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하루 · 18장
늘어나는 하루 · 도해

18장

달 뒷면, 열점
다음 배가까지 40일
약 12분

응답은 사슬이다.

한쪽 끝에는 내 시계가 있다. 40킬로미터 뒤, 착륙선에서 15미터 떨어진 땅속 1미터 아래. 이터븀 원자 몇천 개가 1초에 518조 번 남짓 흔들리는 박자. 다른 쪽 끝에는 바닥이 있다. 138미터 아래 그것의 표면. 빛을 먹는 창.

그 사이를 이어야 한다. 27시간 반 뒤 어느 한순간에, 시계가 가리키는 정확한 시각에, 빛 한 줄기가 바닥에 닿도록. 오차는 1틱 안쪽. 0.7나노초. 빛이 21센티미터를 가는 시간.

나는 노트에 사슬을 그린다. 고리 하나에 한 줄씩. 그리고 고리마다 그 고리가 틀릴 수 있는 크기를 적는다. 지도교수님이 가르쳐 준 방법이다. 남이 찾기 전에 내가 먼저 약점을 적는다.

1. 시계. 시간당 10⁻¹⁷만큼 흘러간다. 27시간 반 동안 쌓여도 100억 분의 1초 남짓. 무시한다.

2. 광섬유 15미터. 시계에서 착륙선까지. 유리는 온도에 따라 늘었다 줄어든다. 땅 위로 드러난 몇 미터가 해 때문에 데워지면 빛이 몇 피코초 늦게 간다. 아난드가 방열판을 옮길 때 광섬유를 건드리지 않으면 된다.

3. 착륙선에서 로버까지. 이게 가장 긴 고리다. 착륙선이 시계의 시각을 전파에 실어 하늘의 중계위성으로 쏘고, 위성이 그걸 로버로 내려보낸다. 6만 5천 킬로미터를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 0.4초가 넘게 걸린다. 그리고 그 길이는 위성이 움직이는 만큼 계속 바뀐다.

그런데 이건 푸는 방법이 있다. 양쪽에서 동시에 쏘는 것이다. 착륙선은 로버에게 자기 시각을 보내고, 로버도 착륙선에게 자기 시각을 보낸다. 같은 길을 반대 방향으로. 두 신호가 걸린 시간을 서로 빼면 길이가 지워진다. 남는 건 두 시계의 차이뿐이다. 세계의 표준시 연구소들이 대륙 너머의 시계를 서로 맞출 때 쓰는 방법이다. 2년 전 클레르의 시계를 확인할 때는 위성 하나를 양쪽에서 동시에 올려다보는 방법을 썼지만, 원리는 같다. 길을 지운다.

다만 달에서는 지워지지 않는 게 몇 개 남는다. 신호가 올라가는 동안에도 위성은 움직인다. 올라가는 신호와 내려오는 신호가 위성을 지나는 순간이 조금 다르다. 그리고 달이 돈다. 아주 천천히, 한 달에 한 바퀴. 도는 땅 위에서 빛을 동쪽으로 보낼 때와 서쪽으로 보낼 때 걸리는 시간이 다르다. 사냐크 효과. 계산해 보면 0.07나노초. 작다. 하지만 1틱의 10분의 1이다. 넣는다. 위성이 움직이는 몫도 궤도표로 계산해서 넣는다.

4. 로버의 루비듐 시계. 중계위성 신호는 1초에 한 번 온다. 그 사이를 이어 줄 시계가 로버에 하나 있다. 손바닥만 한 루비듐 원자시계. 혼자 두면 하루에 수십 나노초씩 흘러간다. 그래서 붙들어 맨다. 중계위성 신호가 올 때마다 루비듐을 내 시계 쪽으로 아주 조금씩 당긴다.

여기서 나는 연필을 멈춘다. 그리고 내 가방에서 비닐 지퍼 봉지 하나를 꺼낸다. 4그램. 용도: 없음.

조금씩 자주 주는 게 한꺼번에 많이 주는 것보다 오차가 작다.

