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를 바꾸는 데 4분이 걸렸다.
지름 1.5미터짜리 구가 14도로 기울어 있으면 두 사람이 서로를 넘어가는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한 사람이 최대한 작아지고, 다른 사람이 그 위로 기어가는 것. 태오가 높은 쪽 손잡이를 잡고 몸을 웅크렸다. 니나는 그의 무릎과 계기판 사이로 기어 내려갔다. 은박 담요가 둘 사이에 끼어 요란하게 바스락거렸다. 니나의 팔꿈치가 그의 갈비뼈를 찔렀고, 그의 털모자가 니나의 얼굴을 덮었다. 누구도 사과하지 않았다. 말은 숨이었다.
조종사 자리는 생각보다 차가웠다. 태오가 이틀 내내 앉아 있던 자리인데도 그랬다. 티타늄은 사람 온기를 오래 붙들지 않았다.
니나는 조종간을 봤다.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검은 막대 하나, 그 옆에 관절 스위치 여섯 개. 어깨, 팔꿈치, 손목 돌리기, 손목 꺾기, 집게, 절단기. 팔 끝에는 집게 말고 유압 절단기가 하나 더 붙어 있었다. 엉킨 줄을 끊으려고 단 짧은 날, 22밀리미터까지 문다. 시뮬레이터와 똑같았다. 다만 시뮬레이터의 화면은 언제나 맑았다.
훈련 주간에 니나는 저녁마다 운항팀 시뮬레이터실에 몰래 남았다. 두 시간, 세 시간. 처음 사흘 동안은 시뮬레이터 바닥의 가짜 진흙을 쉰 번쯤 휘저었고, 그때마다 화면에는 빨간 글씨로 ‘시야 상실’이 떴다. 나흘째부터는 가짜 단각류를 집게로 집을 수 있었다. 그 시간을 들인 이유는 하나였다. 바닥에서 누군가 “해 볼래요?” 하고 물어 주면, 그때 손을 들 수 있도록.
아무도 묻지 않았다. 1일 차에 팔은 내내 태오의 손에 있었다. 니나는 그걸 당연하게 여겼다. 잠수정의 팔은 조종사의 팔이었다.
이제 그 조종사가 옆에서 담요를 어깨에 두르고 있었다. 오른손은 무릎 위에 있었다. 더는 숨기지 않았다.
“전원.” 태오가 말했다.
니나가 스위치를 올렸다. 발밑 어딘가에서 유압 펌프가 낮게 돌기 시작했다. 화면 속에서 팔이 아주 조금 꿈틀했다. 살아 있는 것처럼.
“어깨.”
니나는 어깨 스위치를 눌렀다. 팔이 화면 바깥에서 안으로 들어왔다. 노란 관절, 검은 유압관, 그 끝에 집게.
“내려.”
조종간을 앞으로 밀었다. 팔이 내려갔다. 너무 빨랐다. 집게 끝이 고랑 가장자리에 닿기도 전에 물결이 먼저 닿았고, 고랑 벽의 위쪽이 연기처럼 일어났다.
“멈춤.”
니나는 손을 뗐다. 늦었다. 화면이 갈색으로 덮였다.
6분.
니나는 그 6분 동안 화면을 보지 않았다. 자기 손을 봤다. 조종간을 쥐었던 오른손 손가락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너무 세게 쥐었다. 시뮬레이터에서도 처음에는 그랬다. 그때는 강사가 뒤에서 “힘 빼요, 박사님” 하고 웃었다.
태오는 웃지 않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는 게 니나에게는 웃음보다 나았다.
두 번째도 실패였다. 세 번째에는 집게가 고랑 바닥에 닿았지만 떠낸 진흙이 집게 사이로 다 흘러내렸다. 네 번째에는 팔을 너무 깊이 넣어 썰매 다리 끝을 쳤다. 쇠와 쇠가 부딪치는 진동이 몸체를 타고 구까지 올라왔다. 구가 짧게 울었다.
