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회는 아침 여덟 시에 결정한다.
내 보고서는 새벽 네 시에 올라갔다. 2³⁵, 2⁷, 1,024박자, 35, 7, 12, 4,096, 3나노초의 빛. 그리고 마지막 쪽에 내 해석을 적었다. 이것은 메시지이고, 질문이다. 빛으로 정확한 순간에 두드리면 대답이 된다. 해석이라고 분명히 적었다. 확인된 사실과 해석을 다른 칸에 나눠서.
네 시간 뒤 결정문이 온다. 휴스턴의 비행 책임자 데이나 콜이 그것을 읽는다. 목소리는 차분하다. 3초 지연이 그 차분함을 더 길게 늘인다.
“자오선, 휴스턴. 자오선 공동위원회 결정을 전달합니다.”
결정은 세 줄이다.
하나. 열점의 장치를 파괴한다. 심부 관통탄 세 발. 핵탄두. 8월 13일 발사, 8월 18일 충돌. 원정대 기준으로 D+28 발사, D+33 충돌. 9월 3일 배가 전에.
둘. 원정대는 구덩이 가장자리에 레이저 표적 비컨을 설치한다. 충돌 직전 지구에서 원격으로 켠다. 원정대는 D+13 궤도 창에 떠난다.
셋. 구덩이 안으로 빛을 넣는 모든 시도를 금지한다. 근거: D+7 라이다 조사 뒤 장치가 침묵했고, D+8 재시동 때 월진이 발생하여 승무원이 다쳤다. 장치는 빛에 반응해 출력을 높인다.
결정문에는 근거 자료가 붙어 있다. 나는 그 숫자들을 안다. 내가 만든 외삽표에서 나온 숫자들이니까. 9월 3일이 되면 지구가 잃는 에너지는 2만 7,600테라와트가 된다. 달 전체가 받는 햇빛의 두 배다. 12월 초에는 5만 5천. 하루 길이는 지금 1년에 0.13초씩 늘고 있는데, 12월이면 0.35초씩 는다. 윤초는 이미 한 달에 하나로도 모자라기 시작했다. 위성 항법 예보는 다시 흔들리고 있다. 그리고 그 곡선은 꺾일 기미가 없다.
부숴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 나도 그 표를 보면 그렇게 썼을 거다. 1년 전의 나라면.
“덧붙입니다.” 데이나 콜이 말한다. “박 박사의 보고서는 위원회에 전달되었습니다. 위원회는 이를 ‘확인되지 않은 해석’으로 분류했습니다. 이상.”
선실이 조용하다. 리드 대장은 통신 패널 앞에 앉아 있다. 왕징은 침상에 앉아 있다. 부목을 댄 팔을 무릎 위에 얹고. 40킬로미터 뒤에서 아난드도 듣고 있다.
천장의 레몬이 팽팽해졌다가 느슨해진다.
“수신했습니다.” 리드 대장이 말한다.
그리고 송신 버튼에서 손을 뗀다. 그는 돌아보지 않는다. 운전석에 앉은 채로, 앞창 너머 무너진 가장자리를 본다. 나는 그의 뒤통수를 본다. 짧게 깎은 회색 머리.
“설명.” 그가 말한다. 나를 보지 않고.
설명할 게 많다. 나는 짧게 하려고 애쓴다. 노트를 펴고, 연필로 한 줄씩 짚으면서.
“비컨은 레이저예요. 우리 라이다를 쓸 거예요. 지구에서 켜면 그 빛이 바닥에 닿아요. 그러면 초인종은 듣기 시작해요. 27시간 반 동안 숨을 참아요. 그리고 그 끝에 아무 대답이 없으면, 어제처럼 다시 울려요. 세게.”
“충돌 전에 켜면.”
“관통탄이 떨어지기 전에 초인종이 침묵에 들어가요. 그건 괜찮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충돌이 침묵 중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나는 숨을 고른다. “그것을 부수는 게 무슨 일인지 아무도 몰라요.”
“계속.”