1분에 한 번 당기기로 한다. 한 번에 아주 조금. 센터장님이 30년 동안 창가 화분에 물을 준 방식대로. 한꺼번에 크게 당기면 루비듐이 놀라서 출렁인다. 조금씩 자주 당기면 시계는 당겨지는 줄도 모르고 따라온다. 계산해 보니 이렇게 하면 루비듐은 내 시계에서 0.05나노초 안쪽으로 붙어 있다.

나는 그 줄 옆에 작게 적는다. 스포이트 방식. 왕징이 그걸 보고 묻지 않는다. 대신 아주 조금 입꼬리를 올린다.

5. 라이다 방아쇠. 루비듐이 ‘지금’이라고 말하면 라이다가 쏜다. 그런데 방아쇠를 당기고 빛이 실제로 나오기까지 몇 나노초가 걸리고, 그 몇 나노초가 펄스마다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 그건 미리 맞추지 않고 잰다. 라이다 출구에 광검출기를 하나 더 붙인다. 시계 예비 부품으로 챙겨 온 마지막 하나. 빛이 나오는 순간을 직접 받아 적는다. 정밀도 0.03나노초.

6. 가장자리에서 바닥까지. 빛이 138미터를 내려가는 시간. 460나노초. 이건 사실 지워진다. 듣기 시작하는 빛도, 노크하는 빛도 같은 삼각대에서 같은 길을 내려가니까. 두 빛에 똑같이 460나노초가 더해지고, 그것이 세는 건 둘 사이의 간격이다. 길이가 1미터 틀려도 상관없다.

상관있는 건 그 길이가 27시간 반 동안 변하지 않는 것이다. 삼각대 다리는 해가 움직이면 늘었다 줄어든다. 가장자리 땅은 어제처럼 내려앉을 수 있다. 길이가 1미터 바뀌면 3나노초다. 그건 안 된다. 그러니까 길이를 계속 재야 한다.

그런데 라이다로는 바닥까지 잴 수 없다. 바닥은 빛을 돌려보내지 않으니까.

나는 그 줄에서 오래 멈춘다. 그리고 왕징이 먼저 말한다.

“상자요.”

“네?”

“바닥은 빛을 안 돌려보내요. 근데 하람 씨가 두고 온 중력계 상자는 돌려보내요. 흰 칠 했잖아요.” 왕징이 부목 낀 팔로 노트를 가리킨다. “상자까지 재고, 상자 높이를 빼면 돼요. 상자 높이는 제가 알아요. 31센티미터.”

나는 그 줄에 적는다. 상자로 잰다. 정밀도 1센티미터, 0.03나노초. 27시간 반 동안 한 번도 바뀌지 않는지 본다. 그리고 그 아래에 하나를 더 적는다. 그것은 듣는 동안 들어오는 빛을 세지 않는다. 그제 우리가 헬멧 불빛을 켜고 30분 동안 구덩이 안에 있었는데도 아무 일도 없었다. 그러니까 듣기 시작한 뒤에는 상자를 몇 번이고 재도 된다.


그리고 마지막 고리. 고리가 아니라 고리들을 감싸는 것.

7. 상대성.

시계를 다루는 사람에게 높이는 시간이다. 높은 곳의 시계는 빨리 가고, 낮은 곳의 시계는 늦게 간다. 중력이 약한 곳에서 시간이 더 빨리 흐르니까. 착륙한 날 달의 시계가 지구의 시계보다 하루 56마이크로초 빨리 간다고 썼던 것과 같은 이야기다. 지구 표면에서는 1센티미터 높이마다 10⁻¹⁸. 달에서는 중력이 6분의 1이니까 그만큼 작다. 그래도 몇백 미터면 몇 나노초가 된다.

내 시계는 착륙 지점의 땅속에 있다. 열점은 거기보다 900미터 높다. 바닥은 그 138미터 아래, 그러니까 착륙 지점보다 762미터 높다. 그것이 박자를 세는 곳, 우리 빛이 닿는 곳은 바닥이다. 그 바닥의 시계는 내 시계보다 빨리 간다. 얼마나. 달 중력 1.62에 높이 762를 곱하고 빛의 속도 제곱으로 나눈다. 1.37×10⁻¹⁴. 27시간 반이면 1.36나노초.

