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심분리기는 사람을 돌리는 기계다.
긴 팔 끝에 작은 방이 하나 달려 있고, 그 방 안 의자에 사람을 묶는다. 팔이 돌기 시작하면 방은 바깥으로 쏠리고, 의자에 앉은 사람은 등이 의자에 짓눌린다. 빨리 돌수록 세게 짓눌린다. 로켓이 올라갈 때, 그리고 달에서 이륙할 때와 지구로 돌아와 대기를 뚫을 때, 몸이 받는 무게를 땅 위에서 미리 겪어 보는 장치다.
훈련 교관은 친절하게 설명했다. 처음에는 2g까지만 올린다. 몸무게가 두 배가 된다. 그다음 3g, 4g. 지구 대기권에 다시 들어올 때 받는 무게가 4g 안팎이다. 시야가 좁아지거나 색이 빠지면 손에 쥔 버튼을 누른다. 그러면 바로 멈춘다.
“어지러우면 숨을 이렇게 쉬세요.” 교관이 시범을 보였다. 배에 힘을 주고 짧게 끊어서 내쉬는 호흡이었다. “피가 다리로 쏠리는 걸 막는 겁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리는 이해했다. 중력이 세지면 피가 아래로 몰린다. 머리로 가는 피가 모자라면 눈이 먼저 꺼지고 그다음에 의식이 꺼진다. 근육으로 혈관을 조여서 피를 위로 밀어야 한다. 간단하다.
2g는 괜찮았다. 몸이 무거웠지만 견딜 만했다. 3g에서 뺨이 귀 쪽으로 밀려났다. 4g에 올라가는 동안 시야 가장자리가 회색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버튼을 눌러야 했다. 나는 버튼이 어디 있는지 생각했다. 오른손. 오른손이 어디 있지.
그리고 나는 대전 시계실에 있었다.
수소 메이저 여섯 대가 웅웅거렸다. 그 소리가 아주 멀리서 들렸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아니, 내 이름이 아니라 영어였다. 숫자를 세고 있었다. 나는 그 숫자가 틀렸다고 말하려고 했다.
눈을 떴을 때 방은 멈춰 있었다. 문이 열려 있었고, 교관의 얼굴이 아주 가까이 있었다. 그가 처음으로 한 말이 이거였다.
”…벌써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벽의 시계를 봤다. 4g에 닿은 시각과 지금 시각을 뺐다. 14초가 비어 있었다.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내가 세지 못한 14초였다.
그날 저녁 문서가 하나 올라왔다.
과학 탑승자에 대한 임무 대장 의견 (2차)
첨부 자료는 원심분리기 기록 한 장이었다. 4g, 의식 소실, 14초. 본문은 세 줄이었다. 1차 의견을 유지한다. 원심분리기 기준 미달. 지구 귀환 시 4g 이상이 예상되므로 승무원 안전에 직접적인 위험.
나는 그 문서를 읽고 숙소 침대에 누웠다. 반박할 말이 없었다. 그는 숫자를 썼다. 나는 숫자에는 반박하지 않는다.
다음 날 아침, 식당에서 그 사람을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봤다.
리드 대장은 혼자 앉아 있었다. 접시에는 달걀 두 개, 토스트 한 장, 블랙커피. 그는 먹는 속도가 일정했다. 한 입, 씹기, 한 입. 내가 쟁반을 들고 그 테이블 앞에서 망설이자 그가 고개를 들었다.
“앉으십시오.”
나는 앉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하지 않았다. 7분 동안 우리는 마주 앉아 먹었다. 그가 먼저 일어섰다. 쟁반을 들고, 한 마디를 남겼다.
“내일은 아침 먹고 타십시오. 빈속으로 타면 더 빨리 꺼집니다.”
어제 나는 아침을 걸렀다. 그는 그것까지 알고 있었다. 기록에 있었을 거다.
승무원은 넷이었다.
리드 대장. 그리고 왕징. 중국 쪽 기관에서 온 엔지니어다. 달 뒷면 기지에서 넉 달을 산 사람이다. 첫 만남에서 왕징은 나와 악수를 했다. 손이 차갑고 짧았다. 눈은 내 얼굴이 아니라 내 손목에 찬 시계를 봤다. 그리고 그 뒤로 일주일 동안 나한테 먼저 말을 건 적이 없었다. 훈련장에서 나란히 걸을 때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앞만 봤다. 그 사람의 앞에는 늘 무언가가 있었다. 기계, 화면, 절차서.
