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기압 · 6장
1,100기압 · 도해

6장

챌린저 해연 바닥, 수심 10,914m
생명유지 잔여 70시간
약 11분

7시에 태오가 뱃머리 카메라를 켰다.

니나는 그 화면이 또 갈색일 거라고 생각했다. 어제 오후 내내 그랬으니까. 그런데 화면에 뜬 건 물이었다. 뿌옇지만 물이었다. 로봇팔 손목 조명의 빛이 그 안으로 2미터쯤 들어갔다가 흐려졌다.

“카메라가 나왔어요.” 니나가 말했다.

태오는 대답하지 않고 카메라를 아래로 틀었다. 뱃머리의 노란 프레임이 보였다. 어제 진흙 속에 있던 프레임이었다. 그 위에 진흙이 얇게, 손가락 두어 마디 두께로 얹혀 있었다. 카메라를 오른쪽으로 틀자 로봇팔의 어깨 관절이 보였다. 그것도 반쯤 드러나 있었다.

“쓸려 갔어요.” 니나가 말했다. “새벽에 내려온 게 여기를 훑고 지나가면서 덮여 있던 걸 가져갔어요.”

니나는 그게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 알 수 없었다. 수심계는 10,914.4였다. 세 시간째 그대로였다. 해연호는 어제보다 깊었다. 그런데 뱃머리는 어제보다 드러나 있었다.

새벽 4시 10분 이후로 둘은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태오는 5시쯤 위에 긴 문자를 보냈고, 니나는 30분마다 산소를 불렀다. 그게 전부였다. 은박 담요를 어깨에 두른 채 니나는 수첩의 빈 줄을 봤다. ‘4시’라고 적으려던 줄. 연필은 6시가 다 되어서야 태오의 의자 밑에서 나왔다. 그 줄에는 끝내 아무것도 적지 않았다.

“더 오른쪽.” 니나가 말했다. “그리고 조금 위로요.”

카메라가 돌았다. 뿌연 물 너머로 무언가가 서 있었다. 벽처럼. 니나는 처음에 그게 해구의 남쪽 벽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너무 가까웠고, 너무 낮았다. 해연호 뱃머리에서 3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바닥이 갑자기 꺼지고, 그 꺼진 자리의 가장자리가 무릎 높이쯤 되는 절벽처럼 잘려 있었다.

“저게 뭐예요?” 태오가 물었다.

니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의자에서 몸을 앞으로 빼 화면에 얼굴을 바짝 댔다. 잘린 면이 보였다. 조명을 비스듬히 받아 줄무늬가 드러난 면.

“팔이요.” 니나가 말했다. 목소리가 이상하게 높았다. “손목 조명을 저쪽으로요. 저 잘린 데. 그리고 확대. 할 수 있는 만큼.”


물이 흐를 때 바위가 있으면, 물은 바위를 돌아 흐르면서 빨라진다. 빨라진 물은 바위 옆의 바닥을 판다. 냇가에서 큰 돌 옆이 깊게 파여 있는 이유다. 새벽에 무너져 내린 진흙의 흐름 앞에서 해연호가 그런 바위였다. 흐름은 해연호의 좌현 선미를 정면으로 때리고, 그 주위를 돌아 우현 뱃머리 쪽으로 빠져나가면서 바닥을 깎았다. 그리고 그 깎인 자리의 가장자리를 칼로 자른 단면처럼 남겨 두었다.

니나는 그 단면을 보고 있었다.

수천 년이 거기 세로로 서 있었다. 대부분은 어제 코어에서 본 그 밝은 베이지색이었다. 위쪽 바다에서 죽은 것들의 유리 껍데기가 1년에 1밀리미터도 안 되게, 아주 천천히 쌓인 층. 그런데 그 베이지색 사이사이에 다른 층이 끼어 있었다. 아래쪽은 어둡고 거칠다가 위로 갈수록 고와지고 밝아지는 층. 어제 세 번째 코어 맨 위에서 4센티미터 아래 있던 바로 그 층. 위에서 한꺼번에 쏟아져 내려온 것의 흔적.

