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은 2주 전부터 있었다.
처음에는 아무도 그걸 따로 말하지 않았다. 보스토크에서 두통은 날씨 같은 거다. 해발 3,488미터, 산소는 해수면의 60퍼센트. 다니엘이 처음부터 말했다. 여섯 명이 두통을 호소한다고. 6월에도 그랬다. 7월 한파 때 건물을 막고 나서는 더 심해졌다. 이산화탄소 때문이라고 했다. 해치를 연 뒤로는 조금 나아졌다.
8월 들어 다시 심해졌다. 아침에 특히. 일어나면 관자놀이가 조여 오고, 세수를 하고 나면 조금 풀린다. 알료샤는 두 번 토했다. 다니엘은 위장 문제일 수 있다고 했다. 천위는 계산을 하다가 같은 줄을 세 번 읽는다고 말했다. 웃으면서.
다니엘은 매일 아침 모두의 손가락에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끼운다. 숫자는 괜찮다. 86, 88, 90. 6월보다 오히려 높다. 보일러가 생활 칸을 데워 줘서 다들 잠을 더 잘 잔다고, 다니엘은 그렇게 해석했다.
나도 그렇게 해석했다. 숫자가 괜찮았으니까.
8월 16일 새벽 3시, 나는 깬다.
깨운 건 통증이다. 머리 안쪽에서 누군가 망치로 두개골을 두드린다. 일어나 앉으려다 다시 쓰러진다. 세상이 기울어 있다. 침낭 지퍼를 내리는 데 세 번 실패한다. 손가락이 내 말을 듣지 않는다.
토할 것 같다. 숨이 가쁘다. 그런데 아무리 숨을 쉬어도 모자라다.
고산병이 심해졌나. 그렇게 생각하려는데, 그 생각이 끝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생각이 중간에 끊긴다. 마치 생각에도 산소가 모자란 것처럼.
잠자는 칸은 어둡다. 구석에 작은 파란 불빛이 하나 있다. 캠핑 버너. 2주 전 미샤와 내가 가스 관을 이어 만든 난로. 원래는 환기구 바로 옆에 두었다. 지금 보니 환기구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다. 환기구 덮개가 닫혀 있다. 누군가 추워서 닫았다. 바람이 들어온다고.
파란 불빛을 본다. 그 불꽃 끝이 이상하다. 파랗다가, 끝에서 노랗게 흔들린다.
노란 불꽃.
시추를 하는 사람이라면 안다. 가스 불꽃이 노랗게 흔들리면 공기가 모자란 거다. 연료가 다 타지 못한다. 다 타지 못한 탄소는 이산화탄소가 아니라…….
생각이 다시 끊긴다. 나는 그 끊긴 생각의 끝을 억지로 붙잡는다. 이 고도에서는 공기에 산소가 적다. 그리고 우리 가스에는 이산화탄소가 4분의 1이나 섞여 있다. 불꽃이 차가워지고, 느려지고, 덜 탄다. 그 위에 환기구까지 닫히면.
일산화탄소.
나는 기어간다. 일어설 수 없어서. 버너까지 2미터. 가스 관의 볼 밸브를 찾는다. 손가락이 밸브 손잡이를 두 번 놓친다. 세 번째에 잡는다. 돌린다. 파란 불빛이 꺼진다.
그다음은 환기구다. 덮개를 손바닥으로 친다. 열린다. 영하의 공기가 쏟아져 들어온다. 그 공기를 들이마신다. 차갑다. 폐가 아프다. 그래도 들이마신다.
그리고 소리를 지른다. 아니, 지르려고 한다. 목소리가 이상하게 작다.
“일어나요! 일산화탄소! 다 나가요!”
방수포 너머 생활 칸에서 무언가 움직인다. 이리나다. 오늘 밤 당번이라 생활 칸 소파에서 잤다. 이 칸의 공기를 마시지 않은 사람. 이리나가 헤드램프를 켜고 들어온다. 내 얼굴을 보고, 꺼진 버너를 본다. 바로 안다. 이리나는 늘 바로 안다.