니나는 조종간에서 손을 뗐다. 손바닥이 젖어 있었다. 9도인데.
“죄송해요, 제가, 각도를 잘못 봤어요. 화면이 평면이라 거리를 모르겠어요. 집게 그림자가 어디 있는지도 안 보이고, 그리고 아까 그 다리, 혹시 그게 휘었으면…”
“니나.”
“네?”
“숨.”
니나는 숨을 내쉬었다. 하얀 김이 화면 앞에서 퍼졌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방금 그가 자기를 뭐라고 불렀는지 알아차렸다.
니나.
사흘 동안, 아니 훈련 첫날부터 그는 니나를 ‘쿠마르 박사’라고 불렀다. 지진 직후에도, 산소를 불러 달라고 할 때도, 은박 담요를 내밀 때도. 그게 그 사람의 거리였다. 니나는 그 거리가 싫지 않았다. 정확한 거리였으니까.
니나는 그를 보지 않았다. 그도 니나를 보지 않았다. 둘 다 화면 속 흙탕물이 가라앉는 걸 봤다. 이산화탄소 0.9퍼센트.
“다리는 안 휘어요.” 태오가 말했다. “티타늄.”
“네.”
“그림자는 조명 각도. 우현 조명이 위에서 와요. 그림자는 집게 왼쪽 아래.”
니나는 화면을 다시 봤다. 흙탕물이 가라앉으면서 집게의 그림자가 고랑 바닥에 떠올랐다. 정말로 왼쪽 아래였다. 집게 끝과 그림자 끝 사이가 손가락 한 마디쯤. 그 둘이 닿으면 집게가 바닥에 닿은 것이다.
“닿으면 멈춤.” 니나가 말했다.
“닿으면 멈춤.”
다섯 번째를 하기 전에 니나는 손을 떼고 화면을 오래 봤다.
두 시간 전 태오가 무너뜨린 고랑 벽이 거기 있었다. 그 무너진 단면에 층이 보였다. 니나는 그 뒤로 내내 그걸 무릎 위에 손가락으로 그렸다. 맨 위 15센티미터쯤은 색이 옅고 결이 없었다. 2일 새벽 두 번째 붕괴 때 새로 덮인 진흙이었다. 물을 너무 많이 머금어서 아직 바닥이 되지 못한 것. 그 아래는 조금 더 진했다. 첫날 붕괴로 쌓인 층. 그리고 맨 아래, 썰매 다리가 박힌 자리는 다른 색이었다. 밝은 베이지. 착지하던 날 본 원래의 바닥. 수천 년 눌린 하얀 가루.
세 층은 성질이 달랐다. 벵골만 코어에서 질리도록 본 차이였다.
“위층은 퍼내면 안 돼요.” 니나가 말했다. “어제 보셨잖아요. 떠내면 옆에서 흘러서 메워져요. 저건 아직 흙이 아니라 진한 물이에요. 손으로 쥐면 손가락 사이로 다 빠져요. 저건 퍼내는 게 아니라 밀어야 돼요. 집게를 닫고, 등으로. 불도저처럼. 우현 바깥쪽으로 밀어서 둑을 쌓으면 다시 안 흘러들어 와요. 둑이 막으니까.”
태오가 니나를 봤다.
“그리고 아래층은 반대예요. 저건 단단해요. 3킬로파스칼은 될 거예요. 집게를 넓게 대면 안 들어가요. 끝으로 긁어야 돼요.” 니나는 자기 손가락 끝을 세워 무릎을 눌렀다. “팔이 끝에서 낼 수 있는 힘이 정해져 있잖아요. 같은 힘을 집게 면 전체로 대는 거랑 끝 한 점으로 대는 거랑, 누르는 압력이 백 배 차이 나요. 넓게 대면 진흙이 버텨요. 끝으로 대면 진흙이 갈라져요.”
니나는 말을 멈췄다. 너무 길게 말했다. 수칙 1번. 이산화탄소 1.0.
