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칠판을 지운다. 전부.
이리나의 숫자 세 개도. 다섯 달 동안 한 번도 지우지 않았던 그 숫자들. 이리나가 내 옆에 서서 그걸 본다. 말리지 않는다.
깨끗해진 칠판 맨 위에 나는 이렇게 쓴다.
장부를 다시 쓴다.
사흘 동안 쥘리에트와 천위와 나는 한 탁자에 붙어 있었다. 쥘리에트는 미생물이 무엇을 먹고 무엇을 내놓는지 안다. 천위는 그 기체가 정확히 무엇인지 잰다. 나는 그 둘을 숫자로 잇는다.
등유는 여러 탄화수소가 섞인 기름이다. 탄소 열 개에서 열여섯 개짜리 사슬이 대부분이다. 계산을 쉽게 하려고 쥘리에트가 그중 하나를 고른다. 헥사데칸. 탄소 16개, 수소 34개. 쥘리에트가 칠판에 식을 쓴다. 글씨가 둥글고 크다.
C₁₆H₃₄ + 7.5 H₂O → 12.25 CH₄ + 3.75 CO₂
“혼자서는 못 해요.” 쥘리에트가 말한다. “한 녀석이 기름 사슬을 끊고, 다른 녀석이 그 조각으로 수소랑 아세트산을 만들고, 마지막 녀석이 그걸로 메탄을 만들어요. 셋이 손을 잡고 하는 일이에요. 현미경에서 쉼표 사슬이랑 동그란 녀석들이 붙어 있던 거, 그거예요.”
천위가 계산기를 두드린다.
“메탄 77, 이산화탄소 23.” 천위가 말한다. “제가 잰 건 71이랑 27. 비슷해요. 이산화탄소가 조금 더 많은 건 다른 것도 같이 먹어서일 거예요. 소화 분말이나 죽은 세포나.”
이제 내 차례다. 나는 식 아래에 줄을 긋고 두 숫자를 나란히 쓴다.
헥사데칸 1몰을 태우면: 약 10,700kJ 메탄 12.25몰을 태우면: 12.25 × 890 = 약 10,900kJ
다 쓰고 나서도 나는 한참 동안 분필을 내려놓지 못한다.
“같아요.” 내가 말한다. “연료를 그냥 태우면 나오는 열이랑, 그 연료가 메탄이 된 다음에 태우면 나오는 열이요. 메탄 쪽이 오히려 조금 많아요.”
“물 때문이에요.” 천위가 말한다. 식의 왼쪽, 7.5 H₂O를 분필 끝으로 두드린다. “물의 수소가 메탄으로 가요. 이 반응은 주변 열을 조금 빨아들여요. 그만큼이 메탄에 들어가요.”
탱크 바닥의 영상 3도가 그 200킬로줄을 대 준다는 뜻이다. 에너지는 줄지 않았다. 오히려 아주 조금 늘었다.
“그럼 저것들은 뭘 먹고 살아요?” 내가 쥘리에트에게 묻는다.
“부스러기요.” 쥘리에트가 웃는다. 조금 쓸쓸하게. “에너지는 거의 다 메탄에 남아요. 저 녀석들은 그 사이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만 주워 먹어요. 그래서 자연에서는 엄청 느려요. 호수 바닥에서 1,500만 년 동안 그렇게 살았을 거예요. 아주 조금씩, 아주 오래.”
“그런데 여기서는 수백 배 빨랐어요. 왜요?”
쥘리에트가 칠판 구석에 동그라미 셋을 멀찍이 떨어뜨려 그린다.