“다니엘!” 이리나가 소리친다. 목소리가 크다. 이 칸에서 크게 나오는 목소리는 그것 하나뿐이다.
잠자는 칸의 침낭들이 하나씩 움직인다. 에릭이 일어나 앉아 머리를 감싼다. 미샤가 기침을 한다. 쥘리에트가 무언가 중얼거리며 일어나려다 쓰러진다. 천위는 일어나 앉아 있다. 이미 앉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눈에 초점이 없다. 무어라 말한다. 중국어다. 나는 알아듣지 못한다. 천위도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
알료샤는 움직이지 않는다.
다니엘이 알료샤를 생활 칸으로 끌어낸다. 에릭과 이리나가 돕는다. 나는 쥘리에트와 천위를 한 팔씩 끼고 방수포를 지난다. 다리가 떨린다. 생활 칸 바닥에 셋이 같이 주저앉는다.
다니엘의 진료 칸에는 산소 농축기가 하나 있다. 고산병 환자를 위해 들여놓은 것. 공기에서 질소를 걸러 산소를 모아 주는 기계다. 그리고 산소통 두 개. 다니엘이 알료샤의 얼굴에 마스크를 씌우고 산소통의 밸브를 끝까지 연다.
“100퍼센트 산소.” 다니엘이 말한다. 혼잣말처럼. 그러고는 알료샤의 손가락에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끼운다.
화면에 숫자가 뜬다. 92.
“92면 괜찮은 거 아니에요?” 에릭이 묻는다. 목소리가 떨린다.
“거짓말이에요.” 다니엘이 말한다. 측정기를 보지도 않고. “이 기계는 일산화탄소를 산소로 읽어요. 일산화탄소가 피 속에서 산소 자리를 차지하면, 이 기계 눈에는 그게 산소처럼 보여요. 색이 비슷해서요.” 다니엘이 알료샤의 입술을 본다. 손톱을 본다. “일산화탄소는 산소인 척해요. 그래서 2주 동안 우리 숫자가 좋아 보였던 거예요.”
나는 그 말을 듣는다. 2주 동안의 숫자. 86, 88, 90. 6월보다 높았던 숫자. 우리는 그 숫자를 믿었다.
다니엘이 알료샤의 가슴에 귀를 댄다. 맥을 짚는다. 눈꺼풀을 열어 헤드램프로 비춘다.
“숨은 쉬어요. 맥도 있어요. 빨라요.” 다니엘이 말한다. 그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하다. 하지만 그의 손이 처음으로 빠르다. “산소를 계속 줄 거예요. 몇 시간. 깨어날 거예요. 깨어나야 해요.”
“고압 산소실은요?” 쥘리에트가 묻는다. 바닥에 앉은 채로.
“가장 가까운 게 맥머도예요. 1,300킬로미터.” 다니엘이 산소통 게이지를 본다. “여기 있는 걸로 해요.”
천위에게는 농축기의 마스크를 씌운다. 나머지는 열린 정문 앞에 앉아 바깥 공기를 마신다. 영하 69도의 공기. 다니엘이 그게 지금 가장 좋은 약이라고 한다. 산소가 많은 공기는 아니지만, 일산화탄소가 없는 공기니까. 피 속의 일산화탄소는 몇 시간에 걸쳐 조금씩 빠져나간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 빠르고, 순수한 산소를 마시면 더 빠르다.
알료샤는 새벽 6시 반에 눈을 뜬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알아보지 못한다. 눈만 뜨고 천장을 본다. 다니엘이 이름을 부른다. 알렉세이. 알료샤. 한참 뒤에 알료샤가 고개를 돌린다. 다니엘을 본다. 입술이 움직인다.
“수프…….” 알료샤가 말한다. 마스크 안에서 웅얼거리듯. “아침 수프, 아직 안 했어요.”
다니엘이 웃는다. 처음으로, 그 차분한 얼굴이 무너진다. 그가 고개를 숙이고 한참 동안 들지 않는다.