태오는 화면을 봤다. 무너진 단면, 옅은 층과 진한 층과 하얀 층. 그는 그걸 열네 시간 동안 봤을 것이다. 다만 읽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건 니나의 일이었다.
“해요.” 그가 말했다.
집게를 닫았다. 팔꿈치를 굽혀 닫힌 집게의 등을 고랑 가장자리 위층에 댔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손목을 우현 바깥쪽으로 밀었다.
진흙이 밀렸다. 연기처럼 일어나지 않고, 두꺼운 크림처럼 한 덩어리로 밀려났다. 화면 오른쪽 끝에 작은 둑이 생겼다. 니나는 팔을 거두고 기다렸다. 둑은 무너지지 않았다. 고랑 위쪽 가장자리가 그만큼 넓어졌고, 흘러내릴 것이 없어졌다.
“됐다.” 니나가 속삭였다.
태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의 왼손 검지가 무릎 위에서 한 번 톡 움직였다.
그다음부터는 리듬이 생겼다.
“밀기.” 말과 함께 니나의 손이 움직였다. 태오는 화면 구석의 유압계와 포드 B 숫자를 보다가 짧게 말을 던졌다. “왼쪽.” “깊이.” “그림자.” 니나는 그 말이 오기 전에 이미 손을 움직이고 있을 때가 있었다. 어떤 때는 그가 말하고, 어떤 때는 니나가 먼저 말했다. “긁기.” “끝.” “멈춤.” 둘 중 누가 한 말인지 나중에는 헷갈렸다. 팔은 하나였고, 그 팔을 움직이는 머리는 둘이었다.
위층을 다 밀어내자 첫날의 층이 나왔다. 그것도 밀었다. 그 아래 하얀 바닥에서 니나는 집게를 세웠다. 끝으로 긁었다. 한 번에 2센티미터. 하얀 가루가 작은 구름을 만들었지만 위층처럼 화면 전체를 덮지는 않았다. 무거운 알갱이는 빨리 가라앉는다. 첫날 코어를 보며 니나가 한 말이었다.
일곱 시 반. 고랑 깊이 55센티미터.
그때 처음으로 구가 숨을 쉬었다.
어떻게 달리 말할 수가 없었다. 몸체 어딘가에서 아주 작게, 무언가가 풀리는 소리가 났다. 구 전체가 1밀리미터쯤 들렸다가 내려앉았다. 엉덩이 밑으로 그게 느껴졌다. 니나는 손을 멈추고 수심계를 봤다.
10,914.4에서 10,914.3.
니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숫자는 그대로였다. 셋, 넷. 그대로였다.
“물이 들어갔어요.” 니나가 말했다. 목소리를 낮추려고 애썼다. “고랑 바닥이 썰매 밑 높이에 거의 닿았어요. 거기로 물이 스며들어서 밑의 음압이 조금 풀린 거예요. 조금이지만.”
“조금.” 태오가 말했다. 그리고 그는 이산화탄소 수치를 손가락으로 톡 두드렸다. 1.1.
니나는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쿠타나드의 논에서 할머니는 서두르지 말라고 했다. 천천히,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면 진흙이 놓아준다. 니나는 조종간을 다시 잡았다.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듯 아주 조금씩.
여덟 시 반에 태오가 포드 B 숫자를 짚었다.
“조명 둘, 팔.” 그가 말했다. “예비 20 남기면 두 시간 반.”
니나는 화면을 봤다. 조명 하나는 팔 손목에 달려 집게 바로 뒤에서 고랑을 비추고 있었다. 다른 하나는 우현 옆구리에서 비스듬히 내려왔다. 그 빛은 고랑에 희미하게만 닿았다. 다만 그 빛 덕분에 그림자가 생겼다. 집게 왼쪽 아래의 그림자.
니나는 태오를 봤다. 그도 이쪽을 보고 있었다. 무엇을 끌지 그가 정하지 않으리라는 걸 니나는 알았다. 그는 정할 수 있었다. 해연호가 처음 물에 들어간 날부터 이 잠수정의 모든 스위치를 그가 정했다.
