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부터 구한다.
아침에 쥘리에트가 칠판에 재료를 적는다. 질소와 인. 그 옆에 우리가 가진 것.
- 소화기 분말 (인산암모늄: 질소 + 인)
- 소변 (요소: 질소)
- 알료샤 창고의 콩, 분유 (단백질: 질소, 인) — 마지막 수단
세 번째 줄을 본 알료샤가 손을 든다. “그건 안 돼요.” 진지하다. 다들 웃는다. 알료샤도 결국 웃는다. 일산화탄소 두통이 사흘 만에 걷힌 날이다.
소화기는 시추동에 여섯 개가 있다. 2월 17일에 발전동 쪽으로 들고 뛰어갔던 것들은 다 비었다. 이 여섯 개는 그날 시추동에 남아 있던 것들이다. 하나에 분말 6킬로그램.
“둘은 남겨요.” 내가 말한다. “불이 나면 써야 하니까. 넷을 써요.”
이리나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게 이제 우리 방식이다. 규정이 없으면 내가 만든다. 그리고 만든 이유를 같이 말한다.
소변은 미샤가 맡는다. 20리터 통 네 개에 라벨을 붙여 잠자는 칸 밖 화장실 옆에 세운다. 라벨에는 미샤의 글씨로 ‘연료’라고 쓰여 있다. 에릭이 그걸 보고 5분 동안 웃는다. 붕대를 푼 오른손 손톱이 셋 다 검다. 다니엘 말로는 손톱은 빠지겠지만 손가락은 남는다고 한다.
쥘리에트는 먹이 주는 법을 정한다.
“한꺼번에 주면 안 돼요.” 쥘리에트가 말한다. “갑자기 많이 주면 다른 녀석들이 먼저 먹어요. 메탄 안 만드는 녀석들이. 아니면 암모니아가 너무 많아져서 독이 돼요. 조금씩, 매일. 그리고 재요.”
매일 아침 8시, 계량이 끝나면 내가 A 탱크 바닥의 배수 밸브에 짧은 관을 거꾸로 잇는다. 쥘리에트가 그 관으로 먹이를 밀어 넣는다. 소화기 분말 200그램을 끓여 식힌 물 2리터에 녹인 것. 소변은 이틀에 한 번, 1리터. 탱크 바닥의 물 층으로, 쉼표 사슬들이 사는 그 막 아래로.
천위가 4시간마다 기체를 잰다. 메탄, 이산화탄소, 그리고 이제는 일산화탄소도. 크로마토그래프의 관을 바꾸면 일산화탄소도 볼 수 있다는 걸 천위가 8월에 찾아냈다. 천위 규정 2조.
나는 풍선을 센다. 매일 저녁 6시, 탑에 매달린 풍선 스물다섯 개 중 몇 개가 부풀어 있는지. 그게 하루 생산량을 재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다.
8월 20일, 열두 개. 8월 25일, 열다섯 개. 8월 30일, 열아홉 개. 9월 4일, 스물네 개.
하루 메탄 생산이 125세제곱미터에서 190세제곱미터로 올랐다. 2주 만에 1.5배.
미샤는 그 숫자를 보고 발전기의 볼 밸브를 조금씩 더 연다. 노킹이 나기 직전까지. 가스가 많아지면 노킹 직전의 선도 조금씩 뒤로 물러난다. 엔진이 가스에 익숙해지는 건지, 미샤가 엔진에 익숙해지는 건지 모르겠다. 미샤는 둘 다라고 한다. 액체 연료 유량계가 6.2리터에서 4.1리터까지 내려간다. 원래의 3분의 1.
“70퍼센트.” 미샤가 말한다. “무르만스크 배보다 낫네.”
그런데 숫자를 하나 더 보면 다른 문제가 보인다.
나는 그 문제를 9월 1일 밤에 칠판에 쓴다.