이리나가 알료샤의 손을 잡는다. 미샤가 그 뒤에 서 있다. 미샤의 얼굴이 하얗다. 일산화탄소 때문이 아니다.
천위는 7시쯤 정신이 돌아온다. 띄엄띄엄 말한다. 자기가 새벽 2시쯤 깨서 계산을 하려 했는데, 같은 숫자를 아무리 더해도 답이 안 나왔다고. 그래서 그냥 앉아 있었다고. 왜 앉아 있는지도 몰랐다고.
“제 규정에 일산화탄소가 없었어요.” 천위가 말한다. “메탄만 쟀어요.”
“제 규정에도 없었어요.” 내가 말한다.
오후에 미샤가 버너를 뜯어낸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공구도 쓰지 않는다. 맨손으로 가스 관을 비틀어 빼고, 버너를 들어 올려 생활 칸 바닥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그 앞에 앉는다. 오래.
나는 그 옆에 앉는다.
“우리가 만들었어요.” 내가 말한다.
“내가 만들었어.”
“제가 환기구 옆에 두라고 했어요. 천위한테 메탄만 재라고 했어요. 일산화탄소는 생각 안 했어요.”
미샤가 버너를 본다. 녹슨 쇠 고리.
“1982년 얘기에 그게 있었어.” 미샤가 말한다. “등유 난로 옆에서 문 닫고 자면 아침에 못 일어나는 사람이 있었대. 백 번은 들었어.” 미샤가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린다. “그런데 가스는 깨끗한 줄 알았어. 파랗게 타니까.”
나는 노트를 꺼낸다. 이번에는 규정을 쓴다. 내 규정. 칠판이 아니라 노트에.
- 사람이 자는 곳에서는 불을 피우지 않는다.
- 불을 피우는 모든 곳에 환기구를 열어 둔다. 덮개를 떼어 낸다.
- 천위는 4시간마다 일산화탄소도 잰다(크로마토그래프로 가능한지 확인할 것).
- 숫자가 좋아 보일 때, 그 숫자를 무엇으로 쟀는지 다시 본다.
네 번째 줄을 쓰고 나서 나는 한참 동안 펜을 들고 있다.
미샤가 그 노트를 본다.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고는 버너를 들고 일어난다. 바깥으로 들고 나간다. 눈 둔덕 위에 던져 놓는다. 봄에 누가 치울 거다.
8월 18일, 해가 뜬다.
정오에 우리는 모두 밖으로 나간다. 알료샤도. 다니엘이 그를 썰매에 눕히고 침낭 세 개로 감쌌다. 에릭과 미샤가 그 썰매를 끈다. 시추동 북쪽, 4월 24일에 해가 지는 걸 봤던 그 눈 둔덕까지.
영하 69도. 바람은 없다.
북쪽 지평선이 밝다. 몇 주 전부터 정오 무렵이면 그쪽 하늘이 남색에서 파랑으로, 파랑에서 연한 주황으로 변하는 걸 봐 왔다. 오늘은 다르다. 지평선 한 점이 하얗게 타오른다.
그리고 해가 나온다.
처음에는 점이다. 붉은 점. 지평선 위로 손톱만큼. 그 점이 조금씩 커진다. 반원이 된다. 116일 만이다.
빛이 눈밭을 건너온다. 수 킬로미터를 가로질러, 낮게, 거의 수평으로. 눈 위의 모든 작은 물결이 그림자를 드리운다. 눈밭 전체가 주름진 비단처럼 보인다. 그 빛이 우리 얼굴에 닿는다.
따뜻하지 않다. 영하 69도에서 해는 아무것도 데우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그 빛이 닿는 순간 무언가가 따뜻하다고 느낀다. 얼굴이 아니라 다른 데가.
이리나가 기록판을 들어 읽는다. 목소리가 갈라진다.
“8월 18일. 기온 영하 69.4도. 기압 621헥토파스칼. 풍속 0. 일출 12시 2분.”