하나가 아니었다.

“하나.” 니나가 말했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짚었다. 단면 맨 위쪽, 새벽의 진흙 바로 밑. “이게 제 코어에 있던 거예요. 두께도 같고 색도 같아요. 그 밑에 베이지색. 그리고 둘. 셋.”

니나는 셌다. 화면 속 단면 높이는 40센티미터 남짓이었다. 그 안에 그 층이 일곱 개 있었다.

“태오. 저 집게 폭이 얼마예요?”

“14센티.”

로봇팔의 집게가 화면 귀퉁이에 걸려 있었다. 니나는 그 폭을 자 삼아 층 사이의 베이지색 간격을 쟀다. 2센티미터 남짓. 3센티미터. 다시 2센티미터 반. 4센티미터. 간격이 들쑥날쑥했지만 아주 들쑥날쑥하지는 않았다.

“이 바닥은 1년에 0.8밀리미터쯤 쌓여요.” 니나는 말하면서 셈했다. “그러면 2센티미터는 25년이고, 4센티미터는 50년이에요. 그러니까 이 벽은… 30년, 40년, 50년마다 한 번씩 무너졌어요. 적어도 3백 년 동안. 일곱 번.”

“규칙적으로.”

“거의요. 지진이 그렇게 와요. 판이 밀려 들어가는 속도는 일정하니까, 힘이 쌓이는 속도도 일정해요. 쌓일 만큼 쌓이면 터지고, 터지면 벽이 무너지고. 그리고 저 위에서 다시 진흙이 쌓이고, 다시 무거워지고.” 니나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건 벽의 일기예요. 3백 년 치.”

태오는 그 단면을 봤다. 그는 진흙을 볼 줄 몰랐다. 하지만 니나의 손가락이 짚는 곳을 따라 눈을 움직였다. 니나는 그 눈길을 느꼈다.

그리고 그걸 봤다. 세 번째 층과 다섯 번째 층.

그 두 곳에는 베이지색 간격이 없었다. 거친 것에서 고운 것으로 올라가는 층이 끝나자마자, 그 바로 위에서 다시 거친 것이 시작됐다. 고와지다가, 다시 거칠어지고, 다시 고와지는. 두 겹이 사이 없이 포개져 있었다. 다섯 번째는 세 겹이었다.

니나는 숨을 멈췄다. 이번에는 알아차리고 다시 내쉬었다.

“사이가 없어요.”

“뭐가요?”

“베이지색이요. 그 천천히 쌓이는 거. 저기는 두 번 무너지는 사이에 그게 쌓일 시간이 없었어요. 한 번 무너지고 며칠 안에, 아니면 몇 주 안에 또 무너졌다는 거예요.” 니나는 세 겹짜리 층을 손가락으로 덮었다. “저건 세 번이요. 연달아.”

구 안이 조용해졌다. 산소 밸브가 숨을 뱉었다.

“이 벽은 한 번 무너지면 한 번으로 안 끝나요.” 니나가 말했다.

어제 낮이 떠올랐다. 규모 5.8. 그리고 오늘 새벽 6.1. 두 번째가 더 컸다.

“어쩌면 어제 게 본진이 아니었을 수도 있어요. 새벽 게 본진이고 어제 건 그 앞에 온 거고. 그럼 여진은 지금부터예요.” 니나는 단면의 일곱 개 층을 다시 봤다. 그중 둘이 겹이었다. 3백 년 동안 두 번. “며칠 안에 또 올 수 있어요. 아니면 안 올 수도 있고. 근데 저 일기에 따르면, 온 적이 있어요. 두 번이나.”

태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수첩을 펴서 무언가를 적었다. 니나는 그게 숫자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가 연필을 짧게 끊어서 움직였기 때문이다. 글자였다. 아마 ‘며칠’이거나 ‘또’였을 것이다.


8시 40분에 니나는 산소를 불렀다. 20.7. 그리고 다시 화면 앞으로 갔다.