“손목 조명을 꺼요.” 니나가 말했다.
태오의 눈썹이 조금 올라갔다.
“우현 조명만 있으면 고랑은 어둡지만 그림자가 길어져요. 그림자로 거리를 재요. 손목 조명은 카메라랑 같은 쪽에서 비춰서 그림자를 지워요. 밝은데 거리를 모르는 것보다 어두운데 거리를 아는 게 나아요.”
태오는 잠시 화면을 봤다. 그리고 손목 조명 스위치를 내렸다.
화면이 어두워졌다. 고랑은 회색 그늘이 되었고, 그 위로 우현 조명이 비스듬히 내려와 집게의 그림자를 길게 늘였다. 그림자가 고랑 바닥을 손가락처럼 짚었다.
니나는 조종간을 밀었다. 그림자가 짧아졌다. 닿았다.
“멈춤.” 둘이 동시에 말했다.
아홉 시 40분, 고랑이 썰매 밑으로 들어갔다.
니나는 그걸 눈으로 봤다. 하얀 바닥을 긁던 집게 끝 앞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진흙 알갱이들이 고랑 바닥을 따라 해연호 쪽으로 미끄러지고 있었다. 누가 빨아들이는 것처럼. 해연호 밑의 음압이 고랑을 통해 물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바닥에 갇혀 있던 진공이 숨구멍을 찾은 것이었다.
구가 다시 숨을 쉬었다. 이번에는 길었다. 몸체 전체가 끙 하고 울더니 엉덩이 밑에서 무언가가 들썩였다.
10,914.1. 10,913.9.
니나는 조종간에서 손을 뗐다. 손이 떨렸다. 태오의 손과는 다른 떨림이었다.
“더 넓혀요.” 태오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조금 빨랐다. “물길 둘. 하나 더.”
니나는 첫 번째 물길 옆으로 두 번째를 팠다. 밀기, 긁기, 멈춤. 그림자가 짧아지고 길어졌다. 포드 B 24. 구가 세 번째 숨을 쉬었다. 네 번째. 숨과 숨 사이가 짧아졌다.
10,913.6.
10시 38분이었다. 니나는 시각을 기억했다. 태오가 수첩에 적는 걸 봤기 때문이다.
그때 해연호의 앞쪽이 떴다.
엉덩이 밑이 기울었다. 구가 뒤로, 좌현 선미 쪽으로 넘어가는 느낌. 경사계의 숫자가 움직였다. 14에서 12, 11. 앞쪽 썰매가 진흙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화면 속 고랑 바닥이 아래로 멀어졌다. 우현 창밖으로 흙탕물이 피어올랐다가 천천히 아래로 흘렀다. 수심계가 미끄러지듯 줄었다. 10,913.4. 10,913.1.
니나의 입에서 말라얄람어가 튀어나왔다. 첫날 바닥에 내려앉을 때 튀어나온 바로 그 말이었다.
태오가 손잡이를 잡았다. 그의 왼손이 니나의 팔꿈치를 잡았다.
그리고 해연호가 멈췄다.
멈춘 게 아니었다. 붙잡혔다. 좌현 뒤쪽 어딘가에서 쇠가 쇠를 끄는 소리, 길고 낮게 비명 같은 소리가 났다. 구 전체가 한 번 크게 흔들렸다. 니나의 어깨가 벽에 부딪쳤다. 들렸던 앞쪽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다시 내려앉았다. 경사계가 거꾸로 움직였다. 11, 12, 13.
수심계는 10,913.9에서 멈췄다.
한참 동안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몸체가 내려앉으며 일으킨 흙탕물이 우현 창밖에서 천천히 가라앉았다.
“뒤.” 태오가 말했다. “좌현. 뭐가 잡고 있어요.”