“지금 지구가 잃는 에너지가 2만 테라와트예요. 그게 1초도 쉬지 않고 저 아래로 흘러들어가요. 그리고 거의 다 어디론가 나가요. 열로 나오는 건 100만 분의 1뿐이고요. 그 흐름이 지나가는 기계를 부수면, 흐름은 어디로 가요?” 나는 노트의 빈 칸을 짚는다. “저는 몰라요. 위원회도 몰라요. 어제는 그냥 다시 숨을 쉰 것뿐이었는데 가장자리가 무너지고 왕징의 팔이 부러졌어요. 다시 숨을 쉰 것만으로요.”
왕징이 자기 팔을 내려다본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하나 더 있어요.” 내가 말한다. “이건 질문이에요. 대답할 줄 아느냐고 묻는 거예요. 대답을 안 하기로 하는 것도 대답이에요. 아무도 없다는 대답, 아니면 문을 부수겠다는 대답.”
“그건 해석입니다.” 리드 대장이 말한다.
“네. 해석이에요.”
“확실합니까.”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3초. 지구까지 가는 시간도 아닌데 3초가 걸린다.
“아뇨.”
“몇 퍼센트.”
“몰라요.” 내가 말한다. “이번에는 숫자로 못 해요.”
그는 운전석에서 몸을 돌린다. 처음으로 나를 본다. 회색 눈.
나는 그 눈을 피하지 않는다. 피하고 싶다. 내 인생의 대부분 동안 나는 그런 눈을 피했다. 화상회의 창 마흔세 개에서, 강당의 의자 이백 개에서. 숫자가 없으면 나는 말하지 않았다. 숫자가 있어도, 확실하지 않으면 말하지 않았다.
말하지 마. 확실해질 때까지.
선우진이 2년 전 김밥을 먹으며 한 말이다. 좋은 충고였다. 나는 그 충고를 지켜서 살아남았다. 1년 전 보고서가 공개된 밤, 그는 김밥 사진 아래에 이렇게 썼다. 이제 말해도 돼. 확실해졌으니까.
지금은 확실하지 않다. 그리고 확실해질 시간이 없다.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리면, 그사이 지구에서 관통탄 세 발이 날아온다. 우리는 그 전에 떠나 있을 거다. 그리고 다시는 아무도 이 질문을 듣지 못한다.
나는 선우진의 충고를 처음으로 어긴다.
“응답하자고요.” 내가 말한다. “확실하지 않아요. 그래도 말할게요. 응답해야 해요. 우리가 할 수 있어요. 시계가 있으니까요.”
리드 대장은 오래 나를 본다. 그리고 왕징을 본다.
“엔지니어 의견.”
왕징은 3초쯤 생각한다. 늘 하듯이 앞을 본 채로. 그리고 고개를 돌려 리드 대장을 본다. 이제 그 사람은 사람에게 고개를 돌린다.
“비컨이랑 응답은 같은 장비예요. 라이다. 둘 다 빛을 바닥에 쏘는 일이고요.” 왕징이 말한다. “차이는 언제 쏘느냐뿐이에요. 비컨은 아무 때나. 응답은 정확한 순간에.”
“그 장비는 지금 작동합니까.”
“창에 금이 갔고 마운트가 휘었어요. 고칠 수 있어요. 손 하나로는 못 하고요.” 왕징이 나를 본다. “하람 씨 손으로는 돼요. 제가 말로 하면.”
“위험.”
“어제처럼 실패하면 다시 울려요. 세게. 그땐 우리가 가장자리에 없으면 돼요. 300미터만 물러나면 기울기는 3도, 무게는 20퍼센트예요. 하람 씨 계산으로.” 왕징이 숨을 쉰다. “그리고 하나 더요. 부수는 건 기계한테 하는 거예요. 대답하는 건 사람한테 하는 거고요. 저건 기계예요. 근데 누군가 만든 기계예요.”
리드 대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통신 패널을 연다.
“아난드.”
3초. “듣고 있어요.”
“의사 의견.”
3초. 6초. 아난드가 3초를 한 번 더 쓴다.