1틱의 두 배다. 넣는다. 그것의 2¹²박자를 바닥의 시간으로 세고, 그걸 내 시계의 시간으로 바꾼다.

하나가 남는다. 박자의 길이를 무엇으로 볼 것인가.

정의대로라면 한 박자는 2³⁵틱이다. 1틱은 수소의 한 박자. 그것이 문장의 첫머리에 스스로 말한 숫자다. 4,096박자는 4,096 곱하기 2³⁵틱. 아무 오차가 없는 숫자다.

다른 길도 있다. 지난 이틀 동안 잰 박자의 주기를 그대로 쓰는 것. 실제로 잰 숫자니까. 그런데 그 숫자에는 오차가 있다. 박자 하나를 재는 정밀도가 100나노초라서, 4천 개 남짓으로 맞춘 주기는 상대 오차가 4×10⁻¹⁴쯤 된다. 그걸로 27시간 반 뒤를 내다보면 3나노초 넘게 흔들린다. 4틱이 넘는다.

잰 주기를 정의값과 비교해 본다. 바닥의 높이를 넣고 내 시계 기준으로 바꿔서. 잰 주기가 정의값보다 1.6×10⁻¹⁴만큼 길다. 오차가 4×10⁻¹⁴이니까 오차의 절반도 안 된다. 그러니까 둘은 같다. 잰 주기는 정의값과 오차 안에서 맞는다.

나는 정의값을 쓰기로 한다. 오차가 없는 숫자를 두고 오차가 큰 숫자를 쓸 이유가 없다. 그것은 자기 박자가 2³⁵틱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믿는다.

노트에 적는다. 박자 = 2³⁵틱 (정의). 잰 주기와의 차 +1.6×10⁻¹⁴, 오차 안. 버린다.

그 마지막 두 글자를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썼다. 내 인생에서 수천 번 쓴 두 글자다. 오차 안. 버린다.


사슬은 다 그렸다. 이제 고리 하나가 부서져 있다.

라이다. 어제 가장자리와 함께 넘어진 삼각대 위에 있던. 리드 대장이 오늘 아침에 주워 왔다. 창에 금이 두 줄 가 있고, 머리를 받치는 마운트가 한쪽으로 휘어 있다.

“마운트 0.8도 휘었어요.” 왕징이 사진을 보며 말한다. “그 정도면 빛은 나가요. 대신 겨냥이 틀어져요. 구멍 지름 40미터에 바닥까지 138미터니까 0.8도면 2미터 빗나가요. 바닥에는 닿아요. 상자에는 안 닿고요.”

“상자에 닿아야 거리를 재요.”

“알아요. 그러니까 고쳐야 돼요.”

라이다 머리는 신발 상자만 하다. 로버 옆구리에는 시료를 안으로 들이는 작은 통과구가 있다. 원래는 돌멩이를 담은 통을 들이는 데 쓰는 상자형 문이다. 리드 대장이 바깥에서 라이다 머리를 그 문에 넣고, 내가 안에서 꺼낸다. 레골리스 가루가 같이 들어온다. 화약 냄새. 착륙한 날 선실에서 맡은 그 냄새다.

나는 라이다 머리를 보조석 무릎 위에 올린다. 왕징이 침상에 앉아서, 왼손으로 태블릿의 설계도를 넘긴다.

“나사 네 개 풀어요. 마운트 아래쪽. 대각선 순서로.”

푼다. 육각 렌치. 대학원 시절 지도교수님이 준 그 렌치를 개인 소지품 가방에서 꺼낸다. 1.5킬로그램 안에 넣어 온 것들 가운데 하나.

“휜 쪽이 어디예요?” 왕징이 묻는다.

“왼쪽 앞.”

“거기 받침을 넣어요. 0.8도면.” 왕징이 눈을 감고 계산한다. 1초. “0.4밀리미터.”

받침은 알루미늄 테이프로 만든다. 한 겹 0.08밀리미터. 다섯 겹을 겹쳐서 가위로 자른다. 손톱만 한 조각. 그걸 마운트 아래 왼쪽 앞에 끼운다. 나사를 다시 조인다. 대각선 순서로. 왕징이 그 순서를 하나하나 부른다. 나는 그 목소리를 따라 손을 움직인다.