그리고 아난드 메논. 인도 쪽 기관의 의사이자 지질학자. 첫날 그는 나에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박 박사, 원심분리기 얘기 들었어요. 저는 처음에 3g에서 토했어요. 교관 신발에요.”
“정말요?”
“아뇨. 근데 그렇게 말하면 다들 좀 편해하더라고요.” 그가 웃었다. “그리고 박 박사, 어젯밤에 몇 시간 잤어요?”
이 질문을 하는 사람이 셋으로 늘었다.
아난드는 훈련 내내 먹는 이야기를 했다. 어머니가 만드는 렌틸콩 수프, 뭄바이 바닷가의 노점, 처음 남극 기지에 갔을 때 직접 구운 빵. 그 빵은 실패해서 벽돌이 됐다고 했다. 기지 사람들이 그 벽돌로 문을 괴었다고.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처음으로 훈련장 식당 음식을 남기지 않았다. 아난드는 그걸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음 날부터 내 쟁반에 수프 한 그릇을 더 얹어 놓았다.
수중 훈련장은 거대한 수영장이다. 깊이 12미터. 바닥에 우주정거장과 착륙선의 실물 크기 모형이 가라앉아 있다. 우주복을 입은 사람을 물속에 넣고 추를 달아서, 뜨지도 가라앉지도 않게 맞춘다. 그러면 무게가 없는 것처럼 움직일 수 있다. 우주를 물로 흉내 내는 셈이다.
물속에서 사람들은 우주를 연습했다. 나는 물에 빠지는 걸 연습했다.
첫 번째 패닉은 들어간 지 20분 만에 왔다. 헬멧 안은 공기가 차 있고, 숨은 잘 쉬어졌다.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고개를 들자 머리 위로 물이 12미터 있었다. 수면에 아른거리는 조명이 아주 멀리 있었다. 내 숨소리가 헬멧 안에서 커졌다. 숫자를 세려고 했다. 1, 2, 3. 4에서 숨이 막혔다. 막힌 게 아니었다. 막혔다고 느꼈다. 그 둘을 구분할 수 없었다.
안전 잠수부 둘이 나를 끌어올렸다. 수면에 올라와 헬멧을 열자 공기가 얼굴에 닿았다. 똑같은 공기였다. 헬멧 안의 공기와 아무것도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그 공기가 훨씬 넓었다.
두 번째 패닉은 2주 뒤였다. 이번에는 40분을 버텼다. 착륙선 모형의 해치를 열고 닫는 연습을 하다가 해치 가장자리에 장갑이 걸렸다. 장갑이 빠지지 않았다. 1초쯤이었을 거다. 그 1초 동안 내 몸이 내 말을 듣지 않았다.
세 번째 문서는 그다음 날 올라왔다.
과학 탑승자에 대한 임무 대장 의견 (3차)
이번에는 길었다. 수중 훈련 패닉 2회의 기록, 선외 활동 모의시험의 산소 소모량, 그리고 결론. 산소 소모량은 기준치의 1.4배였다. 긴장하면 숨이 빨라진다. 숨이 빨라지면 산소를 빨리 쓴다. 달 표면에서 1.4배는 선외 활동 시간이 30퍼센트 줄어든다는 뜻이다. 그는 그 30퍼센트를 계산해서 표로 붙였다. 아주 정확한 표였다.
맨 아래 한 줄.
예비 승무원 E. 랜들로의 복귀를 권고함.
랜들 박사는 그 문서를 나보다 먼저 읽었다. 그날 오후 훈련장 복도에서 그가 나를 불러 세웠다.
“박 박사. 저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거 알아 두세요.” 그가 말했다. 키가 크고 목소리가 낮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커플러 정렬은 아직 못 하겠어요. 그것도 알아 두세요.”