“의사로서 말하면, 우리 넷이 다 살아서 돌아가는 쪽이 좋아요. 응답이 그걸 늘리는지 줄이는지는 몰라요. 실패하면 다시 땅이 흔들리겠죠. 근데 관통탄이 떨어질 때 우리는 이미 여기 없어요. 그러니까 위험한 건 우리가 아니에요.” 그가 잠깐 멈춘다. “우리 다음 사람들이에요. 저게 부서지고 나서 뭐가 일어나는지 모르는 채로 지구에 남아 있을 사람들. 제 가족 일곱 명이요.”
리드 대장이 눈을 감는다. 2초. 그리고 뜬다.
그 사이 지구가 움직이고 있다.
클레르가 들어온다. 관제센터 과학 교신 채널이 아니라 개인 채널로. 3초. 숨이 차 있다. 뛰어온 사람의 목소리다.
“하람. 들어. 위원회 회의에 내가 들어갔어. 과학 교신 책임자 자격으로 발언권 5분. 네 보고서 숫자를 다 읽었어. 2³⁵부터 3나노초까지. 그리고 말했어. 이건 너희가 분류한 ‘확인되지 않은 해석’이 아니라, 확인된 숫자들에 대한 유일하게 일관된 해석이라고.” 3초. “의장이 고맙다고 하더라. 그리고 결정은 그대로래.”
“알아.”
3초. “아직 끝 아니야. 한 시간 전에 그라스에서 연락 왔어. ‘시계 사람들’ 기억하지? 작년 가을에 우리가 같이 만든 거.” 클레르의 목소리가 조금 떨린다. “세계 시간 연구소랑 레이저 거리 측정소, 전파 관측소들이 공개서한을 냈어. 원정대에 응답할 기회를 달라고. 너희 숫자를 다 원자료째 공개해 놓고, 누구든 직접 계산해 보라고. 지금 서명이 312곳이야. 계속 늘어.”
“누가.”
3초. “첫 번째 서명이 대전이야. 노진만 센터장. 서명한 종이를 사진 찍어서 올렸어. 만년필로.” 클레르가 짧게 웃는다. “두 번째가 뮌헨. 브레너 교수. 세 번째가 그라스. 나야. 그리고 쉰 번째쯤에 미국 어느 대학 연구원이 있어. 샘 파울러. 너 알아?”
나는 눈을 감는다.
30년 동안 서명을 아낀 사람이 1년 남짓 사이에 세 번째 서명을 했다. 이번에는 아무 보고서도 아닌, 확인되지 않은 해석에.
“알아.” 내가 말한다.
3초. “하람. 위원회는 안 바뀔 거야. 서한 하나로 핵탄두 계획을 바꾸지는 않아. 그런데 이건 기록에 남아. 지구가 전부 ‘부숴라’라고 하지는 않았다는 기록.” 클레르가 숨을 고른다. “나머지는 거기서 정해. 현장에서. 너희가 거기 있잖아.”
클레르가 나가고 나서 왕징이 나를 부른다.
“하람 씨. 아까 확실하지 않다고 했죠.”
“네.”
“엔지니어는 확실하지 않으면 시험을 해요.” 왕징이 부목 낀 팔을 조금 고쳐 얹는다. “뒷면 기지에서 중계위성이 두 번 기침했을 때, 한 번은 우리 쪽 문제였어요. 그때 우리 쪽 대장은 확실해질 때까지 아무것도 안 건드리자고 했어요. 저는 시험을 하자고 했어요. 안테나 하나를 끄고, 하나를 켜고.” 왕징이 잠깐 말을 멈춘다. “시험 안 했으면 기지가 사흘 동안 지구랑 끊겼을 거예요. 시험해서 여섯 시간 만에 찾았어요.”
“그때 대장이 뭐라고 했어요.”
“아무 말도 안 했어요. 대신 다음 날부터 저한테 먼저 물어봤어요.” 왕징이 앞창을 본다. “이것도 시험이에요. 한 번 두드려 보는 거. 대답이 오는지.”
리드 대장은 통신 패널에 손을 얹은 채로 1분 동안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그의 손을 본다. 착륙한 날 나는 이 사람이 결혼식에서도 ‘신부, 입장’이라고 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구덩이를 함께 파던 날 그는 말했다. 제 일은 네 명 데려와서 네 명 데려가는 겁니다. 그리고 그 일에 따르면, 지금 할 일은 아주 분명하다. 비컨을 설치하고, 나흘 뒤 떠난다. 위원회의 결정대로. 아무도 그를 탓하지 않을 거다.