“호수 바닥에서는 이래요. 기름은 퇴적층 틈으로 한 방울씩 새어 나오고, 녀석들은 흩어져 살아요. 둘째가 내놓은 수소를 셋째가 멀리서 못 받아먹으면 수소가 그 자리에 쌓이고, 그러면 둘째가 일을 멈춰요.” 쥘리에트가 동그라미를 지우고 셋을 바짝 붙여 다시 그린다. “탱크 바닥은 이래요. 기름이 몇 톤이고, 물과 기름이 만나는 면이 바닥 전체예요. 거기 점액 막이 두껍게 깔려서 셋이 몸을 맞대고 살아요. 하나가 내놓은 수소를 옆에서 바로 받아먹으니까 아무도 멈추지 않아요. 하수 처리장의 소화조가 그래요. 찌꺼기로 메탄을 만드는 탱크요. 거기 미생물도 자연보다 수백 배 빨라요. 영상 3도, 끝없는 기름, 소화 분말.” 쥘리에트가 분필을 내려놓는다. “우리가 저 녀석들한테 소화조를 지어 준 거예요. 모르고.”
“저것들은 우리 연료를 먹은 게 아니에요.” 내가 말한다. “포장을 바꾼 거예요. 액체에서 기체로.”
이리나가 묻는다. 내가 사흘 동안 기다린 질문을.
“얼마나 버렸어요?”
나는 계산해 둔 걸 쓴다.
3월 8일부터 7월 20일까지 미생물 손실: 약 6,250리터 등유 1리터 → 메탄 약 1.5㎥ (보스토크 기압, 0도) 6,250리터 → 메탄 약 9,400㎥
“9,400세제곱미터. 그걸 우리가 바깥에 버렸어요. 건물 틈으로, 호스로. 등유로 치면 스무사흘치예요.”
알료샤가 손가락을 접으려다 그냥 멈춘다. 스무사흘은 손가락을 다 접어도 모자란다.
“그걸 다시 모을 순 없죠.” 에릭이 붕대 감은 오른손을 왼손으로 감싸며 말한다.
“없어요. 그건 남극 하늘에 퍼졌어요. 하지만 지금 만들어지는 건 모을 수 있어요.”
다음은 필터다. 그게 이 장부의 진짜 문제다.
필터 남은 것: 12개 오염된 실내 연료(A, B, 일일 탱크): 약 10,750리터 깨끗한 연료(바깥 3번 탱크 11,000 + 투하 드럼 2,600 + 미샤 드럼 400): 14,000리터
“필터 열두 개면 이 속도로 나흘이에요.” 내가 말한다. “미샤가 침전이랑 행주로 늘려도 엿새. 그다음에는 실내 연료를 발전기에 넣을 수 없어요. 1만 리터가 넘게 남아 있어도 엔진이 못 먹어요.”
“그럼 깨끗한 걸 쓰면 되잖아.” 미샤가 말한다.
나는 쓴다.
14,000 ÷ 278리터/일 = 50일 → 9월 9일
“9월 9일에 바닥나요. 첫 비행기까지 46일이 모자라요.”
조용하다. 나는 그 조용함 속에서 마지막 줄을 쓴다. 사흘 동안 쥘리에트, 천위와 함께 다듬은 줄.
오염된 연료 → 미생물 → 메탄 → 필터 필요 없음
“오염된 연료는 엔진이 못 먹어요. 그런데 저것들은 먹어요. 먹고 메탄을 내놔요. 메탄은 기체라서 찌꺼기가 없어요. 필터가 필요 없어요.” 나는 분필을 내려놓는다. “우리가 못 쓰는 연료를 저것들이 쓸 수 있는 연료로 바꿔 줘요.”
미샤가 팔짱을 푼다.
“메탄으로 발전기를 돌린다고?”
“혼소요. 흡기에 메탄을 섞고, 등유는 점화용으로만 조금 뿌려요. 그건 깨끗한 연료로 하고요. 보일러는 가스 버너로 바꾸면 돼요. 그건 더 쉬워요.”
미샤가 발전기실 쪽을 본다. 눈이 무언가를 계산하고 있다. 기계의 숫자를.
“조속기가 알아서 해.” 미샤가 혼잣말처럼 말한다. “가스가 들어오면 회전이 오르고, 회전이 오르면 조속기가 등유를 줄여. 무르만스크에 가스로 돌리던 배가 있었어. 비슷했어.”
“얼마나 대신할 수 있어요?”
“잘하면 70, 80퍼센트. 처음엔 반.”
나는 칠판에 마지막 표를 그린다.