아무도 대꾸하지 않는다. 4월 24일과 같다. 그런데 다르다.
알료샤가 썰매 위에서 고개를 든다. 해를 본다. 마스크 너머로 무어라 말한다. 다니엘이 몸을 숙여 듣는다. 그리고 우리에게 전한다.
“넷한테도 보이냐고 묻네요.”
눈 창고. 시추동 뒤, 판자 지붕을 덮은 도랑. 그 지붕 위로 낮은 해가 붉게 내려앉는다. 표트르, 니콜라이, 베르나르, 민재. 그들은 4월 24일의 일몰을 보지 못했다. 오늘의 일출도.
나는 눈 창고를 본다. 그리고 그 너머를 본다.
해가 비추는 눈밭 저쪽, 불탄 펌프동의 검은 뼈대 너머. 거기 눈이 다르다. 넉 달 동안 어둠 속이라 보이지 않았다. 지금 낮은 햇빛 아래에서는 보인다. 눈밭 한가운데에 넓게 번진 얼룩. 누렇다가 가장자리로 갈수록 옅어지는. 2월 17일 새벽, 1번과 2번 탱크가 쏟아 낸 14만 리터가 스며든 자리. 그리고 7월에 투하 드럼들이 터지며 뿌린 검은 부채꼴들.
그날 밤 나는 칠판 앞에 선다.
메탄 생산: 하루 약 125㎥ (7월 말 120에서 거의 그대로) 깨끗한 연료 남은 것(8월 16일 계량): 약 10,000리터 하루 사용: 약 150리터 10,000 ÷ 150 = 67일 → 10월 22일
“사흘 모자라요.” 내가 말한다. “새는 거, 날씨, 고장, 아무것도 없으면요.”
아무도 말이 없다. 사흘. 6월에는 40일이 모자랐다. 그게 사흘이 됐다. 그런데 사흘이 40일보다 무섭다. 사흘은 손에 잡힐 것 같아서.
“생산이 왜 안 늘어요?” 이리나가 묻는다. “7월에는 9일마다 두 배였잖아요.”
쥘리에트가 일어선다. 오늘 하루 종일 현미경 앞에 있었다. 일산화탄소 두통이 아직 남아 있을 텐데.
“배고파서요.” 쥘리에트가 말한다.
“탱크에 오염 연료가 아직 7천 리터 가까이 있어요.” 이리나가 말한다.
“탄소는요. 탄소는 넘쳐요.” 쥘리에트가 칠판 앞으로 나온다. 분필을 든다. “그런데 세포를 만들려면 탄소만으로는 안 돼요. 질소랑 인이 있어야 해요. 단백질이랑 DNA를 만들어야 하니까. 등유에는 그게 없어요. 처음에 섬프에서 소화 분말을 먹었잖아요. 인산암모늄. 그걸 다 먹었어요. 지금은 죽은 동료들을 먹어서 그 질소랑 인을 돌려 쓰고 있어요. 그래서 더 늘지 못해요. 밥은 있는데 반찬이 없는 거예요.”
쥘리에트가 칠판에 쓴다. 탄소, 질소, 인. 그리고 화살표.
“먹이를 더 주면 돼요.” 쥘리에트가 말한다. “질소랑 인을요. 그러면 더 많이, 더 빨리 만들어요.”
“어디서요?” 이리나가 묻는다.
쥘리에트가 웃는다. 쥘리에트가 대답하기 전에, 나는 오늘 정오의 눈밭을 떠올린다. 낮은 햇빛 아래 넓게 번진 누런 얼룩. 14만 리터.
그리고 생각한다. 질소와 인은 반찬이다. 그럼 밥은. 밥이 더 있으면.
“쥘리에트.” 내가 말한다. “반찬을 구하면, 밥도 더 먹을 수 있어요?”
쥘리에트가 나를 본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나는 창문을 본다. 성에 낀 유리 너머, 지금은 다시 어두운 바깥. 그 어둠 속 어딘가의 누런 눈.
“먹이라면.” 내가 말한다. “저기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