탱크 속 오염 연료: 약 5,700리터 미생물이 바꾸는 속도: 하루 약 130리터 (메탄 190㎥ → 등유 127리터 상당) 5,700 ÷ 130 = 44일 → 10월 15일
“반찬을 줬더니 밥을 빨리 먹어요.” 내가 말한다. “탱크 속 연료가 10월 15일에 바닥나요. 그다음에는 메탄이 안 나와요. 그럼 다시 깨끗한 연료로만 버텨야 하는데, 그때 깨끗한 연료가 얼마나 남을지…….”
계산은 끝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 모두가 안다. 열흘이 모자란다.
“밥을 더 줘요.” 쥘리에트가 말한다. 나를 보면서. 8월 18일 밤에 내가 했던 말을 돌려주듯이.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창문을 본다. 바깥은 벌써 어둡다. 9월 첫날의 보스토크에는 해가 일곱 시간쯤 떠 있다. 낮게, 비스듬히. 그 낮이 하루에 10분 넘게 길어진다. 오늘 낮에도 그 빛 아래로 불탄 펌프동 너머의 누런 얼룩이 보였다.
“14만 리터예요.” 내가 말한다. “2월 17일에 쏟아진 거. 대부분은 눈 속 깊이 스며들어서 옅게 퍼졌어요. 하지만 처음 쏟아진 자리, 낮은 데는 달라요. 거기 고였어요. 미샤가 2월에 1미터 파 내려가도 끝이 안 보였던 데요.”
“그거 파서 녹이자고?” 미샤가 묻는다. “2월에 내가 그랬잖아. 여름이면 된다고. 녹여서 물이랑 나누면 된다고.”
“나눌 필요가 없어요.”
모두가 나를 본다.
“녹여서 물이랑 나누면 그 연료는 더러워요. 물 섞이고, 흙 섞이고, 그을음 섞이고. 필터가 있어야 엔진에 넣을 수 있어요. 필터는 없어요.” 나는 탱크를 가리킨다. “그런데 저것들은 필터가 필요 없어요. 더러운 연료를 그대로 먹어요. 물이 섞여 있으면 오히려 좋아해요. 저것들은 물이랑 기름이 만나는 데서 사니까요.”
나는 칠판에 쓴다.
눈 + 연료 → 녹인다 → B 탱크에 그대로 → 미생물 → 메탄
“B 탱크를 두 번째 소화조로 써요. A에서 바닥 물을 조금 옮겨서 B에 씨를 뿌리고요. 그리고 B에 눈을 먹여요. 연료에 절은 눈을.”
계산은 그날 밤에 한다. 이번에는 천위와 같이.
쏟아진 연료가 고인 자리의 눈. 무게로 따지면 4분의 1쯤이 연료일 거다. 미샤가 2월에 판 구덩이에서 퍼 온 시료로 천위가 확인한다. 녹여서 층을 나누고 무게를 단다. 26퍼센트.
눈 반죽 1kg = 연료 0.26kg + 눈 0.74kg 연료 0.26kg의 에너지: 0.26 × 43MJ = 약 11MJ 영하 60도 눈 0.74kg을 녹이는 데 드는 에너지: 약 0.34MJ
“3퍼센트예요.” 천위가 말한다. “녹이는 데 드는 에너지가. 나머지 97퍼센트는 남아요.”
“녹이는 열은 발전기 냉각수로요.” 내가 말한다. “어차피 버리던 열이에요.”
목표: 하루 연료 45리터 상당 = 약 35kg = 눈 반죽 약 135kg
“하루 135킬로그램.” 에릭이 숫자를 본다. “썰매 세 번.”
“썰매 세 번이요. 영하 66도에서, 해발 3,488미터에서, 곡괭이로.” 내가 말한다. “매일. 10월 중순까지.”
에릭이 검은 손톱 셋을 본다. 그리고 웃는다.
“보스, 그거 규정 몇 조예요?”
“아직 안 정했어요.”
9월 6일부터 우리는 눈을 판다.