그런데 그는 1분 동안 손을 떼지 않는다.
“박 박사.”
“네.”
“어제 오후 1시 31분 37초에.” 그가 말한다. “박 박사가 물러나라고 했을 때, 저는 이유를 묻지 않았습니다.”
“네.”
“그때 박 박사는 확실했습니까.”
나는 그 순간을 생각한다. 바닥 중력계 화면의 아주 작은 혹 하나. 원래 박자의 100분의 1. 그게 무엇인지 나는 몰랐다. 그게 숨을 들이쉬는 거라고 생각한 건 직감이었다. 숫자가 아니었다.
“아뇨.” 내가 말한다. “작은 게 하나 있었을 뿐이에요.”
“그 작은 것 때문에 왕징은 팔만 부러졌습니다.” 그가 말한다. “저는 아무 데도 안 부러졌고.”
그는 송신 버튼을 누른다.
“휴스턴, 자오선.”
3초.
“자오선, 휴스턴. 말씀하십시오.” 데이나 콜.
“현장 판단을 보고합니다.” 리드 대장의 목소리는 착륙한 날과 똑같다. 감정이라고는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신부, 입장. “자오선은 응답을 시도합니다. 레이저 두 발. 듣기 시작 한 발, 박 박사가 해독한 시각에 노크 한 발. 시도가 끝나면 비컨을 설치하고, D+13 궤도 창에 떠납니다. 시도가 실패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위험 관리: 시도 동안 승무원은 가장자리에서 300미터 물러나 있습니다. 이 결정의 책임은 임무 대장에게 있습니다. 이상.”
그는 송신 버튼에서 손을 뗀다.
3초. 아무 소리도 없다.
6초. 9초.
12초. 15초.
데이나 콜은 3초 안에 대답할 수 있었다. 3초가 다섯 번 지나간다. 그 사이 휴스턴의 관제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나는 상상만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일어서고, 누군가 전화를 들고, 누군가 비행 책임자의 등을 본다. 클레르는 그 방 어딘가에 서 있을 거다. 빈 종이컵을 들고.
21초.
“자오선, 휴스턴.” 데이나 콜의 목소리. 차분하다. 아까보다 조금 낮다. “수신했습니다. 기록합니다.” 3초쯤의 틈. 그리고 한 줄이 더 온다. 공식 교신 절차에는 없는 줄이다. “잘 들리게 두드리세요. 이상.”
리드 대장이 통신 패널을 닫는다. 그리고 나를 본다.
“몇 번입니까.”
나는 노트를 본다. 그건 이미 계산해 뒀다. 밤새.
“한 번에 27시간 반이에요. 빛을 넣으면 듣기 시작하고, 27시간 반 뒤에 두드려야 해요. 실패하면 다시 울리고, 바로 다시 빛을 넣으면 또 27시간 반.” 나는 날짜를 센다. “오늘 저녁에 시작하면 첫 번째가 내일 밤. 두 번째가 글피 새벽. 떠나야 하는 시한이 D+12 오전 8시니까, 두 번 할 시간이 있어요. 아슬아슬하게.”
리드 대장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한 문장을 말한다. 나는 그 문장을 그의 다른 모든 문장처럼 짧고 정이 없는 말로 들어야 했다. 그런데 그렇게 들리지 않는다.
“그럼 한 번에 하십시오.”
그는 다시 운전석으로 몸을 돌린다. 체크리스트를 띄운다. 나는 그 화면을 본다. 맨 아래 줄. PAYLOAD STATUS: NOMINAL. 그는 그 줄에 커서를 갖다 댄다. 그리고 아무것도 바꾸지 않고 창을 닫는다.
천장의 레몬이 팽팽해졌다가 느슨해진다. 2³⁵틱마다 한 번씩.
나는 노트의 새 쪽을 편다. 맨 위에 연필로 적는다. 응답 설계. 그리고 그 아래에 첫 줄을 쓴다.
시계는 기다리지 않는다. 그러니까 27시간 반 동안 쉬지 않고 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