나는 지난 석 달 동안 그에게 시계를 가르쳤다. 예비 승무원은 주 승무원이 하는 일을 다 할 수 있어야 하니까. 그는 성실했다. 이론은 금방 익혔다. 시동 순서, 진공, 냉각 레이저, 격자, 시계 레이저. 순서도 외웠다. 다만 광섬유 커플러만은 안 됐다. 장갑을 끼면 손끝의 감각이 사라진다. 나사 한 바퀴의 50분의 1은 감각으로 돌리는 게 아니라 숫자를 보면서 돌리는 거라고 말해 줬다. 숫자가 대답하는 쪽으로.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숫자가 대답하기 전에 나사를 너무 많이 돌렸다.
그 주 금요일, 훈련 책임자가 시험 하나를 잡았다. 착륙 직후를 흉내 낸 모의 상황. 시계를 일부러 정렬에서 벗어나게 만들어 놓고, 여압복 장갑을 낀 채 다시 맞추는 시험. 랜들 박사와 나, 한 사람씩. 제한 시간 한 시간.
리드 대장이 시험장 뒤쪽에 서 있었다. 왕징과 아난드도 왔다. 아무도 오라고 하지 않았는데.
랜들 박사가 먼저였다. 그는 침착했다. 투과광 세기를 띄우고, 첫 번째 나사를 돌렸다. 0.3밀리와트에서 0.5. 좋았다. 0.8. 그리고 0.4로 떨어졌다. 너무 많이 돌렸다. 되돌렸다. 0.6. 그는 40분 동안 그 사이를 오갔다. 40분째에 1.1에 닿았다. 그리고 시험 책임자에게 손을 들었다.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이 이상은 시계를 망가뜨릴 것 같아요.”
정직한 사람이었다. 나는 그가 좋았다.
내 차례였다. 장갑을 꼈다. 장갑을 끼면 손가락이 소시지가 된다. 나사 머리를 렌치로 찾는 데만 30초가 걸렸다. 투과광 세기 0.3. 첫 번째 나사를 시계 방향으로 아주 조금. 0.28. 반대. 0.31. 0.35. 0.42.
나는 숫자만 봤다. 장갑 속 손가락은 잊었다. 나사가 말하는 걸 들었다. 대학원 지하 실험실에서 밤새 하던 대로. 빛이 어디로 가고 싶어 하는지.
9분 10초에 2.02밀리와트가 됐다. 정렬 전 값의 96퍼센트.
시험장이 조용했다. 나는 장갑을 벗고 뒤를 돌아봤다. 리드 대장은 이미 시험장을 나가고 있었다. 왕징은 그 자리에 서서 내 화면을 보고 있었다. 화면의 숫자를. 나를 보지 않고.
아난드만 박수를 쳤다. 혼자서. 그는 그런 사람이다.
그날 밤 숙소 휴게실에 왕징이 들어왔다. 나는 소파에서 노트를 보고 있었다. 왕징은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고 나서, 나가지 않고 문 앞에 서 있었다.
“왜 9분이에요.” 왕징이 물었다. 앞을 본 채로. 내 쪽이 아니라 창 쪽으로.
“네?”
“랜들 박사도 숫자 봤어요. 똑같은 화면, 똑같은 숫자. 근데 박 박사는 9분, 랜들은 40분 넘어도 못 했어요.”
나는 잠깐 생각했다.
“랜들 박사님은 숫자가 올라가면 기뻐해요.” 내가 말했다. “그래서 더 돌려요. 저는 숫자가 올라가면 의심해요. 그래서 덜 돌려요.”
왕징이 물병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계는 기뻐하는 사람을 싫어해요.” 왕징이 말했다. “뒷면 기지에서 배웠어요.”
그 말만 하고 왕징은 나갔다. 고개를 한 번도 돌리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그날 처음으로 그 사람이 나한테 한 문장 이상을 말했다는 걸 노트 귀퉁이에 적었다.
5월에는 로버 훈련이 있었다. 사막에서, 실물 크기 로버로. 리드 대장이 운전하고, 왕징이 옆자리에 앉고, 나는 뒤쪽 접이식 보조석에서 무릎을 접었다. 원래 2인용이라 세 번째 자리는 늘 그 모양이었다.