“흡입력이 남은 거예요? 뒤쪽은 우리가 못 팠으니까…”
“아니에요.” 그는 자기 엉덩이 밑을 손바닥으로 짚었다. 마치 그 너머의 프레임을 만지려는 것처럼. “진흙은 저렇게 안 잡아요. 앞쪽이 떴어요. 진흙이면 뒤도 따라 떠요. 천천히라도. 저건 걸린 거예요. 쇠가 뭐에.”
뱃머리 카메라로는 뒤쪽이 보이지 않았다. 좌현 창은 첫날부터 진흙에 덮여 있었다. 남은 눈은 하나였다. 로봇팔 손목에 달린 작은 카메라.
“팔.” 태오가 말했다. “앞으로 끝까지. 왼쪽으로 꺾어서. 썰매 따라.”
니나는 팔을 뻗었다. 어깨를 좌현으로 돌리고, 팔꿈치를 펴고, 손목을 꺾었다. 팔은 뱃머리 우현에 달려 있었다. 좌현을 보려면 몸체 앞을 가로질러 반대편으로 손을 뻗어야 했다. 화면이 손목 카메라로 바뀌었다. 우현 조명은 거기까지 닿지 않았다. 니나는 아까 끈 손목 조명을 다시 켰다. 포드 B 21.
화면에 좌현 썰매의 앞부분이 떠올랐다. 진흙에서 반쯤 나온 티타늄 다리. 그 다리를 따라 카메라가 뒤로 갔다. 50센티미터, 1미터. 그리고 다리가 사라졌다.
검은 것이 그 위에 있었다.
처음에 니나는 그게 진흙 그림자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림자에는 결이 있었다. 둥글고 거칠고, 표면에 하얀 가루가 얇게 앉아 있었다. 조명이 비스듬히 닿자 가루 밑으로 검은 광택이 보였다. 돌이었다. 현무암 같았다. 해구 남쪽 벽, 바다 쪽 지각이 깨져 드러난 그 벽에서 굴러 내려온 것.
돌은 좌현 썰매와 그 위 프레임 한쪽을 깔고 앉아 있었다. 프레임 가로대가 돌 밑으로 들어가 있었다. 비스듬히 휘어 있었다.
“얼마나 커요?” 니나가 물었다. 목소리가 작았다.
태오가 화면에 얼굴을 가까이 댔다. 그는 프레임의 볼트를 셌다. 해연호의 프레임 볼트는 30센티미터 간격이었다. 그가 조립한 간격이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그가 말했다. “1.5미터. 안 보이는 데까지 하면 더.”
니나는 머릿속에서 그 숫자를 굴렸다. 지름 1.5미터짜리 돌. 현무암이면 물속에서도 3톤 가까이 나간다. 사흘 동안 계산한 모든 것, 흡입력 4.8톤과 덮인 진흙 1.1톤은 시간과 물길로 하나씩 깨 왔다. 이건 깨지지 않았다. 흡입력을 다 깨도 몸체는 뜰 수 없었다. 해연호의 왼쪽 뒷다리를 3톤짜리 돌이 밟고 서 있었다.
그 돌은 첫날 무너진 벽에서 왔다. 벽에서 200미터. 니나가 더 가 보자고 조른 그 벽.
니나는 그 생각을 접지 못했다. 접어서 주머니에 넣으려 했는데 주머니가 이미 차 있었다.
옆에서 태오가 조용했다. 니나는 그를 돌아봤다.
그는 화면을 보고 있지 않았다. 고개를 들고 있었다. 해치 옆, 구의 천장 가까이에 붙은 작은 덮개 하나. 노란색과 검은색 빗금이 칠해진, 손바닥만 한 덮개. 해연호를 처음 탔을 때 니나는 그게 뭐냐고 물었다. 그때 태오는 이렇게만 답했다.
“안 쓰는 거.”
그는 지금 그 덮개를 보고 있었다. 오래, 한 번도 깜빡이지 않고. 그의 오른손이 무릎 위에서 떨고 있었고, 그는 그걸 감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