벽이 언제 다시 무너질지는 알 수 없었다. 그건 지구가 정할 일이었다. 하지만 니나가 읽을 수 있는 것이 하나 더 있었다. 새벽의 진흙이었다.

“카메라 좀 천천히 왼쪽으로 돌려 줘요. 뱃머리를 따라서. 선미 쪽으로 갈 수 있는 데까지.”

태오가 카메라를 돌렸다. 화면이 뱃머리 프레임을 따라 움직였다. 우현 뱃머리에서 프레임 위의 진흙은 손가락 두어 마디였다. 가운데로 오자 한 뼘. 좌현 쪽으로 넘어가자 카메라가 더는 돌지 않는 끝에서, 진흙이 프레임을 완전히 삼키고 그 위로 둔덕처럼 솟아 있었다.

“얇은 데서 두꺼운 데로.” 니나가 중얼거렸다. “새벽 흐름은 좌현 선미에서 왔어요. 어제 것도 그쪽이었을 거예요. 벽이 그쪽이니까. 흐름이 해연호를 때리면, 때린 쪽에 진흙을 가장 많이 내려놓아요. 물이 막혀서 느려지니까. 느려지면 들고 있던 걸 못 들고 있어요. 그리고 돌아 나가는 쪽은 빨라져서 오히려 파 가요. 그게 저기예요.” 니나는 아까의 절벽 단면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한쪽으로만 무거워요. 좌현 선미가 깊이 박혀 있고, 우현 뱃머리는 거의 떠 있어요.”

“14도.” 태오가 말했다.

“네. 그래서 기울어진 거예요. 그쪽이 더 눌렸으니까.”

태오는 수첩을 폈다. 장부가 있는 쪽이었다. 그는 왼쪽 칸 ‘위에 덮인 진흙, 1.1톤’을 연필 끝으로 두드렸다. 그 숫자는 평균 50센티미터로 잡은 숫자였다. 평균이란 말이 거기서 힘을 잃었다.

니나는 그 연필 끝을 보다가, 갑자기 말을 멈췄다.

벽이 그쪽이니까.

자기가 방금 한 말이 머릿속에서 다시 울렸다. 흐름은 벽에서 왔다. 그들은 벽에서 200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 원래는 800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 하얀 바닥, 밀가루 같은 바닥, 단각류가 고등어를 덮던 바닥. 거기서 니나가 말했다.

벽 쪽으로 더 가 봐야 해요.

논문 하나. 아니, 논문 두 개.

니나는 화면 속 일곱 개의 층을 봤다. 3백 년 동안 30년에서 50년마다 무너진 벽. 어제 오전, 세 번째 코어에서 그 층을 처음 봤을 때 이미 알았다. 저건 위에서 내려온 거라고. 사면에서 무언가 무너져서. 백 년 안쪽이라고. 그 말을 하고 나서, 바로 그 벽 쪽으로 가자고 했다.

알고 있었다. 퇴적학 석사가 그걸 몰랐을 리 없었다. 벵골만에서 그런 층을 질리도록 봤다고 자기 입으로 말했다. 다만 그 층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거기 가고 싶다는 마음 앞에 세워 두지 않았을 뿐이었다.

니나는 담요 안에서 손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아팠다. 그 아픔이 정확했다.

“태오.”

“네.”

“벽 쪽으로 가자고 한 거, 저예요.”

태오가 니나를 봤다. 니나는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볼 자신이 없었다. 화면을 보며 말했다.

“저 층을 봤어요. 어제. 코어에서. 위에서 무너져 내린 거라는 거 알았어요. 백 년 안쪽이라고 제 입으로 말했어요. 그러고 나서 벽 쪽으로 가자고 했어요. 단각류가 거기 더 많을 거라고. 논문이 두 개라고.”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니나는 그걸 멈추려고 하지 않았다. “그 3백 년 중에 왜 하필 어제였는지는 몰라요. 그건 아무도 몰라요. 근데 우리가 어제 거기 있었던 건, 그건 알아요. 그건 저예요.”