지금 미생물이 바꾸는 양: 하루 약 82리터 → 메탄 약 120㎥ 발전기 + 난방 수요: 하루 278리터 메탄이 맡을 수 있는 몫: 약 30% 나머지(깨끗한 연료): 하루 196리터 14,000 ÷ 196 = 71일 → 9월 30일
“9월 30일이에요. 아직 25일이 모자라요.” 나는 숫자 아래에 줄을 긋는다. “저것들이 더 많이, 더 빨리 바꿔 줘야 해요. 우리는 덜 써야 하고요.”
이리나가 칠판을 오래 본다.
“그러니까.” 이리나가 단어를 하나씩 놓듯이 말한다. “6월에 우리는 저걸 죽이자고 손을 들었어요. 쥘리에트는 얼리자고 했어요. 그런데 지금 소이는…….”
“먹이자고 해요.” 내가 말한다. “살균제는 더 넣지 않아요. 연료 구역은 영상 3도로 지켜요. 저것들한테 제일 좋은 온도요. 그리고 메탄을 한 방울도 버리지 않고 모아요.”
“모은다고요.” 다니엘이 말한다.
다니엘은 오늘 회의 내내 아무 말이 없었다. 천천히 일어선다. 목소리는 여전히 정중하다.
“사흘 전에 그 가스가 천장에서 3.9퍼센트였어요. 하루 반 남았다고 했죠. 그걸 이제 일부러 모으자고요? 여덟 명이 자는 건물 안에서?”
“지금도 나와요. 버리느냐 모으느냐만 달라요.”
“버린 건 바깥에서 퍼지고, 모은 건 안에서 터져요.” 다니엘이 말한다. “나는 의사예요. 숫자가 좋아 보인다고 몸이 괜찮은 건 아니에요.”
아무도 대꾸하지 않는다. 다니엘이 회의에서 반대하는 걸 나는 거의 본 적이 없다. 나는 대답을 찾는다. 다니엘의 말이 맞아서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천위가 재요.” 내가 말한다. “매일. 천장이랑 바닥이랑 가운데. 그리고 정해 둔 숫자를 넘으면 무조건 해치를 열어요. 연료보다 그게 먼저예요.”
다니엘이 천위를 본다. 천위가 고개를 끄덕인다. 다니엘이 다시 앉는다. 동의한 얼굴은 아니다. 기다리겠다는 얼굴이다.
“규정에 있어요?” 이리나가 묻는다.
이 질문이 올 줄 알았다. 대답도 준비했다. 그런데 막상 입을 열자 준비한 말이 아니라 다른 말이 나온다.
“없어요. 규정에는 호수에서 나온 걸 어떻게 먹여 살리는지가 없어요. 그 규정을 쓴 사람 중 하나가 저예요. 그때 저는 이런 일을 상상하지 못했어요.” 나는 숨을 쉰다. “그래서 제가 판단할게요. 틀리면 그것도 제가 기록할게요.”
이번에도 손을 든다.
이리나가 든다. 미샤, 에릭, 알료샤. 쥘리에트가 든다. 6월과 같은 높이로, 팔꿈치가 펴질 때까지.
다니엘은 조금 늦게 든다. 천위를 한 번 더 보고 나서.
천위가 손을 든다. 이리나가 천위를 본다. 천위가 어깨를 으쓱한다.
“이번엔 쟀어요.”
그리고 나. 이번에는 입속으로 아무 조항도 외지 않는다.
8 대 0.
미샤가 손을 내리고 웃는다. 소리 없이, 어깨만 들썩이며. 다들 그를 본다.
“9,400세제곱미터.” 미샤가 칠판의 숫자를 턱으로 가리킨다. “우리는 넉 달 동안 하늘에다 연료를 뿌렸어. 냄새도 안 나는 걸로.”
“몰랐잖아요.” 에릭이 말한다.
“알아. 그러니까 웃지.” 미샤가 눈가를 손등으로 닦는다. 웃어서인지 다른 이유인지는 모르겠다. 미샤가 일어서서 발전기실 쪽을 본다.