해는 아침 8시쯤 떠서 오후 4시쯤 진다. 그 여덟 시간 동안 하루 세 번, 둘씩 짝을 지어 나간다. 이리나가 짠 당번표다. 한 번에 한 시간 이상 밖에 있지 않는다. 다니엘이 정한 규칙이다. 나갈 때와 들어올 때 다니엘이 얼굴과 손을 본다.
얼룩의 가장 진한 곳은 불탄 펌프동에서 40미터쯤 떨어진, 눈밭이 살짝 꺼진 자리다. 2월 17일 새벽 투광등 아래로 검은 줄기가 흘러가던 그 낮은 곳. 표면의 단단한 눈을 30센티미터쯤 걷어 내면 그 아래가 누렇다. 거기서부터 곡괭이를 쓴다.
등유에 절은 눈은 이상한 질감이다. 영하 66도에서 등유는 젤리처럼 굳어 눈 알갱이를 붙잡고 있다. 곡괭이를 내려치면 얼음처럼 깨지지 않고 둔하게 박힌다. 비틀어서 떼어 낸다. 덩어리째 썰매 위 통에 담는다. 냄새가 난다. 영하 66도에서도 등유 냄새는 코를 찌른다. 2월의 냄새.
곡괭이를 열 번 휘두르면 숨이 끊어진다. 허리를 펴고 하늘을 본다. 하늘은 9월의 남극답게 연한 파랑이다. 해는 북쪽 지평선 위에 낮게 걸려 있다. 다시 열 번.
미샤가 첫날 내 짝이다. 그는 곡괭이를 내려칠 때마다 러시아어로 무언가를 중얼거린다. 눈에게, 연료에게, 곡괭이에게. 열 번째쯤에 그가 허리를 펴고 말한다. 숨을 몰아쉬며.
“아버지는 양초를 만들었지.” 미샤가 누런 눈 덩어리를 들어 올린다. “1982년에. 등유랑 실로. 그걸로 8개월.”
그가 덩어리를 통에 넣는다.
“우리는 가스를 만든다.” 미샤가 말한다. “눈이랑 똥오줌이랑 1,500만 년짜리 벌레로.”
나는 웃는다. 웃다가 숨이 막혀서 곡괭이에 기댄다. 미샤도 웃는다. 둘이 누런 눈밭 한가운데서 곡괭이에 기대 웃는다. 해가 우리 그림자를 펌프동 뼈대까지 늘인다.
녹이는 건 발전기실 옆에서 한다.
드럼 여섯 개에 눈 반죽을 담고, 발전기 냉각수 배관을 드럼 바닥에 감는다. 엔진이 돌며 버리는 열이 눈을 녹인다. 하루가 지나면 드럼 안은 세 층이다. 맨 위 누런 등유, 가운데 회색 물, 바닥에 그을음과 흙. 3월에 섬프를 녹일 때와 같다. 그때는 층을 나눠 위만 떠냈다. 지금은 나누지 않는다. 쥘리에트가 드럼마다 휘저어 섞은 뒤, 그 탁한 반죽을 그대로 펌프로 B 탱크에 밀어 넣는다.
B 탱크 바닥의 물이 늘어난다. 처음 20리터였던 물이 일주일 만에 700리터 가까이 된다. 눈 반죽의 4분의 3이 물이니까. 물이 늘면 물과 연료가 만나는 면이 넓어진다. 쉼표 사슬들이 살 곳이 넓어진다.
쥘리에트가 9월 12일 B 탱크 바닥 시료를 현미경으로 본다. 형광 장치를 켠다. 파란 빛 아래, 화면 가득 청록색 점들이 떠오른다. 별자리처럼.
“F420.” 쥘리에트가 말한다. 웃으면서. 이번에는 의미 없다고 하지 않는다.
9월 13일, 내 짝은 에릭이다.