산소 밸브가 숨을 뱉었다. 한 번. 두 번.

“200미터.” 태오가 말했다.

니나는 고개를 들었다.

“200미터 정한 건 나.” 그는 그 말을 하고, 더 하지 않았다.

니나는 그를 봤다. 털모자 아래 그의 눈은 화면이 아니라 니나에게 와 있었다. 위로하는 얼굴은 아니었다. 그는 그런 얼굴을 할 줄 몰랐다. 장부를 적을 때의 얼굴이었다. 이 줄은 내 몫, 저 줄은 당신 몫. 숫자를 숫자대로 나누는 얼굴.

니나는 그 무게의 반이 자기 손에서 빠져나가는 걸 느꼈다. 반만. 다 빠져나가지는 않았다. 그는 다 가져가겠다고 하지 않았다. 그게 고마웠다. 다 가져갔다면 그 말을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태오가 말했다. 그는 이미 화면으로 돌아가 있었다. “어디부터 파요.”


그 질문이 무엇을 바꾸는지 니나는 바로 알아듣지 못했다.

어제 오후, 장부를 적을 때 그는 니나에게 진흙의 무게 하나만 물었다. 1세제곱미터에 몇 킬로그램. 그리고 나머지는 혼자 곱하고 더했다. 어젯밤 흡입력 이야기를 할 때 그는 들었다. 듣고, 자기 수첩에 세 마디를 적었다. 그리고 지금 그는 묻고 있었다. 해연호를 어떻게 꺼낼지를. 잠수정 일이라면 혼자 다 해 온 사람이, 진흙 쪽 일은 진흙을 아는 사람에게 묻고 있었다.

니나는 담요를 어깨에서 내렸다. 구 안은 10도였다. 그래도 팔이 자유로워야 했다.

“원래 생각은요?” 니나가 물었다. “태오 생각.”

“기다리기. 어젯밤처럼. 그리고 뱃머리 가운데. 팔 바로 앞. 거기가 제일 쉽게 닿아요.”

“가운데는 안 돼요.” 니나가 말했다. 자기 목소리가 확신에 차 있어서 스스로 놀랐다. “가운데를 파면 위에 얹힌 게 조금 줄긴 하는데, 밑에서 빨아들이는 건 그대로예요. 물이 들어갈 길이 안 생겨요. 흡입력은 가장자리부터 깨져요. 어젯밤처럼요. 물은 바깥에서 들어오니까.”

니나는 화면의 우현 뱃머리를 짚었다. 진흙이 손가락 두어 마디밖에 안 얹힌 곳. 그 바로 옆, 흐름이 파 놓은 절벽.

“여기요. 우현 뱃머리. 여기는 위에 거의 아무것도 없어요. 그리고 저 옆이 이미 파여 있어요. 그러니까 여기서 썰매 끝 쪽 진흙을 조금만 걷어 내면, 썰매 밑으로 물이 들어갈 길이 생겨요. 저 파인 데서부터요. 그럼 우현 뱃머리가 먼저 풀려요.”

“한쪽만.”

“한쪽만이요. 처음에는.” 니나는 손을 들어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게 했다. 그리고 손끝을 아주 조금 들었다. 손목은 그대로 둔 채로. “할머니 논에서 발을 뺄 때도 그래요. 발 전체를 한꺼번에 들면 안 나와요. 뒤꿈치부터. 아니면 발끝부터. 한쪽이 들리면 그 밑으로 물이 들어가고, 그다음에 나머지가 따라 나와요. 해연호는 이미 기울어져 있어요. 우현 뱃머리가 높아요. 거기를 먼저 풀면 그쪽이 들리면서 좌현 선미 밑으로도 틈이 벌어져요. 지렛대처럼.”

태오는 니나의 손을 봤다. 손끝이 들린 손. 그리고 화면을 봤다. 그리고 수첩을 펴서, 장부 쪽이 아닌 새 쪽을 열었다. 거기에 해연호를 위에서 내려다본 모양을 그렸다. 왼손으로, 삐뚤빼뚤하게. 네모 하나, 그 안에 동그라미 하나. 그리고 오른쪽 위 귀퉁이에 화살표를 그렸다.