“가스도 연료야.” 미샤가 말한다. “모양만 다른.”
이리나가 칠판에 투표 결과를 적는다. 8, 0. 그 아래에 6월 24일의 숫자를 나란히 적는다. 6, 1, 기권 1. 두 줄을 오래 본다. 지우지 않는다.
회의가 끝나 갈 무렵 쥘리에트가 일어선다. 얼굴이 하얗다. 무언가를 결심한 얼굴이다.
“말할 게 있어요.” 쥘리에트가 말한다. “6월 29일 밤에…….”
“알아요.” 내가 말한다.
쥘리에트가 멈춘다. 모두가 나를 본다.
“봤어요. B 탱크 그늘에서. 쥘리에트가 티타늄 원통에 A 탱크 바닥 시료를 받아서 저기 상자에 넣는 거.” 나는 탱크 구역 구석의 상자를 가리킨다. ‘6G 장비 — 손대지 말 것 — 시추팀’. “그리고 저는 아무 말도 안 했어요. 기록도 안 했어요.”
이리나의 얼굴이 굳는다. 나를 보고, 쥘리에트를 보고, 다시 나를 본다.
“투표로 정한 걸 어겼어요.” 이리나가 말한다. “둘 다.”
“네.”
조용하다. 발전기가 웅웅거린다. 지붕 해치의 쐐기 틈으로 차가운 공기가 가늘게 내려온다.
이리나가 칠판 쪽으로 몸을 돌린다. 분필을 집는다. 무언가를 쓰려다 멈춘다. 그리고 분필을 내게 내민다.
“기록해요.” 이리나가 말한다. “지금. 여기서. 날짜랑 시간이랑, 소이 이름으로.”
나는 분필을 받는다. 그러고는 칠판이 아니라 노트를 꺼낸다. 6월 29일 칸이 비어 있는 그 노트를.
2032년 6월 29일 01:40. 쥘리에트 바로가 A 탱크 배수 밸브에서 시료 약 1.5L를 6G 채취기(티타늄 압력 용기)에 받아 영상 1도 보관 상자에 넣음. 한소이 목격. 보고하지 않음. 2032년 7월 21일 기록. — 한소이
서명을 하고 나니 이상하게 가볍다. 규정을 어긴 걸 규정대로 적었다. 웃기는 일이라는 걸 안다. 그래도 적는다.
이리나가 노트를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쥘리에트에게 말한다.
“그 상자, 앞으로도 영상 1도로 지켜요. 이제는 그게 우리 예비예요.” 이리나가 잠시 멈춘다. “탱크 것들이 다 죽으면 저기서 다시 시작해야 하니까.”
쥘리에트가 이리나를 본다. 무언가 말하려다 못 한다. 대신 고개를 끄덕인다. 세게, 여러 번.
밤 10시. 다들 잠자리에 들기 전, 이리나가 칠판 앞에 혼자 서 있다. 나는 그 옆으로 간다.
칠판에는 오늘의 식과 숫자가 가득하다. 한쪽 귀퉁이에 이리나의 작고 각진 글씨가 있다.
기체 저장?
“모은 메탄을 어디에 담아요?” 이리나가 묻는다. “하루에 120세제곱미터가 나와요. 발전기가 쓰는 속도랑 나오는 속도가 달라요. 밤에는 덜 쓰고 낮에는 더 쓰고. 어디엔가 모아 둬야 해요.”
“탱크 위 빈 공간은 작아요. 압축기는 없고요. 압축하려면 그것도 전기가 들어요.”
“알아요.” 이리나가 말한다.
그리고 고개를 돌린다. 생활 칸 구석, 나무 상자 더미 쪽으로. 2월에 기상동에서 옮겨 온 것들. 사흘 전 새벽, 수소를 담으려고 그중 하나에서 풍선 한 개를 꺼냈었다. 상자 옆면에 영어와 러시아어로 쓰여 있다. 라디오존데 풍선. 1,200그램. 수량 200.
“수소를 담던 풍선이에요.” 이리나가 말한다. “메탄도 담을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