착륙한 날 나는 혼자서 커플러 나사를 돌렸다. 아난드가 옆에서 떨어진 나사를 받아 줬다. 오늘은 왕징의 목소리가 내 손을 움직인다. 그 사람의 오른손이 할 일을 내 손이 대신 한다. 그 사람은 내 손을 자기 손처럼 부린다. 정확하게.

“이제 창.” 왕징이 말한다.

금 두 줄. 하나는 창 가장자리에서 시작해서 1센티미터쯤 들어왔다. 다른 하나는 짧다. 빛이 지나가는 한가운데는 비켜 있다. 다행이다. 하지만 이대로 두면 금은 자란다. 달의 밤낮 온도 차, 그리고 다시 땅이 흔들리면.

“금 끝에 접착제 한 방울씩 떨어뜨려요.” 왕징이 말한다. “그러면 거기서 멈춰요. 끝을 둥글게 만들어 주는 거예요. 날카로운 끝에서 금이 자라니까.”

“한 방울이 얼마예요?”

“아주 작게요. 금 끝만 덮게. 많이 떨어뜨리면 빛이 지나가는 데까지 번져요.”

나는 비상 수리 키트에서 광학 접착제 튜브를 꺼낸다. 튜브 입구는 지름 3밀리미터다. 한 방울이 너무 크다.

그리고 나는 비닐 지퍼 봉지를 다시 연다.

스포이트로 접착제를 아주 조금 빨아들인다. 눈금 0.1밀리리터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양. 그리고 금의 끝, 1센티미터 들어온 그 끝에 스포이트 머리를 댄다. 숨을 멈춘다. 고무 머리를 아주 살짝 누른다.

한 방울. 작다. 금 끝을 덮고, 번지지 않는다.

두 번째 금 끝에 한 방울 더.

“됐어요.” 왕징이 말한다. 그리고 내 손에 들린 스포이트를 본다. “그게 그거였어요? 대장님 목록에 있던 거. 용도 없음.”

“네.”

왕징이 아주 짧게 웃는다. 운전석의 리드 대장이 돌아보지 않은 채로 말한다.

“용도 수정합니다. 광학 수리.”


아난드는 이제 혼자서 27시간 반을 지켜야 한다.

“제가 할 일은요?” 3초 늦게 그가 묻는다.

“방열판은 예정대로 두 번 옮겨요. 광섬유는 건드리지 말고요. 착륙선 송신기 전원은 무슨 일이 있어도 끄지 마요.” 나는 하나씩 말한다. 그는 받아 적는다. 40킬로미터 뒤 선실 벽, 내가 매직으로 절차를 적었던 비닐 덮개 위에. “그리고 시계 온도가 절차서 한계를 넘으면.”

“부를게요.”

“부르세요. 그런데 제가 대답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하지 마요. 27시간 반 동안 시계가 한 번이라도 박자를 놓치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해요.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 할 시간이 없어요.”

3초. “그럼 절차서 맨 아래 줄 그대로네요.”

“네.”

“모르겠으면 아무것도 하지 말 것.” 아난드가 읽는다. 그리고 웃는다. “제 인생 좌우명이 될 것 같아요. 의사가 이런 좌우명 가지면 안 되는데.”


임무 시각 오후 7시, 리드 대장이 혼자 나간다. 왕징은 못 나가고, 나는 안에서 사슬을 지켜야 한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그 혼자다. 셋 가운데 둘이 안에 남는다.

그는 예비 카메라 삼각대를 가장자리에서 5미터 물러난 자리에 세운다. 어제 무너진 가장자리는 둥글던 테두리를 한쪽으로 3미터쯤 먹어 들어갔다. 그는 라이다 머리를 삼각대 위에 올리고, 머리가 구멍 한가운데 아래를 겨누도록 각도를 맞춘다. 내가 로버 안에서 겨냥 영상을 보고 숫자를 부른다. 왼쪽으로 0.2도. 아래로 0.1도. 그는 손잡이를 아주 조금씩 돌린다. 장갑 낀 큰 손으로.