“여기.” 그가 말했다.

“네.”

“팔이 닿아요. 아슬아슬.” 그는 화살표 끝에 작은 엑스 표시를 했다. “썰매 끝까지는 1미터 반. 거기서 2미터. 각도가 안 좋아요. 집게로 긁어야 해요.”

“얼마나 걸려요?”

“몰라요.” 그는 말했다. 그리고 니나를 봤다. 니나는 그 말을 세지 않았다. 그도 세지 않았다.

“포드 B는 68퍼센트.” 그가 덧붙였다. “팔 쓰면 빨리 떨어져요. 조명도 같이 써야 하고.”

“물 맑아지면 해요?”

“오후.”

니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화면의 절벽 단면을 다시 봤다. 일곱 개의 층. 그중 둘은 겹. 며칠 안에 또 올 수 있다. 아니면 안 올 수도 있다. 니나는 그 두 가능성을 머릿속에서 저울에 올렸다가 내려놓았다. 저울질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할 수 있는 일은 그 전에 나가는 것뿐이었다.


11시 50분에 모뎀이 울렸다.

니나는 화면에서 고개를 돌렸다. 아침 내내 니나가 단면을 보며 층의 두께를 재는 동안, 태오는 로봇팔의 관절을 하나씩 깨워 각도를 맞췄다. 둘은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필요한 말만 했다. 집게 폭, 썰매 길이, 팔꿈치 각도. 니나는 그 짧은 말들이 오가는 리듬이 좋았다. 숫자 하나를 말하면 숫자 하나가 돌아왔다. 하강할 때 혼자 떠들던 것과는 달랐다.

태오가 화면을 봤다. 한글이었다. 니나는 그 동그라미와 막대기들을 읽을 수 없었다. 대신 태오의 얼굴을 읽었다.

얼굴은 변하지 않았다. 그게 문제였다. 그는 그 문자를 두 번 읽었다. 어제 6일 반이라는 숫자는 한 번만 읽었던 사람이.

노을 급발달. 진로 남하. 한결호 철수 검토 시작.

“뭐래요?” 니나가 물었다.

태오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수첩을 펴서 무언가를 적었다. 그리고 적은 것을 한 번 보고, 수첩을 덮었다. 그다음에 니나를 봤다.

“태풍.” 그가 말했다. “노을.”

니나는 그 이름을 기억했다. 하강하던 아침, 태오가 답장을 치며 말한 이름. 괌 동쪽 1,400킬로. 북쪽으로 비켜 간대요.

“비켜 간다고 했잖아요.”

“이제 이쪽으로 와요.”

“언제요?”

“몰라요. 며칠.” 그는 잠시 멈췄다. “그리고 배가.”

“배가요?”

“떠날지도.”

니나는 그 말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한결호. 1만 미터 위에 있는 배. 그들의 문자가 올라가 닿는 곳, 유진의 답이 내려오는 곳. 7초 위에 늘 있던 배.

니나는 생명유지 화면을 봤다. 65:18. 그리고 수심계를 봤다. 10,914.4. 그리고 화면 속 절벽의 일곱 개 층을 봤다. 아래로는 벽이 다시 무너지려 하고 있었다. 위로는 바다가 일어서려 하고 있었다. 그 사이 1만 미터에, 그들의 말을 받아 줄 배가 한 척 있었다. 그 배가 떠나려 하고 있었다.

태오는 오른손을 허벅지 밑에서 꺼냈다. 그리고 로봇팔 조종간 옆에 그 손을 올려놓았다. 손가락이 떨렸다. 그는 그 손을 숨기지 않았다. 그냥 거기 두었다. 니나는 그 손을 봤고, 이번에는 보지 않은 척하지 않았다.

“오후.” 태오가 말했다. “물 맑아지면.”

니나는 우현 창을 봤다. 흙탕물 속에서 바다 눈이 다시 내리기 시작하고 있었다.