로 땅이 멀어진다. 하강단, 태양전지판, 거주 모듈. 방열판의 반짝임 하나. 그리고 남서쪽 지평선 너머 40킬로미터, 보이지 않는 비탈. 그 비탈 위 여섯 갈래의 길. 해가 닿지 않는 우물. 1킬로미터 아래, 1억 년 동안 기다린 무엇.

다음 배가는 없다.


귀환선과 도킹한 건 네 시간 뒤다.

해치가 열리고, 우리는 하나씩 상승단에서 귀환선으로 넘어간다. 무게가 없는 공간. 아난드가 먼저, 왕징을 부축하며. 그다음 나. 마지막으로 리드 대장.

그는 해치를 닫기 전에 돌아본다. 상승단 조종석. 손잡이에 묶인 레몬 하나와 고추 일곱 개. 그는 손을 뻗어 그 실을 푼다. 그리고 그걸 귀환선 조종석 손잡이에 다시 묶는다. 무게가 없으니 레몬은 아무 쪽도 가리키지 않는다. 그냥 떠 있다.

리드 대장이 귀환선 안을 둘러본다. 아난드, 왕징, 나.

나는 그가 무엇을 할지 안다. 구덩이를 함께 파던 날 그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 제 일은 네 명 데려와서 네 명 데려가는 겁니다. 그리고 그 일의 절반을 오늘 했다.

그는 휴스턴을 연다.

“휴스턴, 자오선. 도킹 완료. 승무원 전원 귀환선 탑승.” 3초. 그는 잠깐 말을 멈춘다. 그리고 체크리스트에는 없는 한 줄을 덧붙인다.

“네 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