에릭은 오른손에 장갑을 두 겹 낀다. 검은 손톱 셋이 아직 빠지지 않았다. 곡괭이는 왼손 위주로 쥔다. 그래도 나보다 빠르다.
열 번 휘두르고 허리를 편다. 에릭이 숨을 몰아쉬며 하늘을 본다. 해가 지평선 위에 낮게 걸려 있다. 9월의 해는 하루하루 높아진다.
“보스, 돌아가면 뭐 할 거예요?”
나는 곡괭이에 기댄다. 생각해 본 적이 없다. 2월 이후로 ‘돌아가면’이라는 말을 쓴 적이 없다. 251이라는 숫자는 끝이었지 다음이 아니었다.
“보고서요.” 내가 말한다. “6G 보고서. 그리고 사고 보고서. 그리고 규정 개정안.”
“그거 말고요.”
나는 잠시 생각한다.
“민재네 집에 가요. 대전. 어머님께 수첩 보여 드릴 거예요. 마지막 장.” 나는 누런 눈 덩어리를 들어 통에 넣는다. “그리고 커피 쏟을 뻔한 건 말 안 할 거예요. 비밀이니까.”
에릭이 웃는다. 그러다 진지해진다.
“저는 바다 갈 거예요. 따뜻한 데. 영상 30도. 땀 흘릴 거예요. 일부러.” 에릭이 곡괭이를 든다. “그리고 손톱 새로 나면 사진 찍어서 보스한테 보낼게요.”
“규정 몇 조예요?”
“이번엔 제가 만들었어요.”
우리는 다시 곡괭이를 휘두른다. 누런 눈이 둔하게 깨진다.
9월 20일, 풍선 스물다섯 개가 저녁 6시에 모두 부풀어 있다. 처음이다. 남는 메탄이 생겼다. 이리나가 풍선 다섯 개를 더 탑에 매단다. 서른 개.
나는 칠판에 숫자를 쓴다.
메탄 생산: 하루 약 250㎥ (등유 167리터 상당) A 탱크: 하루 약 125리터 상당 (오염 연료) B 탱크: 하루 약 42리터 상당 (눈 속 연료) 하루 수요: 등유 약 245리터 상당 그중 깨끗한 연료(점화용 + 부족분): 하루 약 78리터
그리고 마지막 계산.
깨끗한 연료 남은 것: 5,200리터 9월 20일~10월 15일: 25일 × 78리터 = 1,950리터 A 탱크 오염 연료가 10월 15일 무렵 바닥나면, 그 뒤 열흘은 B 탱크 메탄만 남음 → 깨끗한 연료 하루 약 200리터 × 10일 = 2,000리터 남는 것: 약 1,200리터
“나흘이에요.” 내가 말한다. “10월 25일에 비행기가 오면, 깨끗한 연료만 쓴다고 쳐도 나흘치는 남아요. 날씨가 도와주면 엿새.”
아무도 박수를 치지 않는다. 아무도 휘파람을 불지 않는다. 다들 그 숫자를 본다. 나흘. 6월에는 40일이 모자랐다. 8월에는 사흘이 모자랐다. 이제 나흘이 남는다.
이리나가 위성 전화를 들고 들어온다. 오후에 맥머도와 통화했다.
“트윈 오터 두 대.” 이리나가 말한다. “10월 23일 맥머도 출발. 24일 콩코르디아에서 급유하고 하루 대기. 25일 보스토크. 조건은 하나예요. 보스토크 기온이 영하 55도보다 높을 것.”
이리나가 칠판 옆에 그 조건을 쓴다. 영하 55도.
“10월 하순 보스토크 평균 기온은요?” 에릭이 묻는다.
이리나가 자기 기록부를 본다. 70년 넘게 거의 끊긴 적 없는 기록.
“영하 52도에서 58도 사이.” 이리나가 말한다. “해마다 달라요.”
나는 칠판의 ‘나흘’을 본다. 그리고 이리나의 ‘영하 55도’를 본다.
나흘은 날씨 하나면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