로버 꽁무니에는 슈트포트 두 개가 나란히 있다. 선외 활동복 두 벌이 바깥벽에 등을 대고 붙어 있고, 안에서 등판을 열고 기어 들어가 입으면 바로 밖이다. 그러니까 한 번에 밖에 나갈 수 있는 사람은 둘이고, 한 사람은 늘 안에 남는다. 우리는 그 슈트포트로 다친 사람을 들이는 연습을 했다. 다친 사람이 슈트포트에 등을 붙이고도 혼자 기어 나오지 못하면, 바깥 사람이 밀고 안의 사람이 슈트 등판 안으로 손을 넣어 끌어야 한다. 슈트포트 입구는 좁다. 안에서 끄는 사람은 몸이 작을수록 좋다.
넷 가운데 몸이 제일 작은 건 나였다. 그래서 그 연습만은 내가 제일 많이 했다. 리드 대장을 끌어들이는 데 4분, 왕징은 3분, 아난드는 5분. 아난드는 끌려 들어오면서 내내 농담을 했다. 그래서 오래 걸렸다.
“이건 잘합니다.” 리드 대장이 말했다. 처음 들은 그 사람의 평가였다. 칭찬인지 기록인지 알 수 없는 말투로.
그달 말 아난드는 일주일 휴가를 받아 고향에 다녀왔다. 돌아와서 나한테 뭔가를 사 왔다고 했지만 보여 주지 않았다. 달에 가서 보여 주겠다고 했다.
6월 둘째 주, 원심분리기 재시험이 있었다.
그사이 나는 넉 달 동안 매일 아침을 먹었다. 리드 대장이 말한 대로. 그리고 매일 저녁 숙소 계단을 스무 번씩 오르내렸다. 다리 근육이 피를 짜 올린다. 교관이 그렇게 말했다. 나는 교관의 호흡법을 밤마다 침대에서 연습했다. 배에 힘을 주고 짧게 끊어서. 아난드가 그걸 보고 진통하는 사람 같다고 했다.
방에 들어갔다. 의자에 묶였다. 팔이 돌기 시작했다.
2g. 3g. 뺨이 귀 쪽으로 밀렸다. 배에 힘을 줬다. 짧게 끊어서 내쉬었다. 3.5g. 시야 가장자리가 회색으로 바뀌었다. 4g.
색이 빠졌다. 세상이 오래된 흑백 사진이 됐다. 회색 터널이 좁아졌다. 버튼에 엄지를 얹었다. 누르지 않았다. 숨을 쉬었다. 짧게, 끊어서. 터널이 더 좁아지지 않았다. 나는 그 터널 끝의 계기판 숫자를 읽었다. 4.0g. 경과 시간 12초. 15초. 20초.
30초에 팔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문이 열렸을 때 교관이 내 얼굴을 들여다봤다.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알았다.
”…이번엔 안 벌써요.” 내가 먼저 말했다.
교관이 웃었다. 크게.
방에서 나오자 통제실 유리창 너머에 리드 대장이 서 있었다. 그는 기록지를 들고 있었다. 내 눈과 마주쳤다. 아무 표정이 없었다. 그는 기록지에 무언가를 적고 돌아섰다.
그날 저녁 문서함에 3차 의견의 갱신본이 올라왔다. 본문은 그대로였다. 예비 승무원으로의 복귀를 권고함. 그 문장은 지워지지 않았다. 대신 맨 아래에 칸이 하나 생겨 있었다.
원심분리기 재시험 결과 확인: 4.0g 30초, 의식 유지. — T. 리드
반대는 거두지 않았다. 사실은 사실대로 적었다. 그 두 가지가 한 문서 안에 나란히 있었다. 나는 그게 이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일이라는 걸 그때는 몰랐다.
결정은 일주일 뒤 위에서 내려왔다. 과학 탑승자는 박하람으로 확정. 발사 7월 11일.
그날 밤 휴게실 게시판에 모의 임무용 체크리스트가 새로 붙었다. 착륙 후 점검 항목. 맨 아래 줄은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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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칸이었다. 달에 가서 채울 칸. 나는 그 앞에 한참 서 있었다. 짐 상태. 나는 아직 그 사람에게 짐이었다. 괜찮았다. 짐도 할 일은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짐은 이제 4g에서 30초를 버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