케이블을 로버까지 끌어온다. 300미터 남짓. 바닥의 두 상자에서 올라온 케이블도 가장자리에서 이어 붙여 함께 끌어온다. 우리는 갈래길을 따라 한가운데에서 300미터까지 물러날 것이다. 바퀴 하나가 끌리는 로버로. 300미터면 한가운데에서 기울기 3.3도, 무게 출렁임 19퍼센트. 어제 같은 큰 박자가 와도 그 정도면 버틴다. 계산으로는.

7시 20분, 리드 대장이 슈트포트로 들어온다. 로버가 갈래길을 따라 뒤로 물러난다. 시속 2킬로미터. 오른쪽 가운데 바퀴가 끌리는 진동이 바닥을 타고 온다. 300미터 지점에서 멈춘다.

창밖으로 가장자리가 작게 보인다. 그 앞에 삼각대 하나. 그 위에 신발 상자만 한 라이다 머리. 내가 고친 마운트, 내가 한 방울씩 떨어뜨린 접착제.

사슬의 고리를 하나씩 확인한다. 시계, 10⁻¹⁷, 정상. 광섬유, 정상. 중계위성 양방향 시간 전달, 0.04나노초. 루비듐, 1분마다 당기는 중, 0.05나노초. 라이다 출구 광검출기, 정상. 바닥 광검출기, 깜깜함. 바닥 중력계, 박자 정상, 24초마다.

“준비됐습니다.” 내가 말한다.

리드 대장이 나를 돌아본다. 그리고 휴스턴을 연다.

“휴스턴, 자오선. 1차 시도, 듣기 시작 펄스를 쏩니다.”

3초. “자오선, 휴스턴. 확인.” 데이나 콜.

나는 방아쇠 화면을 연다. 루비듐이 ‘지금’이라고 말할 시각을 하나 정한다. 박자와 박자 사이, 아무 때나. 그것은 우리 빛이 닿는 순간을 0으로 놓고 셀 테니까.

7시 29분 26초 0.

나는 버튼을 누르지 않는다. 버튼을 누르는 건 시계다. 나는 숫자를 정할 뿐이다.

7시 29분 25초. 26초.

라이다 출구 광검출기에 봉우리 하나가 선다. 3나노초짜리. 460나노초 뒤 그 빛이 바닥에 닿는다.

천장의 레몬은 아직 실 끝에서 흔들리고 있다. 다음 박자를 기다린다. 7시 29분 44초쯤이어야 한다. 바닥 중력계 화면을 본다.

44초. 평평하다.

레몬이 가만히 있다.

초인종이 숨을 참는다. 듣기 시작한다.


“클레르.” 내가 말한다. “시작했어.”

3초. “봤어. 지구 쪽도 봤어. 위성 항법 자료가 몇 시간 뒤면 확인해 줄 거야. 하루가 늘어나는 게 또 멈출 거야.” 3초. “이번에는 아무도 박수 안 쳐. 다들 시계만 봐.”

그 말을 들으며 나는 노트에 최종 숫자를 적는다. 듣기 시작 시각, 빛이 바닥에 닿은 순간. 거기에 4,096 곱하기 2³⁵틱을 더한다. 바닥의 시간으로. 그리고 그 시간을 762미터만큼 늦게 가는 내 시계의 시간으로 바꾼다. 거기서 빛이 내려가는 460나노초를 뺀다. 라이다가 쏴야 할 순간.

D+10 23:00:48.6

소수점 아래 아홉 자리까지 더 있다. 노트에는 다 적는다. 그런데 손등에는 초까지만 적는다. 매직으로, 왼손 등에. 숫자는 손에 적어야 잊지 않는다. 그리고 27시간 반 동안 이 손등을 볼 때마다, 이게 내 시계가 아니라 그것의 시계로 센 숫자라는 걸 기억하려고.

리드 대장이 그 손등을 본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대신 자기 체크리스트에 그 숫자를 옮겨 적는다. 그의 글씨는 내 글씨보다 반듯하다.

창밖, 300미터 앞. 가장자리의 삼각대. 그 아래 138미터, 빛을 먹는 바닥. 그 아래 1킬로미터.

그것은 지금 세고 있다. 우리도 세고 있다. 둘 중 누가 더 정확하게 세는지, 27시간 31분 22초 뒤에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